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책임을 진다지만…“이스라엘 지지해야 시민권 준다”는 독일 주정부

노정연 기자
2023년 12월 1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반유대주의 집회에 바에르벨 바스 연방 하원의장, 가수 롤랑 카이저, 카이 웨그너 베를린 시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3년 12월 1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반유대주의 집회에 바에르벨 바스 연방 하원의장, 가수 롤랑 카이저, 카이 웨그너 베를린 시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독일의 작센안할트 주정부가 지역 내 거주하는 외국인이 시민권을 신청할 시 이스라엘 지지 서약을 해야한다는 내용의 규정을 발표했다.

독일 매체 도이치벨레는 지난 6일(현지시간) 작센안할트주 정부가 귀화 신청자들에게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모든 행동에 비난할 것”에 서약을 거부할 경우 시민권 발급을 거부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타마라 치샹 주 내무장관에 따르면 이 법령은 지난 11월 말 공표됐다. 그는 “이스라엘의 존재 권리는 독일의 ‘국가 이성(reason of state)’”임을 강조하며 다른 15개주도 이와같은 규정을 채택할 것을 촉구했다. ‘국가이성’이라는 용어는 국가의 목적에 부합하는 절대적 원칙을 의미한다.

아울러 치샹 내무장관은 귀화 신청자가 “반유대주의적 태도가 존재한다는 징후”를 보이는지 여부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작센안할트 주정부는 지방 당국에 보낸 서한에 귀화 신청자가 독일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반하는 활동’을 추구하는 경우 귀화를 거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여기에는 ‘반유대주의 범죄’나 ‘이스라엘의 존재권 거부’도 포함된다.

작센안할트 주는 독일 중동부에 위치한 지역으로 구 동독 5개주 중 하나다. 2019년 유대교 회당 공격으로 2명이 숨진 곳이기도 하다. 가해자는 독일 우익 극단주의자였다.

2023년 12월 2일(현지시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친팔레스타인 집회에서 시위자들이 깃발을 들고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23년 12월 2일(현지시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친팔레스타인 집회에서 시위자들이 깃발을 들고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같은 극단적 조치는 독일과 이스라엘의 특수관계에 기인한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당시 600만명 이상의 유대인을 학살한 홀로코스트 가해국으로, 유대인을 보호할 역사적 책임이 있다는 의미에서 이스라엘 지지를 강조해왔다. 2008년 이스라엘 건국 60주년 기념식에서 잉겔라 메르켈 총리가 “독일은 이스라엘의 안보에 역사적인 책임을 진다. 이는 독일의 국가이성이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후 독일에서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대한 정부의 단속이 강화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민자의 독일 국적 취득 문턱을 낮추고 있는 독일 정부가 반유대주의 사상에 대한 감시와 검열을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민권 개정 움직임이 이스라엘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표적으로 삼고, 팔레스타인 지지를 표명한 사람들의 귀화를 거부하는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얼마 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는 팔레스타인 작가에 대한 시상식이 무기한 연기되기도 했다.

독일 신호등(사회민주당-빨강·자유민주당-노랑·녹색당-초록) 연립정부는 최근 조건에 따라 이민자들의 독일 의무 거주 기간을 대폭 축소하는(기존 8년→3년) 등 내용의 국적법 개정안을 의결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시민권 신청자들에 대한 새로운 규정이 현재로선 작센안할트 주에만 국한되어 있지만 향후 예정된 독일 시민권 개정에 대한 광범위한 논쟁을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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