중국 대외관계 전문가들이 말하는 한·중관계 개선 조건은?

박은하 기자

“한국이 중국의 전력적 이해 무시” VS

“중국의 일방주의가 반중 정서 키워”

경제 이익 위주 지난 30년 비판 평가도

27일 오전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상호존중의 한중관계,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열린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 중국포럼에서 팡쿤 주한중국부대사가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의 축사를 대독하고 있다./연합뉴스

27일 오전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상호존중의 한중관계,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열린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 중국포럼에서 팡쿤 주한중국부대사가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의 축사를 대독하고 있다./연합뉴스

중국의 대외관계 전문가들이 한·중관계의 개선 조건으로 중국 측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한국 전문가들은 중국의 일방주의 문제를 지적했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는 27일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이 주최하고 주한중국대사관이 후원한 ‘상호존중의 한중관계, 현재와 미래’ 포럼에 축사를 보내 “상호존중, 호리공영(互利共瀛·상호이익과 공동번영)의 기초에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간섭을 배제하며 양자관계가 새로운 발전을 끊임없이 달성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싱 대사는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중·미관계가 건강하고 안정적이며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관계의 안정을 바탕으로 한·중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에 중국 당국도 공감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축사는 팡쿤 주한중국대사관 공사가 대독했다.

한·중·일 외교장관이 전날 4년 만에 만나 3국 협력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을 표했지만 중국 측의 반응이 다소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의 일정 변경으로 3국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과 만찬이 무산된 일 등이 근거로 꼽힌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40여명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한·중관계 개선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했지만 근본적인 이해 차이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중국 측, ‘한·미·일’ 밀착 비판·북핵협력 선 그어

중국 측은 한국이 한·미·일 밀착 공조 흐름을 먼저 정한 뒤 한·중 관계를 관리하는 상황에 대한 비판을 에둘러 표현했다. 위톄쥔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 대외전략의 목표라며 이를 위해 안정된 국제질서를 만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신보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장은 대미 외교의 가장 큰 원칙으로 ‘상호존중’을 언급하며 “미국의 가장 큰 문제는 중국과 교류하며 존중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대만 독립을 지지와 민주와 인권을 내세워 신장위구르 등 중국 내정 문제에 간섭하는 것, 중국 정치제도의 변경을 꾀하는 점, 공급망 규제를 통해 중국의 산업 발전을 견제하는 것을 ‘레드라인’으로 제시했다. 우 원장은 미국의 레드라인을 넘는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투쟁하고 있다”며 “중국의 단호함이 미국 대중정책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뤼차오 랴오닝대 동북아연구원장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국은 미·일 양국과 함께 대북압박을 하면서 중국에 압박해달라고 한다”며 “이는 북한을 더 불안하게 하고 한반도 정세를 더 불안하게 한다”고 말했다. 뤼 원장은 “중국은 한반도분쟁 당사자 아니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열쇠는 한·미에 있다”며 “바로 이러한 입장에 기반해 중국은 북한에 추가 제재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뤼 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 순방 도중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러시아와 보조를 맞추는 것은 중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한·미·일이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아시아·태평양에서 계속 긴장국면을 만드는 상황에서 북·러 협력을 비난할 자격 없다”고 말했다.

한국 측 “한 젊은층 반중감정, 중국 책임 있어”

토론에 참여한 한국 전문가들은 중국 측의 일방주의적 태도를 지적했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이 미국에 존중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중국 역시 한국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며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보복을 예로 들었다.

이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사드 갈등’을 한국 젊은층이 반중 정서을 갖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며 “한 번 현성된 여론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은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 중국의 강압적 태도는 오히려 한국이 경제적으로 중국과 ‘헤어질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했지만 한한령 이후 글로벌 수출로 방향을 돌린 콘텐츠 산업을 예로 들었다. 이현태 인천대 교수는 중국 측에 정치와 경제를 분리할 것을 주문하며 까다로운 비자발급 문제 해결 등을 주문했다.

일관되고 기민한 대중외교 전략을 요구하는 주문도 나왔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중 간 대외전략의 핵심이익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어느 정도 수준까지 서로 용인할 수 있는지 ‘선’을 먼저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종철 국립경상대 교수는 지난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자국 내 LG 디스플레이 생산공장 방문을 언급하며 “한·중관계가 과거처럼 좋아지기 쉽지 않지만 최근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관계개선의 기회를 놓쳤다”며 “한·미·일 공조수준을 먼저 정한 다음 한·중관계 회복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이 한국에 글로벌 강대국으로서의 위상에 걸맞은 대우를 요구하는 것을 거꾸로 전략적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차정미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이 과거 북핵 문제 등 동북아 지역질서에 대한 역할을 요구받았던 수준을 넘어서 지금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글로벌 문제에 대한 해결을 요구받고 있으며, 중국의 고민도 깊어지는 상황”이라며 북·러는 중국의 ‘전략적 자산’이자 ‘전략적 부담’이라고 표현했다. 차 연구위원은 “중국의 이 같은 전략적 틀을 염두에 두고 대중 전략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익 논하고 신뢰 못 쌓은 한·중 30년 지적도

경제적 이해관계나 외교안보 전략 외에 사회·문화적 차원에서의 교류 방안도 논의됐다. 이문기 세종대 교수는 “한·중수교 초창기 한국의 지식인 사이에서 사회주의 체제에서 시장경제를 흡수한 중국을 통해 근대의 대안을 찾으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졌다”며 “‘동아시아 담론’이 소멸한 의미에 대해 중국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오히려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배우고 한국과 함께 글로벌 가치를 만들어나가려는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국봉 한·중의원연맹 사무국장은 “한·중관계는 가장 좋았던 시절조차 경제만이 강조됐고 기본적인 신뢰를 쌓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수한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중앙집권화 강화로 지방도시 간 교류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며 “다만 지방정부 간 교류는 외교안보 상황에 의해 급속히 위축됐다가도 국가 간 경색 국면이 완화되면 급속히 회복되는 풀리는 경향이 보인다. 이를 안전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재호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장은 한동안 중국과 극렬한 마찰을 빚었으며 대중 견제 동맹인 오커스(호주·영국·미국 안보협의체)에도 가입한 호주가 최근 중국과 극적인 관개 개선을 이룬 사례를 들며 “보다 우리의 대중적책이 능동적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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