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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N수생·영재학교, ‘의대’ 키워드의 공통점은?

김원진 기자
의대 정원이 대폭 늘어나면서 입시 업계에서도 ‘의대 쏠림’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의 한 입시 학원에 의대 합격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 문재원 기자

의대 정원이 대폭 늘어나면서 입시 업계에서도 ‘의대 쏠림’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의 한 입시 학원에 의대 합격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 문재원 기자

서울 강남구가 올해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주요 의대 정시 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했다. 의대 입시 정시에서 ‘N수생’의 강세는 올해도 이어졌다. 올해 영재학교·과학고 출신의 서울대 의대 정시 합격자는 최근 3년 사이 가장 많았다.

의대 입시를 관통하는 세 키워드 강남·N수생·영재학교가 모두 사교육비 지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대규모 의대 정원 확대가 사교육비 팽창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5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공개한 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의대 입시에서도 합격자의 서울 강남 집중, 재수생 강세, 영재학교·과학고 출신의 의대 선호 현상이 이어졌다.

전국 33개 의대의 2024학년도 의대 정시 합격자 지역별 분포를 보면, 서울 강남구 출신 고등학생이 20.8%로 가장 많았다. 2022학년도 16.3%, 2023학년도 19.2%에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로 넓히면 의대 정시 합격자는 더 늘어난다. 의대 정시 합격자 10명 3명(32.8%)이 서울 강남 3구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다. 이는 2022년 27.4%에 비해 증가한 수치다.

올해 의대 정시에서도 고교 졸업 후 다시 수능을 보는 ‘N수생’의 강세가 이어졌다. 올해 전국 33개 의대 정시 합격자 1171명 중 N수생 비율은 79.2%였다. 10명 중 8명이 N수생인 셈이다. 고교 3학년에 수능을 봐 정시로 의대에 합격한 인원은 전체 18%였다.

N수생에는 이공계에서 자퇴해 의대 진학을 희망한 이들이 다수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대학의 자연계 학생들의 자퇴율은 인문계열 학생들보다 높다.

종로학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21년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자연계열 재학생 중 자퇴·미등록 등으로 중도탈락한 학생은 1421명이었다. 2019년 893명에서 59.1% 증가한 수치다. 반면 인문계열 중도탈락자는 2019년 444명에서 2021년 453명으로 소폭 늘었다.

실제 영재학교·과학고 출신의 의대 진학 비율은 낮지 않다. 올해 서울대 의대 정시 합격자 40명 중 영재학교·과학고 출신은 10명(25%)이었다. 2022학년와 2023학년도의 서울대 의대 정시 합격자가 각각 9명, 5명인 데에 비해 늘어났다.

N수가 영재학교·과학고 출신에게 의대 입시의 우회로처럼 사용되는 측면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영재학교·과학고 졸업자가 일단 이공계에 진학한 뒤 N수를 택해 의대에 진학하면 교육비를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

의대생 증원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의 대립이 지속되는 가운데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시작된 지난달 25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 한수빈 기자

의대생 증원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의 대립이 지속되는 가운데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시작된 지난달 25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 한수빈 기자

교육비 환수를 감안하고 의대나 약대에 진학한 학생들도 적지 않다. 전국 8개 영재학교에서 올해 의약학계열 지원·진학자 66명에게 환수한 교육비는 4억2000만원이었다.

강남·N수생·영재학교는 모두 대규모 사교육비 지출과 연관돼 있다. 서울 강남구는 전국에서 가장 학원이 많은 기초지자체다. 유명 입시 학원이 몰려 있는 강남구 대치동은 학원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재수학원 가운데 성적 상위권 학생들이 선호하는 곳은 연간 수천만원의 비융을 내야 한다. 재수학원에 들어가는 사교육비는 정부의 사교육비 조사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연간 3000만~4000만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재학교·과학고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진학 전부터 비싼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 교육부의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를 보면, 영재학교·과학고 진학을 희망한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지출액은 한 달에 60만3000원이었다. 전년 대비 7.8%나 늘어난 액수다.

영재학교·과학고는 재학 중에도 사교육비가 많이 들어간다.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강 의원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영재학교에 다니는 고교 1학년 학생 43.8%가 사교육비로 월 150만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킬러문항 논란, 올해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등 요동치는 입시 변화는 사교육비 증가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킬러문항 배제, 의대 정원 확대는 입시의 불확실성을 키워 상위권 학생들에게 사교육비를 더 쓰게 하는 유인이 크다. 이 때문에 지난해 27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사교육비는 강남·N수생·영재학교·과학고를 중심으로 더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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