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장소적 교회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김종목 기자

·코로나 이후 교회의 미래 담은 ‘바이러스에 걸린 교회’

코로나19는 한국 개신교에 내우외환의 위기를 불러왔다. 그중 하나가 교회를 지탱한 인적·물적 토대인 신자 수와 헌금의 감소다. ‘대면·비대면 예배’의 이슈도 불거졌다. 보수 개신교는 대면 예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방역 정책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국 교회의 대면 예배 강행 의지는 곧 외부로부터의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현재의 한국 교회를 지탱하고 있는 교회 내부의 정치적·사회문화적·경제적 질서를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양권석 성공회대 교수)이라는 말도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한국 교회의 사회 신뢰도가 더 낮아지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교회는 어디로 가야 하나. <바이러스에 걸린 교회>(삼인)는 극우 개신교의 반공주의와 반이슬람·반동성애 등 소수자 혐오·차별 문제, ‘쇼핑몰 교회’와 ‘대형 교회’ 문제, 코로나19 이후 노인, 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의 고통 가중 문제를 지적하면서 환대와 연대의 ‘비대면 예배’ ‘온라인 교회’ ‘작은 교회’의 가능성과 대안을 짚는다.

온라인 예배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대형 교회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예배를 온라인으로 중계했다. 김승환(목사·도시공동체연구소 연구원)은 ‘온라인 교회’와 ‘교회 온라인’을 구분한다. ‘교회 온라인’은 ‘온라인을 통해 신앙 프로그램을 송출하면서 성도들의 신앙생활을 돕는 것’이다. ‘장소로서의 교회가 중심이 아닌 가상의 공간 안에서 예배를 포함한 일체의 신앙생활과 소속감을 이루는’ 게 ‘온라인 교회’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는 거리 두기 4단계로 대면예배가 금지된 지난달 18일 대면예배를 강행해 운영중단 명령을 받았다. 운영중단 기간 중 5주 연속 대면예배를 강행했다. 성북구는 20일 0시부터 시설폐쇄 조치에 들어갔다. 이 교회는 성북구를 상대로 시설폐쇄 처분 취소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이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사거리 동화면세점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전광훈 목사의 설교를 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는 거리 두기 4단계로 대면예배가 금지된 지난달 18일 대면예배를 강행해 운영중단 명령을 받았다. 운영중단 기간 중 5주 연속 대면예배를 강행했다. 성북구는 20일 0시부터 시설폐쇄 조치에 들어갔다. 이 교회는 성북구를 상대로 시설폐쇄 처분 취소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이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사거리 동화면세점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전광훈 목사의 설교를 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국 교회들은 ‘교회 온라인’을 활용할 뿐 ‘비대면 예배’, ‘온라인 예배’에 부정적이다. 온라인 교회를 공식적인 교회로 인정하지 않는 기류가 강하다. 현장 대면 예배, 교인과 목사 간, 교인과 교인 간 유대, 교회에 대한 소속감, 헌금 수입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온라인 예배와 현장 예배의 공존’, ‘온라인 교회로의 전환’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할 때라고 말한다. 이 대안은 현재 교회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김승환은 책에서 ‘쇼핑몰 교회’부터 비판한다. “쇼핑몰이 새로운 상품을 진열하고 할인 행사를 실시하며 각종 마케팅과 이벤트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것처럼 교회들은 다양한 신앙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영적 수준을 업그레이드 해주면서 차별화된 신앙의 경험이 가능한 것처럼 유혹한다.” 지금 한국의 화려한 교회 건물도 쇼핑몰처럼 세상과 단절된 공간이다.

“하나님이 특정 건물에 거하는 것일까? 화려한 교회 건축을 하나님이 기뻐할까? 성서를 통해서 볼 때, 하나님은 건물 안에 갇혀 있는 존재가 전혀 아니다. 코로나19는 장소적 교회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김승환은 “종교 건물에서 벗어난 종교적 경험의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건물 중심의 신앙이 무너지고 있다”며 건물의 규모가 주던 안정감과 소속감이 아니라 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 관계 맺기는 ‘온라인’으로도 가능하다. 1020세대의 급격한 신도 수 감소를 두고 “온라인 예배라는 새로운 접근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했다.

<바이러스에 걸린 교회>는 코로나19 이후 탈성장·탈권위·탈성별을 추구하고, 사회적 소수자를 환대하는 ‘온라인 교회’와 ‘작은 교회’의 가능성과 대안을 짚는다. 사진은 2020년 12월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 대성전에서 열린 비대면 온라인 성탄 축하 예배 모습. 단지 예배를 온라인으로 중계하는 ‘교회 온라인’과 가상 공간에서 일체의 신앙생활과 소속감을 이루는 ‘온라인 교회’는 구별해 봐야 한다. ‘연합뉴스

<바이러스에 걸린 교회>는 코로나19 이후 탈성장·탈권위·탈성별을 추구하고, 사회적 소수자를 환대하는 ‘온라인 교회’와 ‘작은 교회’의 가능성과 대안을 짚는다. 사진은 2020년 12월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 대성전에서 열린 비대면 온라인 성탄 축하 예배 모습. 단지 예배를 온라인으로 중계하는 ‘교회 온라인’과 가상 공간에서 일체의 신앙생활과 소속감을 이루는 ‘온라인 교회’는 구별해 봐야 한다. ‘연합뉴스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하나. ‘온라인’이란 매체나 교회의 물리적 크기는 부차적이다. ‘작은 교회’가 곧 ‘온라인 교회’로 가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거리 두기가 장기화되면 ‘대형 온라인 교회’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저자들은 코로나19 이후 예수 가르침의 실천, 공동체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연대와 환대 같은 가치를 교회가 담아내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주인(영국 골드스미스대학 박사과정)은 “내가 누군가를 초대함으로써 초대받은 자를 포용하는 것은 나의 우월함에 기반한 조건적 환대에 불과하다. 무조건적 환대는 예기치 않은 누군가의 방문 앞에 그 방문자에게 나의 규범과 문화를 강요하지 않으면서 나의 것을 내어주는 것”이라는 자크 데리다의 말을 인용하며 조건 없는 환대의 사례를 전한다.

독일 교회는 정부의 봉쇄 정책 전에 대면 예배를 취소했다. 대신 독일개신교협의회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잊힐 뻔한 난민 사역을 이어갔다. 지난해 8월 지중해 표류 난민을 위한 첫 구조선을 띄웠다. 영국 브리스톨의 기독교인들은 코로나19 이후 소규모 숙박업체를 임대해 ‘노숙자를 위한 야간 쉼터’를 운영했다. 종교·인종·국적에 상관없이 노숙자 누구든 자유롭게 오가며 지낼 수 있는 공간이다.

김진호(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이사)는 진보적인 작은 교회들도 ‘언택트의 질서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고통’을 두고 깊은 고민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고통의 현장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 있던 작은 교회는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고통의 양식도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읽는 노력이 부족했다. 은폐된 고통을 읽어내는 데 게을렀다.” 거리 두기 와중에 가정폭력과 자살자가 증가했다. 노동자의 과로사, 사고사도 늘었다. 진보적인 작은 교회가 코로나19 이전처럼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는 취지의 말이다.

김진호는 “작은 교회는 예배 공동체가 아니라 이웃과 공론을 만드는 공동체다. 하여 예배를 위한 예배가 아니라 그 공론이 예배가 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가 장소적 교회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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