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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카페, 생일카페

  • 정유라
[언어의 업데이트]무인카페, 생일카페

사람이 태어난 날과, 사람이 없음. 언뜻 양극단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두 단어, ‘생일’과 ‘무인’이 ‘카페’를 통해 우리 생활에 들어왔다. ‘무인카페’와 ‘생일카페’가 늘어나고 있다. 우선 ‘무인’은 기술의 용어다. 기술이 있어야 인간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은 가장 일상적 공간인 문방구, 세탁소, 편의점, 카페들을 무인화한다. 그곳엔 주인도, 점원도 없다. 오직 폐쇄회로(CC)TV와 자판기 그리고 키오스크만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 무인카페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커피를 스스로 제조해 먹고, 직접 치우는 대신 눈치를 보지 않고 카페에 머무는 것이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아직 운영 면에서 여러 어려움은 존재하나, 인건비만큼은 절약할 수 있으니 불경기와 고인건비 시대의 창업 업종으로 적합해 그 수가 늘고 있다.

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무인카페만큼 ‘한 인간의’ 탄생을 축하하는 생일카페도 많아졌다. 생일카페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생일을 축하하고자 팬들끼리 모여 카페를 대관하는 팬덤 문화에서 시작했다. 돌잔치를 준비하는 엄마의 마음처럼, 카페 전체가 생일자를 축하하기 위한 공간으로 꾸며진다. 카페 안에는 사진과 굿즈, 특별 제작된 컵홀더가 가득하고, 인증샷을 남길 수 있는 포토부스와 포토존도 정성스레 마련되어 있다. 심지어 생일 기념 ‘특별 굿즈’와 ‘스페셜 메뉴’가 준비되기도 한다. 생일카페는 아이돌 팬덤 문화에서 유래했으나 이제 다수의 사랑을 받는 ‘모든 사람’을 위한 이벤트로 확장됐고 최근엔 상업 브랜드도 생일카페를 진행하면서 하나의 대중문화로 자리 잡았다.

높아진 인건비와 기술 발달 그리고 비대면에 친숙해진 환경이 무인카페를 만들었다면, 팬덤 문화의 발전과 표현 방식의 다양화, 취향 공동체 간의 유연한 네트워크가 생일카페를 만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기계로 대체되고, 어떤 사람들은 더 창의적 방식으로 사랑받는 이 아이러니가 씁쓸하지만 납득된다. 기술과 사랑의 발달은 이런 식으로 양극화되기도 한다.

평일 점심시간, 회사 동료들과 밥을 먹고 우연히 방탄소년단(BTS) 슈가 생일카페에 들어갔다. 우리 중 아무도 (공식 팬클럽) ‘아미’가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환영받는 기분으로 주문을 마쳤다.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니 내가 최근에 간 곳 중 이렇게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모두가 행복해 보였다. 잔이 비면 사무실로 돌아가야 하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채도와 명도였다. 팬들의 국적도 인종도 다 달랐지만 생기와 축복이 가득한 건 같았다. 그건 꾸며낼 수 없는 진심이었다. 계속 그들을 바라보다 보니 그 진심이 전해졌다. 나까지 그의 생일을 축하하고 축복하게 만들었다. 누군가의 탄생이 이렇게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니 참 훌륭한 사람이네, 라고 생각하게 했다.

카페 벽에 걸린 현수막에는 ‘태어나줘서 고마워’라고 쓰여 있었다. 진부한 말인데 오래 맴돈 이유는 결국 우리는 서로에게 ‘태어나줘서 고마워’란 말을 하고 또 듣기 위해 살아간다는 것을 그 공간에서 몸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세계 곳곳에서 매일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하는 파티가 열리고 있다. 거기엔 생일카페도 포함이다. 23일은 NCT 드림의 런쥔 생일이라고 한다. 그의 팬이 아니더라도 우연히 그의 생일카페를 발견한다면 들어가보길 추천한다. 그곳에서 축하의 마음과 축복의 기운을 가득 받아 그 행복한 풍경의 일부가 되는 기쁨을 누리길 바란다.



[언어의 업데이트]무인카페, 생일카페

▲정유라
2015년부터 빅데이터로 라이프스타일과 트렌드를 분석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 <넥스트밸류>(공저), <말의 트렌드>(2022)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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