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가려다 보충역도 못 간 교포, 한국 국적 선택할 수 있을까?

강은 기자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건물 유리문에 법원 상징 표식이 보이는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건물 유리문에 법원 상징 표식이 보이는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중국적자가 사회복무요원 소집 판정을 받고 장기간 기다리다가 전시근로역으로 편입됐다면 군복무를 마친 것으로 보고 한국 국적 선택을 허용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병역회피 등의 의도가 아니라 병력 배분상 문제로 복무하지 못했다면 일반적인 미필자로 간주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주영)는 한국과 미국 국적을 함께 갖고 있던 A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을 상대로 낸 국적선택신고반려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1993년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부모의 자녀로 태어나 한국·미국 이중 국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2017년 병역판정검사에서 신체 등급 4급 판정을 받고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으로 분류됐으나 자리가 포화상태였던 터라 3년간 대기만 하다 전시근로역으로 편입됐다. 전시 근로역은 전시 상황에만 군사업무 지원을 위해 소집되는 것이라서 평시에는 병역이 면제된다.

이후 A씨는 2022년 국적법에 따른 외국국적불행사서약을 하고 한국 국적을 선택하겠다는 신고 절차를 밟았으나 출입국청은 반려 처분했다. 전시근로역 편입은 군 복무를 마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이에 따라 A씨가 국적법상 국적 선택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국적법은 만 20살 전에 복수국적자가 된 사람은 만 22살 전에 국적을 선택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A씨처럼 만 22살이 지나 한국 국적을 선택하려면 외국 국적을 포기해야 하며, ‘군 복무를 마치거나 마친 것으로 보게 되는 경우’에 한해 외국국적불행사서약 방식으로 국적 선택 신고가 가능하다고 돼 있다.

재판부는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군 복무를 하지 못한 것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었기에 그가 군 복무를 마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병역판정검사를 받은 2017년 이후 (병무청이) 입영 통지를 한 사실이 없고 A씨가 소집에 응하지 않았거나 입영연기신청 등을 한 사실도 없는 등 병역의무를 회피하고자 시도한 바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A씨는 3년가량 대기만 하다가 전시근로역에 편입됐고 그 과정에서 A씨의 귀책 사유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이어 “전시근로역에 편입됐다는 사정만으로 국적 선택의 자유가 제한되는 결과가 초래되면 자기책임 원칙에 반할 뿐 아니라 그로 인해 달성하려는 공익도 불명확하다”면서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이 지나치게 커 비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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