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장기 미제 전담 재판’…재판장 된 법원장 “보람 느껴”

김혜리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 실험 주목

“행정법원 제9부입니다. 오후 재판 시작하겠습니다.”

18일 오후 2시 서울행정법원 B206호. 법복을 입은 판사 세 명이 법정에 들어섰다. 언뜻 보면 여느 평범한 법정과 다를 게 없지만 이날 열린 재판은 달랐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재판 지연 문제의 해결책으로 내건 ‘법원장 장기 미제 재판부’의 변론이 열린 날이었기 때문이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해 12월 취임한 후 법원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재판 지연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장기 미제 사건을 일선 법원장에게 맡기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각급 법원엔 법원장을 재판장으로 하는 장기 미제 전담 재판부가 신설됐다. 이날 열린 재판도 김국현 서울행정법원장이 재판장으로 주재했다. 법원장이 주재하는 재판은 지난 14일 수원지법(법원장 김세윤)에서 처음 시작됐다.

김 법원장은 이날 재판에 앞서 “법원장으로서 재판하게 된 개인적인 소감은 굉장히 영광이고 좋다”면서 “판사는 사법행정을 맡게 되기도 하지만 재판을 하는 것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간단히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재판장으로서 성심껏 재판에 임하고, 우리 사법이 처한 현실과 위기에서 벗어나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다른 재판장과 호흡하면서 좋은 재판을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법원장이 지휘하는 재판부는 지난달 19일 신설됐다. 해당 재판부는 각 합의재판부에서 접수된 지 3년이 지난 장기 미제 사건 중 사안이 복잡한 고분쟁성 사건 40여건을 1차로 배당받았다. 김 법원장은 이번이 서울행정법원 네 번째 근무로, 2002~2003년 배석판사, 2015~2018년 부장판사, 2020~2022년 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 조세, 도시정비, 산업재해 등 각종 전담사건을 담당한 바 있다.

김 법원장은 이날 13건의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가장 오래된 사건은 한국환경공단과 세무당국이 부가세 관련 처분을 두고 다투는 소송이었다. 2014년 8월 접수된 사건으로, 앞선 변론은 약 1년 전인 지난해 4월 열렸다.

이날 변론이 진행된 사건 가운데는 아동학대를 이유로 정직처분을 받은 초등학교 교사 A씨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도 있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학부모가 아동학대를 의심해 아이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몰래 녹음한 내용을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는데, A씨는 이 사건의 피고인이었다.

형사사법 절차 지연은 법원뿐 아니라 검찰에서도 문제로 떠올라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직접 해결에 나섰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연 고검장 간담회에서 전국 고검장들과 함께 고검 검사 인력 활용 확대 등 수사 지연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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