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당의 ‘협치’ 요구, 채 상병 특검법 거부 명분 될 수 없다

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권한대행이 지난 25일 당사에서 열린 ‘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들’ 토론회에서 발언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권한대행이 지난 25일 당사에서 열린 ‘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들’ 토론회에서 발언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연일 ‘협치’를 거론하고 있다. 정희용 수석대변인은 지난 27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회담을 앞두고 “민생의 고통이 큰 시급한 현안을 먼저 살피라는 민심의 목소리를 받들고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려면 무엇보다 협치가 기반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6일 민주당이 다음달 2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채 상병 특검법’ 등을 표결 처리하려는 데 대해 “여야 협치를 파괴하고 22대 국회도 독주하겠다는 예고편”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협치를 주문하기 전에, 협치할 준비와 자세가 돼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협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야당의 도움 없이는 법안 하나 처리할 수 없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2년간 국민과 야당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협치를 거부했다. 국민의힘은 그런 대통령실의 눈치만 보면서 야당과의 대화와 소통을 외면했다. 총선 결과는 ‘불통’ 국정으로 일관한 윤 대통령, 스스로 용산에 굴종을 선택한 국민의힘에 대한 동시 심판이었다. 국민의힘이 이제 와서 협치를 말하려면 과오를 자성하고 달라져야 한다.

그런데도 총선 참패 이후 국민의힘은 쇄신은커녕, 반성과 성찰의 기색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친윤석열·친한동훈, 영남·수도권으로 나뉘어 ‘네 탓’ 공방을 하는 게 고작이다. 두 달짜리 관리형 비상대책위원장에 희생하겠다고 나서는 이도 없다. 이 와중에 책임져야 할 친윤 세력은 ‘찐윤(진짜 친윤)’ 이철규 의원을 원내대표에 앉혀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여당이 무엇 하나 달라지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데, 협치를 부르짖는다면 누가 그 진정성을 이해하겠는가. ‘협치’라는 단어가 거대 야당 탓을 하기 위한 소수 여당의 핑계로 사용될 순 없다.

협치는 여야가 생산적 논의를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총선 민심은 이런 정치 복원을 주문했다. 당장 민생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야가 협력해야 할 일이 많다. 민주당은 힘 자랑하듯 국회를 운영하면 안 되지만, 국민의힘도 윤심에만 휘둘려선 안 된다. 윤 대통령이 잘못된 길을 간다면 할 말을 해야 한다. 채 상병 특검법은 여당의 총선 민심 부응과 협치 의지를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민의힘은 민심을 거스른다면 다음 선거에서도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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