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입자물리학자 이강영

김종목·사진 김정근 기자

“과학은 용어부터 생경… 상식 수준서 쓰려고 노력”

이강영 경상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그간 60여편의 논문을 썼다. 그 목록엔 ‘유카와 결합 상수에 내포된 플레이버 대칭성의 의미’, LHC에서 좌우동형 모델에 나오는 전기를 띤 힉스 입자의 생성’ 같은 제목이 있다. 이 교수는 물질의 가장 기본적 구조가 무엇인지, 그 구조를 이루는 입자는 무엇인지, 또 그것들이 상호작용하는 원리를 따지는 게 입자물리학이라고 했다. 입자물리학이 보이지 않는 것의 위대함을 알려주고,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가르쳐준다고 여긴다. 이 논문들에는 그가 깊이 연구한 세상의 이치가 들어있을 터다.

하지만 기자는 논문 목록을 들여다보면서 세상이 더 이해하기 어려운 곳으로 변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2011년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APCPT)가 선정한 올해의 과학도서 10권에 선정됐고, 같은 해 한국출판문화상 저술(교양) 부문을 수상한 첫 책인 (사이언스북스)을 마주했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과학, 수학에 젬병인지라 일종의 경외와 주눅이 범벅된 채 인터뷰 준비를 했다.

이 교수의 ‘과학 글쓰기’의 진가를 확인한 건 칼럼이다. 철학, 문학, 시사, 대중문화를 예로 들면서 대중이 어려워하는 과학 개념과 원리를 쉽게 풀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과학웹진 크로스로드(http://crossroads.apctp.org)에 연재한 칼럼은 곧 책으로 묶여 나올 예정이다. <보이지 않는 세계>(휴먼사이언스), <파이온에서 힉스 입자까지>(살림)도 대중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지난달 27일 이 교수와의 인터뷰는 글쓰기부터 기초 과학 지원 문제까지를 아울렀다. 그는 과학을 둘러싼 여러 문제에 비판적이면서도 “과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직업 선택과는 관계 없이 굉장히 좋은 일이고 필요한 일이며,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또 “과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지성을 키워주고 현대 세계를 올바로 이해하는 일”이라고 했다.

[뉴 파워라이터](19) 입자물리학자  이강영

- 과학을 쉽게 풀어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 쓸 때 염두에 두는 게 있다면.

“별 생각 없이 쓴다.(웃음) 과학자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개념이라도 보통 사람들은 생경한 말로 여길 것이다. 가능하면 전문 용어를 그냥 쓰지 않고, 상식적으로 알 만한 개념과 연결지어 이야기하려고 한다.”

■ 현대물리학 이해할 수 있는 책 쓰고 싶어

- 쓰고 싶은 책이나 연구는.

“현대물리학의 중요 주제 하나를 잡아서, 그 개념·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 되는 책을 쓰고 싶다. 대중을 위한 읽을거리와 교과서의 중간 어디쯤에 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연구하는 주제는 다양하고 여러 방면으로 열려 있다. 가속기를 통한 것이든, 우주 천체 물리학적인 데이터를 통한 것이든 근본적인 것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에 관심을 갖고 있다.”

- 중학교 때 루쉰의 <아큐정전>을 읽었다고 들었다. 독서 취향은.

“고등학교 때 이노키 마사후미라는 물리학자가 쓴 <현대물리학입문>을 읽으면서 진로를 정했다. 옛날부터 딱히 체계가 없이 뭐든지 읽었다. SF 같은 장르 문학도 좋아한다. 지금도 인문학 등 여러 분야를 읽는다. 사회과학 책은 읽기 어렵다. 내가 모르는 개념을 가지고 모르는 차원의 논의를 모르는 맥락에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면 아예 개론책을 사서 읽는다.(웃음) 어렸을 때부터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은 자꾸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무언가를 알고 싶으면 책부터 찾아보게 된다.”

- 모르는 걸 못 참는 건가.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걸 좋아한다.”

- 오래전 프로야구 개막전 투수까지 알 정도로 기억력이 비상하다고 소문이 났던데.

“아마도 좀….(웃음) 술자리에서 사실 여부를 두고 논쟁이 생기면 검증해줬다. 요즘은 스마트폰 때문에 당할 수가 없다.(웃음) 야구를 좋아한다. 충암초등학교를 나왔다. 초·중·고가 같이 있는 학교인데 6학년 때 충암고가 봉황대기에서 우승했다. 그때 최우수 선수가 조범현씨, 감독이 김성근씨였다.”

- 물리학자에 대한 정형화된 이미지일 수 있는데 야구를 볼 때도 계산을 하나.

“과학자는 계산하는 게 제일 편하다.(웃음) 타율이나 타구 방향, 각도 같은 계산을 자연스레 한다. 눈에 보이는 소재들을 해석하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예를 들면 야구는 왼손타자가 유리한 특별한 경우다. 그 이유는 1루가 (타자석에서 볼 때) 오른쪽에 있기 때문이다. 축구장과 달리 그라운드의 오른쪽, 왼쪽의 대칭성이 깨져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따져보는 게 재미있다. 과학자라 관점이 다를 수는 있다. 물이 끓거나 감기에 걸리는 것을 단순히 새로운 상태가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평형이 깨지는 상태라고 보는 식이다.”

[뉴 파워라이터](19) 입자물리학자  이강영

■ 야구는 재미있는 소재… 보면서 타율 등 떠올라

- 한국 과학 현실도 묻고 싶다. 기초과학 지원 문제가 계속 나오는데.

“개인 연구비가 축소되고 소수에게 집중된다. 정부는 그렇지 않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모든 사람이 피부로 느낀다. 대부분의 기초과학 연구자들이 대학에 있는데, (연구비 축소 때문에) 개개인이 하는 풀뿌리 연구 기반이 흔들린다. ‘교수들이 연구를 안 한다’는 말을 맥락 없이 하는 건 의미가 없다. 대부분 자연과학 연구는 최소한 필요한 실험과 기자재가 있다. 그런데 지방은 연구비를 따기가 힘들고, 지원자가 없어 대학원생 구하기도 힘들다. 연구비도 없고 대학원생도 없으면 연구를 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고, 연구를 못하면 다시 연구비를 받을 수 없다. 악순환인 것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연구는 첨단 흐름과 상호작용해야 하는데, 그런 식으로 몇 년을 쉬면 다시 하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교수들이 연구를 안 하는 게 문제라고 하면 답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일정 정도 수준의 성과를 낸다면 최소한의 지원은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지방대에 와 보니 분위기가 확연히 비관적이다.”

- 이공계 기피 현상은.

“‘젊은이들이 꿈을 갖지 않는다’ 식으로 훈계하고 충고하는 굉장히 이상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개개인은 사회제도에 대해 나름 최적화된 답을 구한다고 본다. 이공계를 기피한다는 것은 이공계의 진로를 택했을 때 기댓값이 작다고 사람들이 보기 때문이다. 잘될 확률이 작고, 성공해도 얻을 수 있는 게 작다. (기댓값을) 제도적으로 늘려줄 방법을 강구해야지, 개개인의 흥미나 사기를 북돋는 걸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Today`s HOT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