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온 칸유니스 주민들 “터전 산산조각”

손우성 기자

이스라엘 철군 후 귀향 행렬

표적지 재진격 우려에 ‘불안’

<b>거리에 놓여있는 불발탄</b> 이스라엘군이 철수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거리에 남아 있는 불발탄 옆으로 차량이 8일(현지시간)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거리에 놓여있는 불발탄 이스라엘군이 철수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거리에 남아 있는 불발탄 옆으로 차량이 8일(현지시간)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철수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최대 도시 칸유니스엔 8일(현지시간) 삶의 터전을 떠나야만 했던 주민들의 귀향 행렬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들을 맞이한 건 폐허가 된 집과 가족들의 시신뿐이었다. 유일한 희망인 휴전 협상도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답보를 거듭하고 있어 주민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가디언은 이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군대를 물린 지 하루 만에 가자지구 주민들은 황폐해진 칸유니스로 터벅터벅 돌아왔다”며 “죽음의 냄새가 자욱한 이곳에서 사람들은 잔해 속에 묻혀 있던 지인 시신을 거두고 흔적 없이 사라진 집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이 철군한 칸유니스는 도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가디언은 “칸유니스 건물의 약 55%가 파괴되거나 손상됐다”고 설명했다. 칸유니스로 돌아온 주민들은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칸유니스 나세르 병원 소아과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1월 최남단 라파로 떠났던 아미드 알파라는 뉴욕타임스에 “가족과 함께 살던 3층짜리 빌라가 잿더미로 변한 모습을 보고 쓰러져 기절할 뻔했다”며 “지난 20년간 이 집을 짓기 위해 열심히 살았는데, 결국 (미사일) 버튼 하나에 산산이 조각났다”고 말했다. 주민 아크람 알사트리도 “잔해가 널브러져 있어 길을 걷기조차 힘든 상황”이라며 “극히 일부만 사랑하는 사람들의 유해를 찾을 수 있지, 나머지는 시신이 워낙 부패해 옷가지로만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칸유니스가 여전히 이스라엘군의 주요 표적이라는 점이다. 일각에선 이스라엘이 칸유니스에서 전격적으로 철수한 이유가 최남단 도시 라파에 지상군 투입을 앞두고 라파 피란민들을 대피시킬 공간을 마련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라파에서의 지상 작전이 완료되면 언제라도 하마스 대원 색출을 명분으로 칸유니스에 다시 진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비극의 고리를 끊을 휴전 협상도 지지부진하다. 전날까지만 해도 모든 협상 당사자가 기본 사항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발신됐지만, 하마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이 제안한 휴전안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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