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쇼미9'로 쓴 미란이의 성장 드라마… "맨 밑바닥의 소녀를 보여주고 싶었다"

심윤지 기자
케이블채널 Mnet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9>에서 자전적 가사로 주목받은 미란이가 지난 21일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케이블채널 Mnet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9>에서 자전적 가사로 주목받은 미란이가 지난 21일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고난을 헤쳐나가는 여자 주인공과 든든한 조력자의 모험을 보는 것 같다.”

래퍼 미란이와 머쉬베놈이 지난달 30일 <쇼미더머니9(쇼미9)>에서 선보인 경연곡 ‘VVS’의 무대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평범해질 수 있는 경연 무대에 한 편의 뮤지컬같은 서사를 입힌 건, 미란이(본명 김윤진)의 공이 컸다. “맨 밑바닥의 소녀/엄마의 술병이 날 만들어”. 바로 직전 라운드까지 ‘탈락위기’에서 허우적대던 그는 인생역경을 담은 자전적 가사로 부정적 반응을 한번에 뒤집었다. 이후 급성장한 실력으로 최종 8인을 꼽는 세미파이널까지 진출했다.

미란이가 써내려간 ‘성장 드라마’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유튜브 무대영상 조회수는 24일 현재 1200만회에 육박한다. 절대강자가 사라진 멜론차트에서도 한달 가까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미란이의 반응은 오히려 담담했다. “다같이 열심히 만든 곡이라 ‘내가 이뤄냈다’는 성취감은 없어요. 이게 내 마지막이자 최고의 결과물이어선 안된다는 생각에 요즘엔 앨범 작업에 몰두하고 있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기회를 ‘만들어 온’ 래퍼 미란이를 지난 21일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Mnet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9>에서 경연곡 ‘VVS’를 부르고 있는 머쉬베놈(왼쪽)과 미란이(오른쪽). VVS는 다이아몬드 VVS 등급처럼 화려하게 빛날 자신들의 삶을 응원하는 노래로 한달째 멜론차트 정상을 지키고 있다. CJ ENM

Mnet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9>에서 경연곡 ‘VVS’를 부르고 있는 머쉬베놈(왼쪽)과 미란이(오른쪽). VVS는 다이아몬드 VVS 등급처럼 화려하게 빛날 자신들의 삶을 응원하는 노래로 한달째 멜론차트 정상을 지키고 있다. CJ ENM

-인기를 실감하나.

“물질적으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길거리에서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졌다. 요즘은 열심히 미니앨범(EP) 준비를 하며 지낸다.”

-맨 처음부터 이야기를 해보자. 왜 쇼미9에 지원하게 됐나.

“아르바이트를 그만하고 음악에만 전념하고 싶은게 컸다. 쇼미7에도 지원했는데 1차에서 ‘광탈’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실력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쇼미8 땐 마음의 준비가 안됐었지만, 올해는 대학도 졸업했고 ‘숨어서 될 일이 아니다’는 생각에 싱글 앨범도 발매했다. 쇼미9 소식을 들었을땐 ‘안 나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쇼미9땐 ‘준비가 됐다’고 느낀건가.

“실력적으로 준비됐다기보다 패기가 준비됐다는 말이 맞다. 설령 깨지더라도 무조건 보여줘야겠다, 가서 내 뮤비 조회수 하나라도 올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1차 예선까지는 통편집이 됐다.

“현장 반응이 좋았다. 1열로 줄을 서서 한명씩 랩을 하는데 1차 예선 때는 다들 조용하게 하더라. 그런데 저는 그거보다는 간절했다. 맞춰온 춤도 추고 자신감있게 했더니 주변에서도 호응이 터져 나왔다.”

-심사위원이었던 그루비룸의 반응은 어땠나.

“그냥 이렇게 입을 떡 벌리고 ‘와 대박’…. 그러면서 “목걸이 그냥 가져가시면 될 것 같다”고 해주셨다. 합격 목걸이를 너무 받고 싶었는데,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2차 예선 탈락 후 패자부활전에서 추가 합격한 미란이. CJ ENM제공

2차 예선 탈락 후 패자부활전에서 추가 합격한 미란이. CJ ENM제공

-2차 예선에서 아쉬운 무대를 선보이고 탈락했다가 패자부활전에서 ‘굴젓팀(그루비룸x저스디스)’의 선택을 받아 간신히 살아났다. 프로듀서들에게 왜 자신을 뽑았는지 물어본 적 있었나.

“프로듀서님들이 먼저 말씀을 해주셨다. 1차 예선 후 그루비룸 오빠들이 유튜브에서 제 음악을 찾아보셨더라. 굴젓팀에 어울릴만한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그 범주 안에 제가 들어있었다고 하셨다. 그래서 다들 기대를 했는데 2차 때 제가 너무 못해서 떨어졌다. 다행히 그루비룸 오빠들이 저를 좋게 봐주셔서 한번 더 기회를 주셨다. 나중에는 저스디스 오빠도 ‘그루비룸이 널 왜 뽑았는지 네 음악을 보니까 알겠더라’고 해주셨다.”

-그 이후 한동안은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리더 결정 싸이퍼’때는 다른 래퍼들에게 비트를 빼앗기는 등 유난히 조급하고 긴장한 모습이다.

“무작위로 나오는 비트에 갑자기 랩을 했어야 했다. 내 머릿 속에 있는 벌스라도 모르는 비트에 하는 건 쉽지 않다. 다른 래퍼들은 경력도 있다보니 긴장을 덜했는지 모르지만 저는 너무 떨리더라. ‘탈락위기’ 꼬리표까지 붙어있다보니 ‘오늘 탈락하는 사람이 나일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3차 트리플크루 배틀에서 가사 실수를 한 미란이. CJ ENM 제공

3차 트리플크루 배틀에서 가사 실수를 한 미란이. CJ ENM 제공

-부담감이 컸나보다.

“그 부담감이 제일 컸던게 ‘VVS’ 무대를 했던 4차 음원미션 때였다. 우승후보들과 같은 팀이 돼서 정말 부담스러웠다. 남들은 우승후보랑 같은 팀이 돼서 좋았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내가 이 사람들의 발목을 잡으면 어떡하지’ 하는 공포가 컸다. ‘내가 못하면 안된다’는 생각 밖엔 없었다.”

-팀원 중 한명이었던 오왼이 대마초 흡입 혐의로 공연 전날 중도 하차하는 악재까지 겹쳤다.

“보통 쇼미더머니 녹화를 아침 7시30분부터 시작하는데, 그 소식을 들었을때가 전날 저녁 6시였다. 마지막으로 동선 맞춰보고 있을 때 들은 것이다. 완전 ‘멘붕’이었다. 프로듀서들과 급하게 논의를 했고, 밤새 가사를 수정했다. 같은 팀원이었던 머쉬베놈 오빠가 정말 노련하다. 자신이 아끼던 가사도 저에게 주고, 무대에서 ‘이렇게 하는게 좋겠다’는 조언도 많이 해줬다.”

-그런데 막상 VVS 무대에서는 전혀 긴장을 안해보인다.

“리허설때까지만 해도 진짜 떨렸다. 프로듀서들에게 ‘자신감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무대에 올라가니까 이상하게 긴장이 안되더라. 훅의 첫 소절이 “보여줘야겠어/내가 망할 거라 했던 놈들에게도”였는데, 당시 제 상황이랑 맞아떨어지니까 확 몰입이 되더라. 티비에서만 보던 사람들 앞에서 내가 언제 또 이런 무대를 보여주겠나.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해 후회 없이 다 보여자고 생각했다.”

-VVS 무대 때부터 발성이 고음에서 중저음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프로듀서님들이 솔직하게 말해주셨다. “목 쪼지 말라”고. 일주일 전쯤 그 피드백을 받고, 이후로도 가사를 계속 수정했다. 바꾸고, 바꾸고, 또 바꾸고… 가사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셨나보다. 그때는 프로듀서님들과 친해지기 전이라 존댓말로 피드백을 받았다. <고등래퍼> 심사위원을 하신 경험이 있다보니 참가자들에게 정을 주는 것이 무서우셨던 것 같다. 그래서 저는 좀 무서웠다.(웃음)”

미란이와 프로듀서 그루비룸, 저스디스. 미란이 인스타그램 캡처

미란이와 프로듀서 그루비룸, 저스디스. 미란이 인스타그램 캡처

-무대를 거듭 할수록 나날이 성장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함께 호흡을 맞춘 래퍼 머쉬베놈, 프로듀서였던 저스디스와 그루비룸은 어떤 사람들인가?

“머쉬베놈 오빠는 모든 수를 꼼꼼하게 계획하는 분이다. 무대를 함께 하며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저스디스 오빠는 가장 차가울 줄 알았는데 정말 따뜻한 사람이었다. 무심한 듯 잘 챙겨주신다. 장난도 너무 많이 쳐서 나중엔 “하루에 10번만 장난치라”고 할 정도였다. 그러면 “12시 지났으니까 10번 더 해도 되지”라고 하신다.(웃음) 래퍼로서 가사를 쓰는 데도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그루비룸 오빠들은 사실 무서웠다. 좋은건 좋다, 아닌건 아니다 칼같이 피드백을 주셨다. 처음엔 혼도 많이 났는데, 갈수록 제 가사를 진심으로 좋아해주셨다. 나중엔 ‘좋다’고만 하시니까 ‘내가 귀찮나’ 싶을 정도로…. 프로듀서들의 피드백 덕분에 내가 뭘 잘하고 못하는지 객관적으로 알게 됐다.”

-쇼미9 유일의 여성 래퍼였다.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쇼미를 하면서 스스로 ‘여성래퍼’임을 자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냥 ‘래퍼’로서 증명해야 한다는 마음 뿐이었다. 물론 동성끼리 소통하는게 더 편한 것은 사실이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오빠’라고 부르는 것보단 ‘형’이라고 부르는게 편하니까. 하지만 나도 이 곳에 일을 하러 온 것이지 않나. 성별이 다르다고 숨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먼저 다가가 적극적으로 말을 걸었다. 다들 순한 사람들이라 많이 친해졌다.”

-쇼미9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혼자 울었을 때’를 꼽았다. 언제였나.

“매 회 울었다.(웃음) 보통 베테랑들은 하루면 가사 16마디 정도를 쓸 수 있다. 저는 경험이 많이 없다 보니까 시간도 많이 걸리고 수정도 많이 해야 했다. ‘내 한계가 이 정도인가’와 ‘아니야 그래도 해야돼’ 사이를 끊임없이 오갔다. 나중에 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우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다시 공연 작업을 하기도 했다.”

세미파이널 ‘파트타임’ 무대를 마친 직후 어머니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미란이. CJ ENM 제공

세미파이널 ‘파트타임’ 무대를 마친 직후 어머니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미란이. CJ ENM 제공

-“맨 밑바닥의 소녀/엄마의 술병이 날 만들어”(VVS) 등 유독 가난에 대한 가사가 많다.

“내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게 힙합의 가장 큰 매력이니까. 프로듀서님들이 주신 ‘VVS’ 훅(“보여줘야겠어/내가 망할거라 했던 놈들에게도”)을 듣자마자 자전적 이야기를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쓴 것 중 제일 맘에 드는 가사는.

“맨 밑바닥의 소녀. 그건 제가 쓰고도 ‘와~’ 했다(웃음). 내 삶을 보여줄 수 있는 한 줄을 찾고 싶었다. 처음엔 맨 밑바닥의 ‘소년’으로 할까 ‘소녀’로 할까를 고민했다. ‘청년’으로 할까도 생각했다. 힙합에서 용감한 소년에 관한 이야기는 많지만, 소녀의 입으로 힘들었던 과거를 이야기하는 가사는 없었으니까…. 소녀라는 단어가 여려보이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하지만 나는 소녀가 맞고, 나같은 소녀도 있다는걸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다.”

-방송에서 “어머니가 포장마차를 그만두게 하는게 소원”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동네에서 여자 혼자 포차를 운영하다보니 괴롭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기들끼리 싸우다 분에 못이겨 가게를 다 부셔버리는 사람들, 엄마에게 말도 안되는 쌍욕을 퍼붓는 사람들… 새벽에 엄마 전화를 받고 경찰서를 달려간 적도 여러 번이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일을 정말 많이 하셨다. 열 손가락 전부 관절염에 걸렸을 정도다. 그렇게 고생하시는 모습을 너무 오래 봤다. 빨리 음악으로 성공해서 호강시켜드리고 싶다.”

-VVS에는 “알바 째고 무대위”라는 가사가 나온다. 진짜인가.

“음원미션때까지도 아침 7시부터 오후 2시까지 매일 까페 알바를 했다. 떨어지면 저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하니까…. 코로나19 때문에 이미 알바를 10개 넘게 떨어진 데다, 제 염색과 피어싱을 받아주는 곳이 여기 밖에 없었다. 하지만 하루에 30분, 1시간씩 자면서 밤새 경연 준비하는 생활을 3일 내내 하니 몸에 한계가 왔다. 사장님이 쇼미9를 보고 칭찬도 많이 해주셨는데, 도저히 병행이 안될 것 같아 결국 그만 뒀다.”

-VVS 경연 영상엔 “무대를 보고 눈물이 날 것 같다”는 댓글들이 많다.

“장문의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많이 받았다. 본인들의 힘들었던 과거를 이야기하면서 제 무대를 보고 위로를 받았다고 하셨다. 기쁘다기보다 오묘했다. ‘나도 이랬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내 슬픈 과거를 이야기했을 뿐인데, 누군가에게는 힘이 될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가난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어쨌든 자랑거리는 아닌 일이니까…. 당연히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멋있는 무대에 선 것이니까, 그렇다면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멋진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만일 제가 지금도 가난 때문에 힘든 상황이었다면 아마 이렇게까지 드러내지 못했을거다.”

-가난에 대한 혐오 발언이 넘쳐나면서, 가난을 드러내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되어가고 있다. 힘들었던 과거를 당당하게 드러낸 모습이 울림을 준 것도 그래서였다.

“어려운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걸 까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에게 ‘희망의 한줄기’같은 음악을 하고 싶다. 저도 어렸을때 그런 목소리가 정말 필요했었다.”

-힙합이 ‘돈과 여자에 관한 이야기’만 하는 음악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돈 이야기를 하든, 여자 얘기를 하든, 가난했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든, 자기 이야기를 하는게 힙합이 가진 가장 큰 멋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비트에 맞춰 멋있게 랩을 하면 그것도 힙합이다. 돈 이야기를 한다고 잘못된 가사도 아니고,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폄하 받을 가사라 생각하지도 않는다. 어떤 주제냐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건 오히려 힙합을 재미없게 만드는 요소같다.”

케이블채널 Mnet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9>에서 자전적 가사로 주목받은 미란이가 지난 21일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케이블채널 Mnet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9>에서 자전적 가사로 주목받은 미란이가 지난 21일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음악은 언제부터 시작하게 됐나

“대학교 1학년때 힙합 동아리에 들어갔다. 그때 처음 무대에 섰는데 내 얘기를 쓰고 뱉는다는게 스스로 너무 멋있고 좋았다. 내가 음악을 해도 될까, 6개월 정도 고민했다. 내 좌우명이 후회하지 말자인데, 이대로 토익보고 회사에 들어가면 후회할 것 같더라. 그렇게 결정을 내리자마자 바로 1년 휴학하고 ‘쓰리잡’을 뛰었다. 패스트푸드점, 까페, 찜닭집, 호프집, 과외… 안해본 알바가 없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작업실을 빌리고 장비를 마련했다.”


-싱글 앨범 ‘명탐정’ 등은 자비로 낸건가

“알바비 250만원 정도를 모았다. 내 예산에 맞춰 뮤직비디오 디렉팅과 믹스 마스터링을 해줄 사람을 찾았다. 뮤비에 출연한 사람도 다 친구들이다. 그렇게 싱글 하나를 발매하면 인스타그램 팔로우가 100씩 늘었다. 이렇게 내 것을 계속 하다보면 언젠가는 1000명이 되고 10000명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버텼다.”

-음악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불안하지는 않았나

“제가 바보같다는 생각도 했다. 가난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생각에 미친듯이 공부했고, 좋은 대학에 가서 졸업장도 땄다. 주변 친구들은 취업을 준비하는데 나는 ‘필’에 취해서 사는게 아닌건가 불안했다. 손에 들어오는 게 없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음악을 하게 한 원동력은 무엇인가.

“그냥 좋았던거같다. 그냥 이거 하는게 좋고…. 곡 하나 낼 때마다 ‘노래 너무 잘 듣고 있다’, ‘네 노래가 힘이 됐다’는 그런 말들이 움직이게 됐다. 언젠가는 내 노래가 차트 1위를 하고 거리에 퍼질수 있겠지라는 마음으로 버텼다. 내가 꿈이 컸다.(웃음)”

-VVS 경연 영상 조회수가 1100만회를 넘고 멜론차트에서도 한달째 정상을 지키고 있다. 꿈이 이뤄진 셈인데.

“이런 일이 일어나면 기쁘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제 이름이 담긴 것들이 차트 1위를 하고 조회수가 1000만을 넘어도 마음이 변하는 건 없더라. 다같이 열심히 해서 만든 결과라 내가 이룬 것이라는 성취감은 없다. 이게 내 마지막이자 최고의 결과물이 안되도록 더 좋은걸 내고 싶다.”


-언더 뮤지션들에게 쇼미는 어떤 의미인가

“저에겐 배울수 있고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회사에 속해있지 않은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은 자기 돈으로 음악을 만들고, 비트메이커도 만나고. 뮤직비디오도 찍고, 홍보도 해야 한다. 방송을 거치지 않고 성공하는 경우가 없진 않지만, 내 음악을 듣게 만드는 것이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세미파이널 결과 발표 후 소감을 밝히는 미란이. CJ ENM 제공

세미파이널 결과 발표 후 소감을 밝히는 미란이. CJ ENM 제공

-무대 위에서 행복해하는 모습에 ‘보는 사람까지 행복해진다’는 반응이 많았다.

“안 행복할수가 없다. 이런 무대에 서고 싶은, 같이 음악하는 친구들이 정말정말 많다. 무대 하나하나가 소중했다. ‘VVS’때는 부담감이 컸지만 나머지 무대부터는 흘러가는대로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다. 매 무대 ‘영정 사진 찍는 기분’으로 임했다.”

-이제 아르바이트는 그만해도 되는 삶이 됐나.

“아르바이트는 그만 해도 될거 같다.(웃음) 여러 곳에서 계약 제의나 협업 제안도 왔고, 유튜브 구독자도 크게 늘었으니까.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회사에는 들어가고 싶다. 어디인지는 비밀이다. 곧 소식이 들리지 않을까 한다.”

-미란이에게 성공이란

“돈이나 명예 보다는 내가 만든 것이 완벽하게 만족스러우면 성공인 것 같다. (성공의 기준이 높아보인다.) 원래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스타일이긴 하다. 그러니까 맨날 울었지….(웃음) 그래도 내가 뭔가를 이루고 싶다는 마음이 없어지는게 더 무서운 것 같다.

-어떤 래퍼가 되고 싶나.

“사람들이 많이 듣는 음원을 만드는 래퍼. 내 나름의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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