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되살린 터틀맨·김현식, 추모일까 존엄성 훼손일까? PD에게 직접 물었다

김지혜 기자
지난 9일 방송된 엠넷 <AI음악프로젝트 다시 한번>은 2008년 세상을 떠난 가수 터틀맨의 음성과 모습을 복원해 신곡 ‘새로운 시작’ 무대를 꾸몄다. 엠넷 캡처

지난 9일 방송된 엠넷 <AI음악프로젝트 다시 한번>은 2008년 세상을 떠난 가수 터틀맨의 음성과 모습을 복원해 신곡 ‘새로운 시작’ 무대를 꾸몄다. 엠넷 캡처

“그냥 저희 노래를 듣고 여러분들이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2008년 세상을 떠난 가수 터틀맨(본명 임성훈)이 남긴 한 마디가 스크린을 채우고, 리더인 그의 사망과 함께 해체한 그룹 거북이의 두 멤버 금비와 지이가 무대 위로 올랐다. 올해 발매된 곡 ‘시작’을 거북이 버전으로 편곡한 ‘새로운 시작’ 전주가 흐르고, 멤버들 사이로 터틀맨의 홀로그램이 뚜벅뚜벅 걸어나왔다. 그리고 노래했다. 생전 음색 그대로였다. 특유의 익살 맞은 표정과 안무도, 마치 그가 살아돌아온 것처럼 생생했다.

AI 음성 복원 기술과 페인팅 에디팅 기술을 통해 세상을 떠난 터틀맨의 ‘신곡 무대’를 선보여 화제가 된 엠넷 <AI음악프로젝트 다시 한번>의 한 장면이다. 고인이 된 아티스트를 AI로 복원한다는 기획 의도가 알려지면서 방송 전부터 ‘인간 존엄성 훼손’이 아니냐는 반대 여론이 일었지만, 지난 9일 막상 터틀맨의 목소리가 전파를 타자 반응이 달라졌다. 방송 5일 만에 공연 유튜브 영상 조회수 300만회를 넘겼고, 댓글창은 “감동적인 추모였다”는 찬사로 가득했다.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기술을 통해 고인을 되살리는 이 경험, 감동에 앞서 윤리적 고민이 선행돼야 하는 것 아닐까? 서면을 통해 만난 유승열 기획 PD는 “‘그리운 아티스트를 향한 추모’로부터 출발했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조심한 부분이 많았다”면서 <다시 한번> 제작 과정에서의 고민을 털어 놨다.

지난 9일 방송된 엠넷 <AI음악프로젝트 다시 한번>은 2008년 세상을 떠난 가수 터틀맨의 음성과 모습을 복원해 신곡 ‘새로운 시작’ 무대를 꾸몄다. 엠넷 캡처

지난 9일 방송된 엠넷 <AI음악프로젝트 다시 한번>은 2008년 세상을 떠난 가수 터틀맨의 음성과 모습을 복원해 신곡 ‘새로운 시작’ 무대를 꾸몄다. 엠넷 캡처

유 PD는 “제작진 모두가 가장 중시한 것이 바로 진정성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유족 및 주변인들의 의사였다”면서 “상업적인 요소로 제작진의 진정성이 혹시라도 다르게 비춰지지 않을까 우려하여 신곡은 음원사이트에 발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디지털 불멸’이라는 거대 담론보다는 고인에 대한 추모, 애도에 일단 초점을 맞췄다는 이야기다.

<다시 한번> 거북이 편은 마치 딥러닝 기계가 데이터를 모으듯, 고인이 남긴 기록과 추억을 차분히 복기했다. 특히 마치 AI처럼, 터틀맨이 생전 쓴 가사들을 되새기며 신곡에 맞춰 그가 썼음직한 랩 가사를 창작해낸 멤버 지이의 모습에서 <다시 한번>이 기술적 실험보다는 새로운 방식의 추모에 방점을 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유 PD는 “그리운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복원하고, 복원된 존재가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금을 살고 있는 팬들과 연결돼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그것이 단순히 예전의 노래를 듣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노래와 무대를 준비한 이유”라고 말했다.

16일 방송되는 <AI음악프로젝트 다시 한번> 김현식 편의 예고편. 엠넷 캡처

16일 방송되는 <AI음악프로젝트 다시 한번> 김현식 편의 예고편. 엠넷 캡처

2부작으로 기획된 <다시 한번>은 16일 30주기를 맞은 가수 김현식 편을 끝으로 종영한다. 유 PD는 “<다시 한번>은 기획단계에서 부터 ‘추모’를 위한 특집으로 시작한 만큼, 향후 방송 계획은 없지만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는 계속해서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업계 전반에서 AI 기술을 통해 고인이 된 아티스트를 복원하는 시도는 계속될 듯하다. 내년 1월 SBS 신년특집으로 방송될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은 첫 편에서 김범수의 ‘보고 싶다’를 부르는 김광석의 목소리를 AI로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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