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뿔싸! 전 재산 날린 소금 장수…피리 덕분에 내집 마련 꿈 이뤄진다, 얼쑤!

손버들 기자
[그림책]아뿔싸! 전 재산 날린 소금 장수…피리 덕분에 내집 마련 꿈 이뤄진다, 얼쑤!

삘릴리 범범
박정섭 글·이육남 그림
사계절 | 56쪽 | 1만6000원

미친 세상이다. 집값 말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집값에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언감생심. 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을 내어 산 집은 내가 집을 산 것인지, 집이 내 인생을 산 것인지헷갈리게 한다. 내 집 마련이라는 소박한 꿈을 이용해 감언이설로 속이고 돈을 버는 이들은 또 얼마나 나쁜가.

그림책 <삘릴리 범범>은 이런 요지경 부동산 세상을 풍자와 해학으로 꼬집고 뒤집는다.

주인공 소금 장수는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며 살아간다. 가진 것이라고는 부모님이 물려주신 피리 하나뿐인 그에게는 작은 꿈이 있다. 시원한 파도 소리가 들리는 집에서 새소리에 눈 뜨고 낚싯대로 고기 잡으며 살고 싶다. ‘저 푸른 초원 위의 그림 같은 집’에서 마음 편안하게 살고 싶은 건 모든 현대인들의 꿈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토선생이 소금 장수를 붙잡는다. “자네한테만 알려주는 건데…당장 서두르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른다네. 눈독 들이는 손님이 아주 수두룩해”라는 속임수의 말로 집을 사라고 소금 장수를 꾄다. 어떻게 이런 흔한 레토릭에 속아 넘어가나 싶은데, 사람의 욕심은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는 법. 소금 장수는 귀신에 홀린 듯 평생 모은 전 재산을 탈탈 털어 값을 치른 뒤 새집으로 이사를 간다. 그런데 아뿔싸! 이 집에는 96년이나 살았다는 호랑이 주인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토선생은 토낀 지 오래고, 설상가상 이 집에 살고 있는 호랑이는 무려 아홉 마리다. 소금 장수는 시름시름 앓다가 하나 남은 재산인 피리를 분다. 삘릴리 삐리리리….

[그림책]아뿔싸! 전 재산 날린 소금 장수…피리 덕분에 내집 마련 꿈 이뤄진다, 얼쑤!

피리 소리를 들은 호랑이들은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한다. 얼마 전 엄청난 흥행을 했던 예능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호랑이 버전. 소금 장수의 피리 소리에 맞춰 댄스 배틀을 벌이는 호랑이들이 있다는 소문은 금세 퍼져 구경꾼들을 불러들인다. 구경꾼이 모이니 돈도 들어온다. 인생사 새옹지마. 소금 장수와 호랑이 춤꾼들은 돈방석에 앉는다. 욕심쟁이 토선생이 이 소문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있으랴. 몰래 돈을 훔쳐 달아나다 호랑이들에게 들켜 혼쭐이 난다. 권선징악. 한바탕 난리를 겪고 깨어나니 호랑이도 토선생도 사라지고 없다. 소금 장수는 바다와 산이 있는 작은 집에서 마음 편히 살아간다.

마당극 한 편을 본 듯 흥이 넘치는 그림책이다. 자유로운 먹선과 풍부한 농담으로 표현한 그림과 만담같이 이어지는 이야기는 굿거리장단처럼 휘몰아친다. 절로 ‘얼쑤’ 하는 추임새를 하게 만든다. 책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박정섭 작가가 직접 만든 배경음악의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다. 책과는 다른 흥겨움이 깨알처럼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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