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보수 진영 5·18 폄훼’ 질문에 “다양한 견해 말살하면 부작용”···당원들엔 의자 올라가 인사

문광호 기자    광주 | 이두리 기자

광주 방문해 5·18 정신 입장 밝혀

“헌법 전문 수록 적극 찬성한다”

4월 총선 앞두고 호남 끌어안기 행보

보수 일각 5·18 폄훼엔 “다양한 견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광주송정역에 도착해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광주송정역에 도착해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광주를 찾아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수록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5·18 정신에 대한 존중을 표하며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호남 끌어안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보수 일각의 5·18 폄훼에 대해서는 당의 입장과 다르다면서도 “세상에 굉장히 다양한 견해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일정은 경호를 자처하는 당원들과 유튜버, 경찰들이 몰려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한 위원장은 이날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 직후 기자들과 만나 “5월 광주 정신은 어려운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정신이다. 대한민국의 지금 헌법 정신과 그 정신은 정확히 일치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다만 “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당 차원에서 잘 논의하고 있다”며 “헌법 개정의 절차라는 것은 또 그 자체로 존중해야 될 부분”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나중에 제가 반대하면 이 장면을 트십시오”라며 “적극적으로 그냥 찬성한다기보다 우리 헌법 전문에 이 5·18 정신이 들어가면 우리 헌법이 훨씬 더 풍성해지고 선명해지고 더 자랑스러워질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광주 방문 소감에 대해 “이곳에 사실 여러 번 왔었다”며 “1992년, 1993년 경에 이곳에 와서 윤상원 열사의 묘역에 왔던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윤 열사는 박기순 열사와 함께 ‘님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으로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했다가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한 위원장은 “그때의 마음이나 제가 법무부 장관을 하면서 두 차례 와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던 마음이나 똑같다”고 전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민주묘지 참배에 앞서 광주제일고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을 찾았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광주가 가지고 있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불의에 항거하는 레거시(유산)는 꼭 이 5·18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광주학생운동을 기념하고 본받아야겠다는 마음으로 먼저 가게 됐다”고 말했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은 1929년 11월 광주에서 시작돼 이듬해 3월까지 전국에서 벌어진 학생들의 시위운동으로 3·1운동 이후 가장 큰 규모로 벌어진 항일운동이다.

한 위원장의 이날 광주 방문은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피습 사건 여파로 삼엄한 경호 속 진행됐다. 일부 당원 및 지지자들은 ‘국민의힘’이라고 적힌 빨간 마스크를 착용한 채 한 위원장 주위를 둘러쌌다. 자발적으로 나섰다는 이들은 경호 위치를 지정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경찰도 한 위원장의 이동 경로를 따라 근접경호했다. 국민의힘은 많은 경찰 인력에 “국민의힘이 한 위원장 경찰 경호를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경찰의 경호 문의에 최소화해 달라고 요청했었다”고 밝혔다.

민주묘지 인근에는 한 위원장 지지자들과 유튜버,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이 다수 모였다. 유튜버들은 촬영 도중 한곳에 몰리는 바람에 싸움이 붙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추모탑에 참배 후 무명열사 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묘비를 닦았다. 방명록에는 “민주주의를 위한 광주시민의 위대한 헌신을 존경한다. 그 뜻을 생각하며 동료시민과 함께 미래를 만들겠다”고 적었다. 분향 중간 한 70대 여성이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데”라며 소리를 지르다가 경호 인력에 의해 쫓겨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참배 후 지지자들의 요청으로 ‘훈사모’라고 적힌 현수막 앞에서 함께 사진 촬영을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광주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지역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광주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지역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위원장은 이날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한 위원장은 “안 보여요”라는 한 당원의 외침에 신발을 신은 채로 의자에 올라가 인사를 했다. 한 위원장에 대한 환대 속 오열하는 지지자도 눈에 띄었다. 한 위원장은 “저나 이후 세대들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나 광주시민들에 대해 부채의식, 죄책감 대신 깊은 고마움과 존경심을 갖고 있다”며 “국민의힘을 이끌면서 그 고마움과 존경의 마음을 정책, 예산, 행정으로 표현하고 실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우리 당은 광주에서 호남에서 정말 당선되고 싶다”며 오는 6일 열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위원장은 신년인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정부는) 호남이 정말 필요로 하는 정책, 호남이 지지했던 정부가 해주지 않았던 정책들을 과단성 있게 할 거라고 본다”며 “과거 정부가 하지 않았던 인혁당 ‘빚 고문’ 해결, 군 (사망사건) 위자료 관련 국가배상법 개정 등 지난 정부가 안 해왔다고 생각하는 것을 제가 했고, 권력을 그렇게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5·18에 대한 왜곡과 보수진영의 폄훼가 여전하다’는 질문에는 “세상에 굉장히 다양한 견해가 있다. 그 견해 하나하나를 모두 완전히 말살하는 방식으로 가게 되면 부작용이 있다”면서도 “국민의힘의 공식 입장은 5·18 정신이 민주주의를 지킨 헌법정신과 정확하게 부합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자유한국당 시절인 2019년 “5·18은 폭동”(이종명),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김순례), “5·18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되는 문제”(김진태)라는 망언이 의원들 입에서 나와 논란이 된 바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청주시 장애인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충북도당 신년인사회에도 참석했다. 지난 2일 대전에 갔다가 이틀 간격을 두고 충북을 따로 찾아 자신의 연고를 강조했다. 그는 어린 시절 다닌 유치원과 초등학교, 성당의 추억을 떠올리며 “옛 친구들, 선생님, 이웃분들이 혹시 와계실지 모르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충북 진천의 법무연수원으로 좌천됐을 때를 상기하며 “저녁마다 혼자 책 한 권들고 케이크집에 갔다. 제 인생에서 화양연화 같은 시절이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중도층으로의 지지세 확대 의지도 밝혔다. 그는 “중도 스윙보터가 이곳(충북)에 많다. 중도층이 우리가 마음을 잡아야 할 민심의 바로미터”라며 “어떤 이슈에선 오른쪽의 정답을, 어떤 이슈에선 왼쪽의 정답을 찾아 그걸 통해 중도에 있는 동료 시민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행사를 마친 후 서울로 돌아가는 시간을 늦추고 지지자들의 사진 촬영 요구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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