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영 “첫화 20분에 승부, 말기암 환자라서 몸무게를···”

이혜인 기자

남편과 절친의 불륜현장을 적발한 여주인공. 뻔뻔한 남편의 반응에 분노하며 대항하던 중 살해까지 당한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10년 전으로 갑자기 회귀하게 되고, 다시 주어진 삶 속에서 복수를 다짐한다. 이같은 내용의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이하 ‘내남결’)는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상승하면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화려하게 종영했다. 심지어 해외 OTT 사이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는 57개국 TV쇼부문 흥행 콘텐츠 1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여주인공 강지원 역을 맡은 박민영은 “지극히 한국적인 내용이라 이런 흥행은 생각도 못했었다”며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고 다음 생에서 잘해보고 싶다는 요즘 사람들의 기대나 희망이 투영된 것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강지원 역을 맡은 박민영.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강지원 역을 맡은 박민영.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내남결>은 달달한 연기를 주로 해온 ‘로코퀸’ 박민영에게는 나름의 도전이었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민영은 “20년 가까이 연기를 하면서 이렇게 독기를 품은 역할을 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며 “처음 내뱉는 독한 대사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남편과 바람핀 절친의 결혼식장에 가서 “축하해, 내가 버린 쓰레기 알뜰살뜰 주운 거”, 상견례 자리에서 무례하게 구는 예비 시어머니에게 내뱉은 “아줌마, 판사에요? 왜 우리 아버지를 죄인 만들어요?” 등의 대사는 독기로 가득차 있었다. 박민영은 “어떤 장면들만 보면 제가 (악역인) 수민이를 오히려 괴롭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고 말했다.

“저는 지원이 다시 시작한 2회차 인생에서 소소하게 변해가는 모습들을 연기할 때가 좋았어요. 예전에는 수민이에게 (보기 싫은) 문자가 와도 바로 답장하는 스타일이었다면, 2회차 인생에서는 핸드폰을 집어 던져 버리면서 ‘미친 것들’이라고 말하잖아요. 그런 모습들이 통쾌하게 느껴젔어요.”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강지원의 1회차 인생(사진 위)과 2회차 인생(사진 아래) 모습. tvN 제공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강지원의 1회차 인생(사진 위)과 2회차 인생(사진 아래) 모습. tvN 제공

<내남결>에서 박민영의 연기력이 가장 빛난 것은 1화였다. 암 말기 환자인 지원이 깡마른 모습으로 남편과 절친의 불륜현장에서 망연자실하다 악다구니를 쓰는 모습을 보면, 뛰어난 연기에 붙이는 신조어인 ‘연기차력쇼’가 떠오른다. 그는 암 말기 환자인 강지원의 힘없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서 37kg까지 극단적 다이어트를 하기도 했다. 박민영은 “예전에는 드라마 시청률이 초반 4화에서 결정난다는 말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길이가 점점 짧아져서 1화 초반 20분이 결정짓는다는 말까지 있다”며 “저 역시 무슨 드라마든 1화에서 시청자의 눈을 반드시 사로잡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앙상한 뼈, 메마른 얼굴, 벚꽃잎 사이로 보이는 손떨림. 대본에 있는 이런 구절들을 충실히 이행하는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물론 CG(컴퓨터그래픽)를 이용하거나 분장으로 음영을 주는 방법도 있지만, 제가 정말로 힘들어야 지원의 회귀 전·후 모습이 잘 대비될 수 있으니까요.”

‘내 남편과 결혼해줘’ 1화에서 말기 암 환자 모습을 연기하는 박민영. tvN 제공

‘내 남편과 결혼해줘’ 1화에서 말기 암 환자 모습을 연기하는 박민영. tvN 제공

지원이라는 캐릭터에 누구보다도 깊게 몰입했던 그는 “인생 2회차를 살게 되면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고 싶느냐”는 질문에 “중학교 시절 수영을 배우던 때”라고 답했다. “아무 걱정거리도 없고 성취감 하나에만 집중하던 때”라며 “지금은 내 일의 결과에 따라 주변 분들께 가져야 하는 책임감도 있고, 생각할 것도 너무나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전 남자친구와 관련힌 구설수로 입길에 오르면서 느낀 바가 많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박민영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내가 실수를 저질렀을 때 아무도 내 곁에 없을 수 있다는 것들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은 배우로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는 것밖에 없기 때문에 한장면 한장면 찍을 때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면서 “다행히 그 진심이 좀 전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강지원 역을 연기한 배우 박민영.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강지원 역을 연기한 배우 박민영.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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