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식량, 생물다양성 문제들은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 그럼에도 문제를 다루는 국제기구와 제도들은 분리되고 전문화됐다. 그동안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서 식량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달 30일 두바이에서 개막해 오는 12일까지 열리는 COP28에선 식량과 기후변화 문제가 동시에 처음으로 주요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총회 기간 약 25만끼 중 3분의 2가 비건채식인 ‘1.5도 메뉴’로 제공되는 게 상징적 예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2015년 COP21에서 합의한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 상승’ 목표를 지켜내려면 2019년 대비 2030년 탄소 배출량이 43%가량 줄어들어야 하지만, 작년 9월 기준 감축률은 3.6%에 그쳤기 때문이다. 오히려 각국의 탄소 배출량은 2019년부터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이미 전 세계 153개국 1만3800명의 과학자들은 2050년까지 1.5도 이내로 낮추려는 기후목표 달성 확률을 17%로 예견하며 단기성 온실가스인 메탄 감축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메탄은 단기간에 지구 온도를 낮추고 에너지 전환의 시간을 상당 부분 벌어주기 때문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비해 20년을 기준으로 할 때 86배 더 센 온실가스로, 방출 후 잔류기간이 훨씬 짧아 단기간에 감축 효과를 볼 수 있다. 메탄은 목축에서 60%, 화석연료에서 40%가 발생한다. 메탄의 효용성 때문에 COP27에서 150개국이 ‘국제메탄서약’에 서명했음에도 연결 고리인 식습관이 빠져서 그런지 서약 이후 오히려 메탄이 증가했다.
오늘날 농업은 생물다양성 손실과 온실가스 배출을 야기하는 원인 중 단일요소로는 최대다. 농업은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30~40%를 배출할 뿐 아니라 최대의 토지 및 담수 사용자이고 질소·인의 영양물질 과부하를 낳는 주범이다. 특히 축산업은 농업 분야 온실가스 80%를 배출하며 전체 농경지의 80%를 사용하지만 거기서 인간이 얻는 칼로리는 18%에 불과하다. 나머지에서 인류가 필요로 하는 82%의 칼로리를 제공하는 식량이 생산된다.
농업보조금 개혁과 함께 비건채식을 연결 고리로 메탄을 감축하면 탄소 중립에의 상당한 시간을 벌 뿐 아니라 토지·숲·바다의 온실가스 흡수원 재생에도 큰 도움이 된다. 식습관 전환만으로 기아와 인수공통 전염병, 자원고갈은 물론, 각종 환경 파괴와 오염으로 인한 지구 치유력 회복을 돕고 죽임 문화에서 살림 전환에의 결정적 계기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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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8에서 개발도상국의 소규모 농가에 대한 기후적응 자금 및 서방국가들의 농업보조금 등 실질적인 개혁 조치를 기대한다.
부국들의 육류와 유제품 소비를 크게 줄이는 비건채식 전환은 개혁의 전제이자 연결 고리다.

고용석 한국 채식문화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