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과 급진적 변화에 대한 열망···조문영의 빈곤 연구

김종목 기자

2023년 ‘올해의 인권 책’ 수상작은 <동자동, 당신이 살 권리>(글항아리)다. 조문영(연세대 교수)과 ‘빈곤의 인류학 연구팀’이 지은 책이다. 인권연대는 “주거권을 위협받는 열악한 환경임에도 서울 지역 아파트의 평균 월세보다 4배나 높은 월세를 지급하며 힘겨운 삶을 이어가야 하는 이들의 고초를 조명함으로써 주거권이 인간의 기본권으로 국가에 의해 보장되어야 할 까닭을 일깨워주는 책”이라고 했다. “대부분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타자’로 치부되는 우리 사회의 가장 조명받지 못하는 권리 주체로서 쪽방촌 주민들의 삶의 문제를 보편적인 사회의 의제로까지 확장한 작품”이라 평가했다.

[책과 책 사이]빈곤과 급진적 변화에 대한 열망···조문영의 빈곤 연구

최근 출판과 학술 영역에서 자주 본 이름은 ‘조문영’이다. 지난 11월 나온 문화인류학자 메슈 데즈먼드의 <미국이 만든 가난>(성원 옮김, arte) 해제도 조문영이 썼다. 그는 “공사 중인 건물이 무너져 노동자들이 사망했는데도 건설사 주식의 매수 시점을 저울질하는 투자자, 침수 주택으로 보이면 건물값이 하락할까 봐 정부가 차수판(물막이판)을 설치해 주겠다는데도 거절하는 소유주는 완벽한 타인일까?”라고 물었다.

한국사회사학회의 계간지 ‘사회와 역사’ 가을호 특집은 ‘<빈곤 과정> 저작 비평회’다. <빈곤 과정>(글항아리)은 조문영이 지난해 11월 낸 책이다. 조문영은 이 특집에 실은 발표문에서 눈에 띈 건 “빈곤과 불평등은 숫자로 축약할 수 있는 조건도, 스냅숏으로 관찰할 수 있는 현상도 아니다”라는 말이다. 이어 “체념, 무관심, 순응이 빈자의 얼굴에서 곧잘 읽히지만, 급진적 변화에 대한 열망과 분노가 이것에 선행했다는 사실은 역사를 들여다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급진적 변화에 대한 열망과 분노’를 대의 하는 곳은 없다. 거대 보수 여야가 장악한 현실에서 빈곤 문제는 뒷전이다. 빈곤, 노동, 차별 문제를 두고 한때 기대를 걸었던 이들마저 극우와 친재벌 성향의 정치인과 함께 ‘빅텐트’니 ‘제3지대’니로 모여든다.’ 훗날 역사에서 ‘지금 여기’의 열망과 분노는 어디에 다다를까. 빈곤 문제에 천착한 조문영의 학술 작업의 뜻을 헤아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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