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호, 지금 필요한 건 중원의 ‘공·수 밸런스’

박효재 기자

태국 원정 앞둔 대표팀 ‘오답노트’

최종 수비 보호·측면 활용 살려야

황선홍 임시 감독이 이끄는 남자축구 대표팀이 태국과의 월드컵 지역 예선 홈 경기에서 충격적인 무승부(1-1)를 기록했다. 중원 조합에서 공수 불균형이 도드라졌다. 수비력이 부족한 선수들로 중원을 꾸린 것이 패착으로 평가받는다. 황 감독은 황인범(즈베즈다)과 백승호(버밍엄)를 3선에 배치하며 최종 수비 보호,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맡겼지만 두 선수 모두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니었다. 좀 더 앞선 위치에서 볼배급을 맡길 때 장점을 발휘하는 중앙 미드필더들이다.

패스 능력이 좋은 선수들을 앞세워 공격력을 극대화한다는 의도였지만, 최종 수비 보호 역할을 맡는 백승호가 상대의 강한 압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계획이 꼬였다.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맡은 황인범이 밑으로 내려오는 횟수가 잦아졌다. 26차례나 볼을 빼앗겼고, 전방으로 연결하는 패스 거리가 멀어지면서 패스 정확도는 떨어졌다. 최종 수비 보호하랴 공수 연결고리도 하랴 체력이 소진되면서 막판에는 상대 역습을 차단하는 수비 역할에도 허점을 드러냈다.

공격 숫자를 늘리고, 상대 수비를 끌어내는 역할을 해야 할 풀백의 위치도 아쉬움을 남긴다. 풋몹 등 축구통계 사이트를 보면 태국전 왼쪽 풀백으로 나선 김진수(전북)의 평균 위치는 하프라인보다 조금 앞선 자리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측면보다는 중앙 지향적인 자리에 위치하면서 결과적으로 공격 자원들이 중앙에 밀집된 모양새다. 김진수가 좀 더 상대 깊숙한 진영 왼쪽 측면에 붙어 있었더라면 상대 수비가 끌려 나와 윙어 등 2선 자원들이 침투할 공간이 생겼지만, 그러지 못했다.

왼쪽 측면에 설 때 파괴력을 보이는 오른발잡이 윙어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을 오른쪽 측면에 배치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슛각이 잘 나오지 않다보니 중앙과 측면을 활발히 오가며 슈팅을 아끼지 않는 그의 장점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 정우영은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주로 왼쪽 측면에 서면서 8골을 집어넣어 득점왕에 올랐다.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고 태국전에 나선 주민규(울산)가 등지고 버티며 손흥민(토트넘)의 득점력을 살리려 한 장면은 그나마 수확으로 볼 만하다. 하지만 이 카드가 통하려면 황 감독 본인이 말한 대로 공수 밸런스를 잘 잡으며 상대 수비를 끌어들여야 파괴력을 높일 수 있다. 선수들 간 손발을 맞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26일 태국 원정을 앞두고 있는 황 감독의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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