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 시반 첫 단독 내한···‘어린왕자’가 머문 곳엔 차별도 편견도 없었다

이유진 기자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트로이 시반의 국내 첫 단독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공연장에는 1만5000명의 관객이 몰렸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트로이 시반의 국내 첫 단독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공연장에는 1만5000명의 관객이 몰렸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제 커밍아웃 경험에서 나온 곡이에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불러본 적이 없어요.”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팝의 어린왕자’ 트로이 시반(24)의 국내 첫 단독 콘서트. 시반은 네 번째 곡 ‘헤븐’(Heaven)을 부르기 전 이렇게 말했다. 시반은 2013년 유튜브 영상을 통해 커밍아웃을 하고 자신이 성 소수자임을 밝힌 바 있다.

“진실은 제멋대로 생겨나요. 뺨 위에 흐르는 눈물처럼. 체면을 지키려고 했지만 아빠의 심장은 부서졌어요.” 자전적 가사가 공연장에 울려퍼지자 6개 구역으로 나뉜 객석에서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보랏빛 플래시가 터져나왔다. 빛들이 모이자 객석은 하나의 무지개가 됐다. 팬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준비한 ‘무지개 이벤트’였다. 시반은 감동한 듯 말했다. “오늘 공연은 제가 태어나면서부터 꿈꿔왔던 순간이에요.” 어린왕자가 머무는 행성엔 그 어떤 편견도, 차별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트로이 시반의 국내 첫 단독콘서트가 열린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관객들이 휴대폰 플래시를 이용해 무지갯빛 물결을 만들어 낸 모습.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트로이 시반의 국내 첫 단독콘서트가 열린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관객들이 휴대폰 플래시를 이용해 무지갯빛 물결을 만들어 낸 모습.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시반이 한국을 찾은 건 2016년 ‘지산 밸리록 뮤직앤드아츠 페스티벌’에 이어 두 번째다. 3년 만에 단독 공연으로 한국을 찾은 그는 1만5000석을 매진시키며 국내 인기를 입증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호주 싱어송라이터인 시반은 2014년 발매한 첫 EP ‘TRXYE’가 66개국 아이튠스 1위를 차지하고, ‘빌보드’ 앨범차트 5위에 오르면서 전세계 청춘의 아이콘이 됐다.

시반은 이날 오후 7시 객석 한가운데서 붉은 터틀넥을 입고 붉은 조명 아래 등장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자신이 17세 때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곡 ‘세븐틴’(Seventeen)으로 공연의 막을 연 그는 관객 사이를 지나 무대 위에 오른 뒤 사랑에 대한 직설적인 비유를 담은 곡 ‘블룸’(Bloom)과 ‘플럼’(Plum)을 이어 불렀다. “오늘 밤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 시반은 ‘풀스’(Fools), ‘럭키 스트라이크’(Lucky Strike), ‘와일드’(Wild), ‘아임 소 타이어드’(I’m So Tired) 등 히트곡들을 내달리며 특유의 몸짓으로 끼를 발산했다.

트로이 사반의 국내 첫 단독 콘서트가 열린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트로이 시반이 붉은 터틀넥을 입고 등장해 노래하고 있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트로이 사반의 국내 첫 단독 콘서트가 열린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트로이 시반이 붉은 터틀넥을 입고 등장해 노래하고 있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셔츠 차림으로 갈아입은 시반은 발라드곡 ‘포스트 카드’(Postcard), 드림팝 스타일의 곡 ‘더 굿 사이드’(The Good Side)를 부르며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매력을 뽐냈다. 하지만 발라드 무드도 잠시, 검은 망사 티셔츠로 갈아입고 나타나 공연장을 일순간 클럽으로 만들었다. ‘바이트’(Bite), ‘1999’, ‘댄스 투 디스’(Dance to This), ‘애니멀’(Animal) 등 빠른 비트의 곡들을 선보이며 객석을 열광케 했다.

이날 공연에서 시반은 팬들에 대한 애정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어로 ‘아이 러브 유’라고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냐”고 물으며 마이크를 관객에게 넘긴 그는 관객에게 배운대로 “싸랑해요!”를 외쳤다. 또 “무대 뒤에서 엄청난 선물을 받았다”며 자신을 닮은 인형을 자랑하고, 관객의 토끼 모자를 건네받아 머리에 쓴 뒤 토끼 귀를 펄럭이기도 했다.

80여분간 이어진 공연은 청춘과 사랑에 대한 찬미로 마무리됐다. “내 청춘은 네 거야”(Youth), “빛을 내, 다이아몬드. 또 다른 날을 기다리지마”(My My My!)라는 노랫말처럼 공연장을 가득 메운 청춘들은 내일이 없는 듯 노래했다. “서울, 감사합니다. 곧 또 봐요.” 한국 공연을 마친 시반은 대만과 필리핀, 싱가포르, 홍콩, 태국에서 ‘더 블룸 투어’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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