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경제평론가 이원재

정원식·사진 김정근 기자

경제 숫자 속 수백만명의 삶을 이야기로 풀어서 설명

경제평론가 이원재 소셜픽션랩 소장(42)은 2012년 대선 때 안철수 후보 캠프에서 정책기획실장을 맡았다. 2013년 4월 출간한 <이상한 나라의 정치학>(한겨레출판)에서 이 소장은 이렇게 말한다. “‘정치가 바뀌어야 삶이 바뀝니다’라는 슬로건은 이렇게 바뀌어야 했다. ‘삶이 바뀌어야 정치가 바뀝니다.’”

한겨레신문 기자, 미국 MIT 경영학석사(MBA),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안철수 후보 캠프, 소셜픽션랩 소장 등으로 이어져온 그의 행보는 ‘삶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경제 문법을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맞추어져 있다. 일련의 행보를 관통하는 열쇳말이자 그가 꿈꾸는 해법은 ‘사회적 경제’다. 이 소장이 말하는 사회적 경제란 “국가도 시장도 아닌 영역, 즉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지는 경제”이자 “탐욕 대신 이타심, 상호성, 협동, 사회적 목적, 명예와 헌신 같은 동기가 지배하는 경제”를 뜻한다. 최근에는 ‘소셜 픽션’이라는 개념을 들고 나와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고 있다.

[뉴 파워라이터](13) 경제평론가 이원재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 캠프 정책기획실장으로 일했다. 얻은 게 있나.

“흔히 정책은 소수 엘리트들이 만드는 딱딱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안철수 캠프에서는 20~30명의 전문가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방식으로 일했다. 토론을 통해 합의를 만들고 그 합의를 바탕으로 정책을 만드는 과정을 지향했다.”

-대선이 끝나고 쓴 <이상한 나라의 정치학>에서는 “가장 깊은 좌절을 경험했다”고 썼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그랬다. 한국에서 정치는 전쟁이더라.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아니라 죽느냐 사느냐의 게임이다. 정치가 정책 중심으로 돌아가려면 전쟁이 아니라 경쟁을 해야 한다.”

정치가 정책 중심으로 가려면 전쟁 아닌 경쟁 해야

-경제평론가로서 역할 모델은 누구인가.

[뉴 파워라이터](13) 경제평론가 이원재

“돌아가신 정운영 선생을 존경하고 <블링크> <아웃라이어>를 쓴 미국 경영저술가 말콤 글래드웰을 좋아한다. 정운영의 글은 정교한 콘텐츠를 문학적으로 표현한다. 보통 경제라고 하면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이지만 정운영의 글은 경제에 인간적 온기를 입혔다. 대신 친절하진 않다. 글래드웰은 깊이는 떨어지지만 대중에게 친절하게 다가가는 능력이 뛰어나다. 딱딱한 걸 부드럽게 전달하는 능력은 세계 최고다.”

-좋은 경제평론가에게 필요한 자질은 뭔가.

“경제학자들은 대중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경제평론가는 다르다. 어려운 것을 쉽게 전달해야 한다. 그런데 잘 전달하려면 내용을 아주 잘 알아야 한다. 경제평론가가 새로운 것을 학구적으로 파고들어서 이론 지형을 바꾸는 데까지 나아가긴 힘들다. 그러나 최소한의 이해는 필요하다. 사회 이슈나 정치 이슈는 사람들이 이해도 빠르고 반응도 좋다. 경제 이슈는 어렵다는 이유로 반응도 약하고, 이 때문에 소수 전문가와 관료들이 이슈를 끌고 간다. 경제 이슈를 잘만 설명하면 대중들이 정치 이슈에 반응하듯 잘 반응하게 되고 사회를 좀더 민주적으로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단독 저서 7권을 냈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책은 뭔가.

“<주식회사 대한민국 희망보고서>(원앤원북스, 2005)와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어크로스, 2012)이다. <주식회사 대한민국 희망보고서>는 미국에서 공부할 때 당시 한국 언론이 왜곡하고 있던 한국 경제위기설을 비판하기 위해 쓴 책인데, 정치권에서 반응이 뜨거웠다.(당시 이정우 청와대 정책위원장이 이 책을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했고 청와대 제1부속실이 책의 내용을 요약해 대통령보고서에 포함시켰다.) 제일 애착이 가는 책은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이다. 탐욕이 자본주의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현실을 분석하고 그 대안으로 사회적 경제의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해 야심적으로 쓴 책이다. 1만5000부쯤 나간 책이다.”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이 가장 애착이 가는 책이라고 했는데, 책 쓸 때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

“이야기로 풀어가려고 했다. 경제는 항상 숫자로 표현된다. 숫자의 임팩트가 크기는 하다. 그러나 숫자 하나에 들어 있는 건 수백만명의 삶이다. 그 삶을 풀어서 설명하고 싶었다.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우리 경제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려고 했다. 예컨대 기업은 성장하는데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 현상을 순창고추장을 통해 이야기하거나 비정규직 문제를 홍대 청소노동자의 이야기를 통해 설명하려 했다.”

-현재 직함이 소셜픽션랩 소장이다. 소셜픽션이란 뭔가.

“소셜픽션은 지난해 4월 그라민 은행 창립자인 무함마드 유누스가 주창한 개념이다. 19세기 과학소설(SF)에 등장한 아이디어들이 모두 현실이 되었듯 사회도 우리가 상상한 대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산업화도 불가능해 보였던 상상을 현실로 만든 것이고, 민주화도 거대한 상상을 바탕으로 불가능을 현실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산업화와 민주화는 됐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산업화와 민주화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상상을 해보자는 것이다.”

경제 이슈 어렵지만 잘만 설명하면 대중 반응 좋아

-소셜픽션에 담긴 비전은 뭔가.

“나는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서 태어났는데, 몇 년 전에 다시 그 동네에 돌아가서 살고 있다. 모든 것이 재개발로 사라졌는데 20여년 전 동네서점만은 그대로 있어서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런 서점의 존재를 신기하게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다. 우리 사회는 서점 주인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큰 돈은 아니더라도 적절한 수입을 올리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신기한 존재가 되고, 자산을 엄청나게 불리고 키우려는 사람들만 정상인 사회가 된 것이다. 내 비전은 적절한 욕구로 가치 있는 삶을 살려는 사람들이 표준이자 다수가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들의 출현도 그런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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