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 니체에게서 원효를 읽었다

이윤택 | 극작가·연출가

▲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 니체

[이윤택의 내 인생의 책](4)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 니체에게서 원효를 읽었다

이 책을 제대로 읽어낸 독자는 과연 얼마나 될까? 읽어냈다고 하더라도, 아포리즘과 드라마가 결합된 이 난삽한 저술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었을까? 나는 일단 제법 책 좀 읽었다고 자부하는 20대에 이 니체의 대표작을 읽어내지 못했다. 내가 먼저 접한 것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음악이었고, 장정윤의 춤이었다. 그리고 1990년대 초 프랑스 극작가의 각색 희곡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였다. 당시 언론계에 종사하시던 기자분이 400장에 가까운 원고지에 만년필로 쓴 대본이었다. 어떻게든 이 엄청난 작품을 무대에 올려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던 것이다.

나는 그때서야 독일의 위대한 철학자이자 시인인 니체의 원본을 읽어내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마침 시인 장석주형이 운영하던 청하출판사에서 니체전집이 다시 번역 출판되었고, 나는 그제서야 이 엄청난 저술과 정면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은자의 하산기다. 산에서 내려오는 과정에서 늙은 노인과의 대화를 통해 니체는 기존 제도적인 종교계에 대해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진리는 저 세상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세상을 가로질러 가는 짜라투스트라의 체험과 체험에서 걸러진 사유가 종합된 책이다.

여기서 니체는 ‘짜라투스트라’라는 초인의 개념을 탄생시키는데 초인을 영어로 번역하면 슈퍼맨이다. 니체의 초인 개념은 백년 후 대중의 우상 슈퍼맨으로 재등장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한다.

나는 니체의 엄청난 사상과 미학을 감히 한국의 고승 원효와 만나게 했다. 그리하여 2000년 5월 음악극 <도솔가-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를 선보인다. 니체가 곧 원효이고 내가 꿈꾸고 추구하는 길이 곧 짜라투스트라의 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결코 읽기를 포기해서는 안될 필독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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