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점심·철도 지하화 ‘묻고 더블로 가’···공약 경쟁 나선 여야

김윤나영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설 연휴를 앞둔 8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KTX 대합실에서 시민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설 연휴를 앞둔 8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KTX 대합실에서 시민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여야가 4·10 총선을 앞두고 서로 비슷한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로당 주5일 점심 제공을 약속하자, 국민의힘이 주7일로 단계적 확대를 약속하는 식이다. 철도 지하화 등 일부 대선 공약은 총선 공약으로 재활용됐다. 여야 간 공약 원조 싸움도 벌어지고 있다.

경로당 무료 점심 7일 VS 5일

국민의힘은 지난 6일 경로당에 매일 무료 점심을 제공하겠다는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현재 전국 경로당의 46%가 주 평균 3.6일 점심을 제공하는데, 이를 주7일까지 단계적으로 늘리고 지원 경로당 수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의 ‘주7일 경로당 점심 공약’은 민주당의 ‘주5일 경로당 점심 공약’ 맞불 성격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경로당을 찾아가 “최소 주 5일 정도는 원하는 사람 누구나 경로당에서 점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간병비 세액공제 VS 건강보험 적용

여야는 간병비 공약도 경쟁적으로 내놨다. 국민의힘은 2025년부터 간병인 등록제와 자격관리제를 도입하고, 이 제도가 구축되면 간병비 연말정산 세액공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간병비를 건강보험에 적용하지 않지만 간병비 지출에 대한 세금을 환급해준다는 취지다. 이는 민주당이 총선 1호 공약으로 일찌감치 발표한 ‘요양병원부터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에 대한 맞대응 공약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11월 서울 구로구의 요양병원을 방문해 “요양병원부터 간병비를 급여화해서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을 추진하려고 한다”며 “당장 전체적으로 급여화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커 요양병원부터 순차적으로 범위를 넓혀나가는 방향”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현행 건강보험법과 의료법을 개정해 요양병원 간병비를 우선 건강보험 적용 범위에 포함하고, 일반 상급병원 등으로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에서 설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에서 설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철도 지하화

여야는 철도 지하화도 앞다퉈 약속했다. 국민의힘은 수원역~성균관대역, 영등포역~용산역, 대전역 인근 철도를 먼저 지하화하겠다고 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경기 수원에서 “육교와 철도 부분 덮이고 공원, 산책로, 맨해튼 스카이라인 같은 것이 생긴다 생각해보자. 대단한 사업”이라고 했다. 철도 지하화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하루 뒤인 지난 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에서 철도 지하화 공약으로 맞불을 놨다. 민주당은 경인선(구로역-인천역), 경의선(서울역-수색역), 경원선(청량리-의정부역) 등 서울 시내와 광주·부산·대구를 지나는 철도를 모두 지하화하겠다고 했다.

아빠 출산휴가 확대 VS 셋째 낳으면 1억원

한 위원장과 이 대표는 지난달 18일 ‘저출생 공약’을 나란히 발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아빠 유급 출산휴가 일수를 현행 10일에서 1개월로 늘리고, 육아휴직급여 최대 지급액을 현행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인구 문제를 전담하는 부총리급 인구부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소득과 상관없이 셋째 자녀를 출산하면 1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신혼부부에게 1억원을 대출해주되 첫 자녀가 태어나면 대출을 무이자로 전환해주고, 둘째를 낳으면 원금의 절반인 5000만원을 감면하고, 셋째를 낳으면 원금 전액을 감면한다.

“실천할 것” VS “공약 사기”

여야의 총선 공약 상당수는 대선 공약과 겹친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간병비 급여화, 철도 지하화를 앞다퉈 약속했다. 여야 간에 공약 원조 싸움도 벌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대선 공약을 총선에서 재탕했다면서 “지금도 할 수 있는데 안 하면서 ‘이거 주면 하겠다’고 하는 것은 보통 사기꾼이 하는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 위원장은 같은 날 철도 지하화 공약을 거론하면서 “재원을 감안한 공약이고 우리는 실천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공약의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 공통 공약 중엔 중증환자 가족에게 필요한 간병비 지원도 있지만, 철도 지하화 같이 수십조원대 토건 공약도 있다. 수십년간 여야의 단골 선거 공약이었던 철도 지하화는 80조~10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재원 문제로 실현된 적이 없다. 여야는 철도 지하화 사업을 민자로 유치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시민이 교통비 상승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시민의 비용으로 개발업자 배만 불려준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다른 총선 공약 재원 마련도 과제다. 올해 세수 결손이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여야는 법인세·부동산세·증여세 등을 감세해왔다. 총선 공약에 대한 재원 마련 방안을 밝히지 않는다면 선심성 포퓰리즘 공약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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