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병대 출신 호주 교민 “이종섭 대사 부임, 조국이 범죄자 빼돌려 참담”

강한들 기자    강은 기자
‘시드니 촛불행동’ 회원 등 20여명의 호주 교민들은 지난 13일(현지시각) 호주 캔버라의 주호주 한국 대사관 앞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의 대사 부임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해병대 출신 황성준씨(50·가장 왼쪽)도 집회에 참석했다. 황성준씨 제공

‘시드니 촛불행동’ 회원 등 20여명의 호주 교민들은 지난 13일(현지시각) 호주 캔버라의 주호주 한국 대사관 앞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의 대사 부임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해병대 출신 황성준씨(50·가장 왼쪽)도 집회에 참석했다. 황성준씨 제공

“조국이 잘못한 사람을 도피시키듯 호주로 보냈다는 게 자존심이 상합니다. 호주 교민,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으로서 참담합니다. 군인은 장병 앞에 떳떳해야 하는데…. 이건 해병대 정신과도 맞지 않아요.”

1993년 해병대 부사관으로 입대해 11년 넘게 복무했다는 호주 교민 황성준씨(50)는 14일 경향신문과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황씨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채 상병 사건’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시민단체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20년 전 입던 해병대 군복을 꺼내 입고 “이종섭은 돌아가라” “호주대사 웬 말이냐” 등의 구호를 외쳤다.

황씨는 “시민단체 활동은 해본 적도 없지만 한 번쯤 ‘진실’을 말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나왔다”고 했다. 그는 “해병대원들은 무서워서 말을 못 하는 게 아니라 명령에 죽고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떤 지시가 내려오든) 참을 수밖에 없다. 세계 6위 국방력을 가진 한국에서 군 장병이 티 한 장 입고, 막대기 하나 들고 들어가는 게 말이 되나”라고 지적했다.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중 숨진 채 상병의 사망 당시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해병대 출신 호주 황성준씨(왼쪽). 황성준씨 제공 사진 크게보기

해병대 출신 호주 황성준씨(왼쪽). 황성준씨 제공

그러면서 황씨는 “국민을 위해 최선봉에 나설 수 있는 최강군 해병대가 자랑스럽지만 해병대 순수성이 더럽혀졌다”라며 “수색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장병들을 위험한 상황에 내몰았다는데 그건 해병대 정신에 어긋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휘관들은 ‘부하를 잘못 통솔한 책임을 진다’라고 했어야 한다”라면서 “이 사건 지휘관들은 완전히 ‘똥별’이다. 군대에 있을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장병들은 지휘관 말 한마디에 생과 사가 갈리기에 지휘관은 진실하고 성실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 전 장관이 주호주 대사로 부임한 데 대해서는 “전혀 맞지 않는 인물”이라고 했다. 황씨는 “실종자 수색을 하다 장병이 죽었는데 진실을 밝히지도 않으려고 했다. 한 입 가지고 두 말하는데 어떻게 신뢰를 받을 수 있겠나”라며 이 전 장관이 채 상병 사건의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를 최종 결재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한 것을 비판했다.

황씨는 이어 “피의자 신분이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에서 진상이 밝혀진 후 부임하는 게 맞다”라며 “윤석열 정부가 범죄자를 빼돌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전 장관이 호주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라며 “한국에 있을 때 병사 관리도 못 했는데, 10만 호주 교민을 어떻게 관리하나”라고 했다. 이어 “호주 시민들은 한국을 선진적이고 머리가 좋고 대단한 나라라고 인식하고 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여론이 안 좋아질 수 있다는 걱정도 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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