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왕궁 중요 행사 공간 추정”
백제의 마지막 도읍인 사비(부여) 시기(538~660) 왕궁터로 추정되는 충남 부여 관북리 유적에서 길이 60m 이상의 대형 건물터 등이 확인됐다.
대형 건물터는 특히 장랑식 건물터(궁궐에서 중심 건물 주변을 둘러싼 긴 건물)로 드러나 당시 왕이 업무를 관장하던 정전 같은 중심 건물의 존재 가능성을 높여 주목된다.
관북리 유적에서는 그동안 각종 유물과 대형 전각 건물터를 포함한 여러 건물터, ‘+’형으로 교차하는 도로, 연못, 각종 먹거리 저장고 등이 확인돼 왕궁터로 여겨지지만 아직까지 정전 같은 핵심 건물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왕궁 관련 시설이 밀집된 관북리유적의 남쪽 일대 발굴조사 결과 3동의 사비시기 건물지와 기와, 벽돌 등을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부여문화재연구소는 “3동의 건물터 가운데 특히 1호 건물터는 현재까지 확인된 길이만 약 60m에 이르고, 추가 조사를 할 경우 규모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며 “1호 건물터를 포함해 2동의 건물터는 북극성이 위치한 방향인 진북 방향과 일치하도록 남북 방향으로 길게 축조됐다”고 덧붙였다.
또 “이 2동의 건물터는 6~7세기 고대 동아시아 왕궁 내 조당(朝堂·중요 국가적 행사가 열리던 공간)의 일부로 여겨진다”며 따라서 “장랑식 건물터 북쪽에 백제 왕의 업무 공간인 정전 같은 왕궁 내 핵심 건물이 위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1호 건물터 내부에서는 연꽃무늬 기와 제작용 거푸집을 활용해 찍어낸 연꽃무늬 벽돌, 바람개비 무늬의 막새기와인 파문 수막새 등이 출토됐다. 파문 수막새는 백제의 웅진(공주) 시기 왕궁터로 추정되는 공주 공산성을 비롯해 익산 왕궁리유적에서도 발견된 적이 있는 기와다. 이밖에 건물 초석을 받치는 기초시설로 기존 건물들의 적심구조와는 다른 이례적인 적심시설, 배수로 등도 확인됐다.
부여문화재연구소는 “발굴조사 과정에서 연약한 지반을 극복하고 작업기간의 단축 등 효율적인 공사를 위한 당시의 정교한 토목기술도 파악했다”며 “4일 오후 발굴조사 현장을 일반에 공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