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 무슬림 소녀가 산다

최민지 기자
[책과 삶]인천공항에 무슬림 소녀가 산다

버샤
표명희 지음 | 창비
328쪽 | 1만4000원

인천국제공항은 한국이 자랑하는 ‘동북아의 허브’다. 최신 기술로 구현한 빠르고 효율적인 서비스, 반짝반짝 빛나는 외관은 세계의 어느 공항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

그런 인천공항이 언젠가부터 어떤 이들의 ‘원치 않는 집’이 되고 있다. 정치·종교 등의 이유로 박해를 받고 고향을 떠나 새 삶터를 찾는 사람들이 기약 없이 공항 한쪽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이 뉴스에 오르내린다. 이들은 공항 내 매점 샌드위치로 끼니를 해결하고, 벤치에 누워 잠을 청하면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난민으로 인정받기를 기다릴 뿐이다. <버샤>는 내전을 피해 한국에 왔다 난민 인정 심사를 기다리며 인천공항에 체류하게 된 어느 가족의 이야기다. 이 가족의 딸이자 무슬림 소녀인 버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버샤는 내전을 피하는 과정에서 비극적인 사건에 맞닥뜨리며 실어증을 앓는다. 성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 이슬람 문화에 의문도 품고 있다.

독자는 주요 화자인 버샤를 통해 이들 가족을 ‘난민’이 아닌 구체적인 개인으로 보게 된다. 버샤 가족이 인권 변호사의 도움을 받거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들의 사연을 알리는 과정은 공항살이 287일 만에 난민 인정을 받은 콩고 출신 앙골라인 루렌도 가족 등 실제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소설은 난민 문제 외에도 한국 사회의 여러 병폐도 같이 건드린다. 버샤가 인천공항의 비정규직 노동자인 진우와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에서는 비정규직이 공공기관에서 어떻게 차별받는지 드러난다.

<어느 날 난민>으로 권정생문학상을 수상한 표명희 작가의 새 장편소설이다. 청소년 소설이나 성인이 읽기에도 손색없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