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근대 은은한 ‘중국 공예품의 미’

도재기 선임기자

학고재 갤러리 ‘함영저화-중국 고문물특별전’

수골나한상.

수골나한상.

옛 미술품에는 현대미술과 달리 켜켜이 쌓인 시간의 두께, 역사가 녹아들어 있다. 수백~수천년 동안이나 고이 보존돼 지금까지 전해져오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시공을 초월한 아름다움, 독특한 미감을 지닌 장인이 당대 시대상·가치관을 담아 빚은 명품들이기 때문이다. 어제 없는 오늘이 없듯이, 오늘 명품을 낳는 영감의 원천도 바로 먼 옛날의 고미술이다.

학고재갤러리의 ‘함영저화(含英咀華)-중국 고문물특별전’은 갖가지 중국 고미술품을 통해 전통이 지닌 힘과 의미를 살피는 귀한 자리이다. 학고재는 “전통에 깊이 들어가 본 사람만이 전통에서 멀리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시 취지를 밝혔다. 그래서 전시명을 ‘꽃봉오리를 머금고 꽃을 씹는 듯 사물의 묘미를 깊게 새긴다’는 뜻의 ‘함영저화’로 했다.

전시장에는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6000여년에 걸친 옥기·도자·금속 등 공예품 131점이 나왔다. 학문 깊은 문인이 소장했을 문방사우를 비롯해 각종 소품들, 복을 부르는 간절한 기원을 담은 주술적 작품 등 그야말로 가지각색의 문물이다.

관람객을 처음 맞는 나한상(수골나한상)은 은은한 미소가 압권이다. 척추와 갈비뼈가 고스란히 드러날 정도로 힘든 수행을 한 나한은 마침내 깨달음을 얻었고, 얼굴에는 법열이 한껏 피어났다. 불룩한 이마는 지혜를 상징하는 부처의 육계를 떠올리게 한다. 백자 재료인 백토에 유약을 부분적으로만 사용한 남송~원나라 때 작품으로 추정된다.

금제 마노 우두형 잔.

금제 마노 우두형 잔.

중국 하가점문화(신석기시대) 채색 삼족 토기.

중국 하가점문화(신석기시대) 채색 삼족 토기.

전시장 중앙에 자리한 한쌍의 잔(금제 마노 우두형 잔)은 보석의 하나인 마노로 소머리를 간결하게 표현한 옥기다. 투명할 정도로 정교하게 다듬은 노을빛 잔은 금실 마무리로 품격을 높였다. 3개의 발이 달린 삼족토기는 홍색·백색·황색의 안료로 현대 추상화 같은 문양을 그린 중국 하가점문화(신석기시대) 시기의 작품이다.

문인들의 정취가 아련한 문방용품은 감상하는 맛이 일품이다. 벼루와 필통, 붓을 걸어두는 필산과 붓을 씻는 용기인 필세, 연적, 인장, 문진 등이다.

청화백자 필산.

청화백자 필산.

‘청화백자 필산’은 신화 속 이상향을 빼어난 조형미로 표현했는데, 13~14세기 작품으로 보인다. 청나라 건륭황제를 위해 만든 벼루 ‘청건륭 송화강석 어옹도연’은 독특한 색깔의 속돌을 연당(먹을 가는 부분)으로, 검붉은 겉돌은 덮개와 받침으로 삼았다. 실용품으로 보기엔 크기가 작아 ‘먹이 아니라 마음을 간’ 상징성이 돋보인다. 또 그 유명한 서화가 제백석이 전각한 ‘화사백석 인장’을 비롯, 수산전황석·창화계혈석 등 이름난 돌로 만든 인장들도 출품됐다.

이 밖에도 물총새 깃털로 장식한 장신구, 고급스러운 청화백자, 세밀한 조각이 돋보이는 금속공예, 선사시대 옥패와 유물들도 눈길을 끈다. 전시기획자인 박외종 학고재갤러리 고문은 “쉽게 접하기 힘든 고문물을 어렵게 모아 애호가들에겐 드문 감상의 기회를, 일반 관람객에겐 중국 고문물의 다양한 맛을 알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전시는 오는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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