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에 사로잡힌 2년차 배트맨...'더 배트맨'

백승찬 기자

맷 리브스 연출·로버트 패틴슨 주연

1일 한국서 세계 최초 개봉

부패한 권력자 응징하는 악당 리들러와

가문의 죄에서 자유롭지 못한 배트맨

영화 <더 배트맨>의 한 장면. 셀레나(조이 크라비츠)와 배트맨(로버트 패틴슨)의 관계는 다른 배트맨 영화에서보다는 밀착돼 있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더 배트맨>의 한 장면. 셀레나(조이 크라비츠)와 배트맨(로버트 패틴슨)의 관계는 다른 배트맨 영화에서보다는 밀착돼 있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더 배트맨>의 한 장면. 배트맨은 다른 경찰들의 거부감을 무릅쓰고 수사에 참여한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더 배트맨>의 한 장면. 배트맨은 다른 경찰들의 거부감을 무릅쓰고 수사에 참여한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더 배트맨>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더 배트맨>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거둔 흥행 성적은 마블의 슈퍼히어로가 여전히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음을 증명했다. 마블의 라이벌이지만 영화시장에선 힘을 못 썼던 DC가 내놓을 대항마로는 배트맨이 가장 강력하다. <아쿠아맨>(2018)이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아무래도 배트맨의 지명도에는 못미친다. <혹성탈출> 시리즈의 맷 리브스가 연출하고 로버트 패틴슨이 주연을 맡아 새로 출발하는 <더 배트맨>에 이목이 쏠린 건 자연스럽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크리스천 베일 주연의 <다크 나이트> 3부작(2005~2012)과 비교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고담시의 새 시장을 뽑는 선거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현직 시장은 중년 백인 남성이고, 도전자는 젊은 흑인 여성이다. 어느날 시장이 자택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시신의 얼굴을 가린 테이프에는 “거짓은 이제 그만”이라고 써 있다. 어둠 속에서 범죄자들을 처벌해온 배트맨도 일부 경찰의 반발을 무릅쓰고 수사에 참여한다. 배트맨은 범인이 남긴 수수께끼 같은 단서를 하나씩 풀어나간다. 수사 과정에서 배트맨은 ‘펭귄’이라 불리는 악당 오스왈드(콜린 패럴), 훗날 캣우먼이 되는 셀레나(조이 크래비츠), 모든 일의 배후인 리들러(폴 다노)를 차례로 만난다.

이번 영화에서 배트맨은 슈퍼히어로 이전에 탐정처럼 활동한다. 주인공의 내레이션을 강조하거나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두운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장르적으로는 필름누아르 양식을 보인다. 배트맨은 범인을 다짜고짜 추격하기보다는 단서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추리한다. 주요 악당이 수수께기 풀이를 즐기는 리들러라는 점과도 관련 있을 것이다. 다만 리들러가 내는 수수께끼에 영어식 언어유희가 포함돼 한국 관객이 직관적으로 재미를 느끼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속편 계획을 미리 내놓지는 않았지만, <더 배트맨>은 <다크 나이트> 3부작처럼 후속작을 염두에 둔 듯 보인다.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으로 활동한 지 갓 2년차라는 설정이 대표적이다. 주요 인물의 성격도 하나의 유형으로 완성됐다기보다는, 유형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배트맨은 좀처럼 자기제어를 하지 못한 채 수시로 분노를 터트린다. 충직한 집사 알프레드(앤디 서키스)와 거칠게 충돌하기도 한다. 셀레나는 아직 캣우먼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다.

영화 <더 배트맨>의 한 장면. 배트맨은 연쇄 살인을 막으려 한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더 배트맨>의 한 장면. 배트맨은 연쇄 살인을 막으려 한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더 배트맨>의 한 장면. 배트맨과 청렴한 경찰 고든 경위(제프리 라이트)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더 배트맨>의 한 장면. 배트맨과 청렴한 경찰 고든 경위(제프리 라이트)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더 배트맨>의 한 장면. 로버트 패틴슨이 배트맨 역을 맡았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더 배트맨>의 한 장면. 로버트 패틴슨이 배트맨 역을 맡았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연기력에 비해 과소평가되곤 하는 폴 다노를 리들러로 캐스팅한 건 절묘한 선택이다. 폴 다노의 리들러는 원작의 초록색 옷을 입거나, 과거 짐 캐리가 이 역을 연기하며 보여준 과장된 익살을 드러내지 않는다. 폴 다노의 리들러는 종반부를 제외한 대부분 장면에서 검은 가면을 쓴 채 음성을 변조한 상태로 등장한다. 비록 수수께끼로 배트맨 괴롭히기를 즐기는 듯 보이지만, 리들러는 철없고 짓궂은 악당이 아니라 현실적 문제를 과격한 방식으로 제기하는 테러리스트에 가깝다. 리들러가 노리는 이는 거짓말쟁이 시장, 부패한 검사 등 권력자다. 이런 점에서 리들러는 부자의 재산을 약탈하고 기존 질서를 파괴하려 했던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악당 베인과 결을 공유한다. 악당이 한 명의 특이한 개인이 아니라 체제의 모순에서 탄생한 다수일 수 있다는 점도 그렇다.

브루스 웨인 역시 막대한 부를 물려받은 부유층 자제로서, 가문의 죄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음이 암시된다. 미국 코믹스의 수많은 슈퍼히어로 중에서도 배트맨은 유독 선악의 모호한 경계에 놓인 캐릭터였는데, <더 배트맨> 역시 이 점을 강조한다. 시각적으로도 배트맨이 악당을 추격하는 모습은 마치 공포영화 속 살인마가 주인공을 쫓는 장면처럼 촬영됐다.

리브스 감독은 최근 화상으로 한국 기자들과 만나 “배트맨은 다른 사람을 구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슈퍼히어로지만, 아직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해 이에 대해 강박을 갖고 집착하는 인물이기도 하다”면서 “배트맨은 때로 어떤 선을 넘나들며 스스로를 통제하는 대신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상영시간이 176분에 달한다. 1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

영화 <더 배트맨>의 배트맨 이미지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더 배트맨>의 배트맨 이미지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더 배트맨> 의 셀레나 이미지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더 배트맨> 의 셀레나 이미지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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