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집단행동’에 깊어지는 사설 구급차 업체 한숨···“월급 주고 나면 적자 날 판”

강한들 기자
사설 구급차 한 대가 7일 서울대병원 암병원 앞에 주차돼 있다. 강한들 기자

사설 구급차 한 대가 7일 서울대병원 암병원 앞에 주차돼 있다. 강한들 기자

“체감상 이송 건수가 최소 30%는 줄어든 것 같아요.”

7일 오전 11시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장기를 이송하기 위해 차에서 대기 중이던 사설 구급차 업체 직원 A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약 1시간 시간 동안 3~4대의 구급차가 드나들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아침에 많이 올 때도 있는데, 예전과 비교하면 조금 줄어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의사 집단 사직’이 본격화된 지 3주 차에 접어들면서 사설 구급차 업체들이 받는 타격이 커지고 있다. 일부 업체에서는 사태가 장기화하면 ‘폐업’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지난 5일부터 이날까지 경향신문의 인터뷰에 응한 사설 구급차 업체 대표들은 ‘이송 건수가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북부에서 사설 구급차 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한 대당 하루에 6~7건 정도 이송을 했는데, 지금은 1건 남짓”이라며 “업계 전체에 일이 없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 동부에서 사설 구급차 업체를 운영하는 심모씨도 “40~5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업체 대표들은 이송 건수가 줄어든 이유로 ‘응급실 이용 제한’과 ‘수술 건수 감소’ 등을 들었다. 서울 서부에서 사설 구급차 업체를 운영하는 C씨는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없다고 하면서 환자를 안 받는 경우가 많다”라며 “응급실에서 환자를 안 받는다고 해서 병원 3곳을 도는 경우도 잦다”라고 말했다. 심씨는 “(집단 사직 사태가) 보름을 넘기면서 수술이 거의 없어져 병원 간 이송이 많이 줄었다”라고 말했다.

한 환자가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다른 병원 전원을 위해 구급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한 환자가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다른 병원 전원을 위해 구급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이날 오후 3시 기준 통합응급의료정보 종합상황판을 보면 서울대병원·한양대병원·이대목동병원·국립중앙의료원 등 다수 병원에서 ‘의사 수 부족’을 이유로 특정 과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밝혀뒀다. 서울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서울아산) 병원에서는 지난 4일 기준 수술 30~50%가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업체들은 의사 집단 이탈의 영향으로 적자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 보고 있다. 특히 지역 소재 업체의 경우, 서울 병원에서 예정됐던 수술이 취소되며 타격이 크다고 한다. 이날 서울대병원에 통원 치료를 하는 암 환자를 이송한 강원도 사설 구급 업체의 대표 이모씨(52)는 “이송 건수 전체로도 70%가 줄었고, 서울로 가는 환자 이송 건수는 80%가 줄어서 수입이 많이 줄었다”라며 “월급을 주고 나면 4000만~5000만원 정도 적자일 거 같다”라고 말했다.

업체들은 겨울이 사설 구급차 업계의 ‘보릿고개’인데 ‘의사 집단 사직’으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고도도 말했다. 업체들은 야외 행사가 있을 때 비상 대기를 하는 일도 맡는다. 하지만 겨울에는 행사가 적어 비수기에 속한다. 심씨는 “총선을 앞두고는 큰 행사도 안 해서 구급차들이 대기할 일도 더 줄어들어 설상가상”이라며 “다음 주까지 넘어가면 일부 업체에서는 일을 계속할 것인지 자체를 고민하는 곳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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