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산재’ 첫 인정···임신 중 유해물질 작업에 태아 ‘선천성 기형’ 피해

조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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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유해 화학물질을 다루며 일한 간호사 자녀의 선천성 뇌 기형 질환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태아산재법(산재보상보험법 개정안)’ 시행 후 공단이 태아의 산재를 인정한 첫 사례다.

2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공단은 자녀의 선천성 뇌 기형 질환에 대해 산재신청을 한 간호사 A씨의 사례를 산재로 인정했다.

A씨는 첫째 아이를 출산한 뒤 2013년 3월 병원에 복직했다. 복직 당시 A씨는 둘째를 임신하고 있었다. 복직 후 A씨는 인공신장실에서 투석액을 배합하는 일을 맡았다. 당시 병원은 예산 문제로 기성품 투석액을 사는 대신 직접 약품을 혼합해 투석액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A씨는 병원이 폐업한 2013년 9월까지 6개월 동안 임신한 상태로 하루 10~15분씩 투석액을 만들었다. A씨는 투석액을 만들면서 초산 냄새가 심해 괴롭고 숨을 쉬기 어려웠다고 했다.

A씨는 2013년 12월 둘째 자녀를 출산했는데 아이는 선천성 뇌 기형 질환인 ‘무뇌이랑증’을 진단받았다. 무뇌이랑증은 뇌 표면의 이랑이 결손된 채 태어나는 질환이다. 아이는 이어 뇌병변 1급 장애와 염색체 이상, 사지마비를 진단받았다. A씨는 비흡연자이며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고, 임신 중 음주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공단의 의뢰를 받고 A씨의 사례를 조사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A씨는 업무 당시 진단을 받지는 않았으나 임신 중 반복적으로 폐손상 및 저산소증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저산소증은 뇌와 관련된 기형을 유발하는 잘 알려진 요인”이라고 했다. 이어 “A씨가 업무를 수행한 임신 1분기는 특히 뇌의 기형발생에 취약한 시기”라며 A씨 자녀의 질환은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다. 공단도 이어 A씨 사례에 산재를 승인했다.

A씨 사례는 지난해 1월 ‘태아산재법’이 시행된 뒤 공단이 태아산재를 인정한 첫 사례다. 이전까지 노동자가 태아산재를 인정받으려면 소송까지 진행해야 했다. 2020년 대법원은 새벽 교대근무와 알약 분쇄 작업을 한 제주의료원 간호사 4명의 자녀가 얻은 선천성 심장질환이 업무상 재해라고 처음 판결했다.

다만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A씨처럼 자녀의 질환에 대해 산재신청을 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직원 3명의 사례에는 ‘업무 관련성을 판단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공단은 이 사례들에 대해서도 조만간 산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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