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온 마을’을 향해 묻는다, 누가 이 아이를 망쳤습니까···넷플릭스 ‘소년심판’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판사 심은석을 연기한 배우 김혜수. 넷플릭스 제공.

충격적인 소년범죄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소년범을 둘러싸고 이뤄지는 수많은 논의들을 정면으로 다루는 드라마가 나왔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소년심판>이다. 드라마는 기사와 판결문 속 ‘피해자’ ‘가해자’ 등 한 단어로만 존재했던 이들을 표정과 얼굴을 가진 사람으로 드라마 속에 소환하고 시청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문제가 과연 소년범 개인의 문제인가.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한다”고 말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이 연화지방법원의 소년형사합의부에 부임하면서 만나는 소년범들의 이야기를 담은 10부작 드라마다. 심은석은 함께 근무하는 차태주 판사(김무열), 강원중 부장판사(이성민), 나근희 부장판사(이정은) 등 소년범에 대해 각기 다른 관점을 가진 동료들과 부딪히면서 초등학생 토막살인 사건, 무면허 렌터카 절도 사건, 유명고 시험지 집단유출 사건, 집단 성폭행 사건 등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극중 사건의 실체에 접근한다. 드라마는 공개 당일인 지난달 25일 국내 넷플릭스 흥행 순위 1위에 안착하고, 2일에는 전세계 TV 프로그램 부문에서도 7위에 오르며 주목받고 있다.

드라마는 정답을 제시하기 보다 질문을 던진다. 많은 이들이 소년범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피해자를 위해서 가해자를 엄벌해야 한다든지,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소년범들을 벌하기보다는 교화해야 한다든지 쉽게 의견을 내기도 한다. 그러나 드라마는 소년범 문제가 그렇게 간단치 않음을 드러낸다. 두 청소년의 손에 아이를 살해당한 어머니는 가해자에게 가장 강력한 처분이 이뤄진 다음에도 밥을 삼키지 못한다. 가해자에게 엄벌이 내려졌지만, 잃어버린 가족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달라지진 않는다.

가해자의 상황도 각기 다르다. 공범에게 협박을 당한 소년도 있고, 부모가 재판에 코빼기도 비추지 않는 소년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소년도 있다. “가정과 환경이 소년에게 영향을 끼치는 건 사실이나 다양한 선택지 중 범죄를 택한 건 결국 소년”이라고 말하는 심은석은 이들에게 알려줘야 할 ‘책임’과 그 이후 찾아올 ‘삶’을 모두 고려한 선택을 하기 위해 고민한다.

소년 사건은 드라마 속에서도 기피의 대상이다. 판사들에게 소년재판부 부임은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판사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할 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소년사건의 핵심은 속도전”이라며 ‘3분짜리 처분’을 남발하기도 한다. 경찰도 소년범죄는 실적 인정이 안 된다며 “대충 끝내자”고 말한다. 보호관찰관들은 1인당 100명도 넘는 소년들을 관리하느라 개인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시설과 소년원 사이의 대안인 ‘청소년 회복센터’는 민간에 의존한 채 운영되고 있다. 심은석은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온 마을이 무심하면 한 아이를 망칠 수 있단 뜻도 된다”로 바꿔 인용한다.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서 발생한 사건은 무관심 속에서 결말을 맺는다. 드라마 속 연화지법 직원들 사이에 소년범들 가정의 ‘보호력’이 자주 언급되는데, 가정은 물론이고 소년범을 둘러싼 사회의 ‘보호력’은 ‘없음’에 수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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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소년범죄 피해 회복과 가해자 교화를 개인들의 선의에 기대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심은석이 현실의 판사답지 않게 사건의 현장으로 직접 뛰어들다 칼까지 맞는 설정이 부자연스럽다 싶다가도, 지금의 시스템 위에서는 비정상적인 개입 없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설로 이해되기도 한다.

첫 회에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고 말하며 부임했던 심은석은 마지막 화에서도 똑같은 문장을 내뱉는다. 그러나 그의 말 속 ‘소년범’의 의미는 조금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 그의 혐오는 가해자 개인이 아닌 소년범죄의 발생 그 자체를 향한다. 더 이상은 소년범죄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대본을 쓴 김민석 작가는 앞서 지난달 22일 열린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범죄물, 법정물보다는 가족극이라고 접근한 상태에서 작품을 썼다. 소년범죄 하나가 터지면 소년범의 가정, 피해자의 가정을 둘러싸고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지, 그 파장에 집중하며 장면을 써내려 갔다”고 말했다. 심은석의 책상 위에는 항상 피해자의 사진이 붙어있다. 이 얼굴들을 기억하며, 엄벌주의도 온정주의도 아닌 곳에서의 새로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드라마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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