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SES 전 멤버 슈에 대한 악의적 기사들은 어떻게 혐오의 판을 까는가

위근우 칼럼니스트

‘도박’이란 낙인 찍고, 다른 삶의 가능성 차단…연예 매체의 인격 살인

[위근우의 리플레이]걸그룹 SES 전 멤버 슈에 대한 악의적 기사들은 어떻게 혐오의 판을 까는가

1세대 걸그룹 SES 전 멤버 슈(본명 유수영)의 호(號)는 ‘도박’이다. 그와 관련된 기사에선 내용과 상관없이 그의 이름 앞에 ‘도박’이란 단어를 붙인다. 가령 헤럴드POP은 슈가 본인 인스타그램에 가족과 먹을 늦은 아침 식사 사진을 올리자, 이를 ‘‘도박’ 슈, 평화로운 주말… 삼남매 위한 브런치 뚝딱 “많이 먹고 사랑해”’라는 타이틀의 기사로 소개했다. 샌드위치 사진을 올리면 ‘‘도박’ 슈, 복귀 위해 식단관리 집중… 이렇게 먹으니 뼈밖에 없지’라는 제목이 달린다. 한국경제TV는 그의 운동하는 모습이 담긴 근황 소식에 ‘‘도박’ 슈, 운동으로 새 삶 시작?… “오늘도 파이팅”’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과연 평화와 복귀, 새 삶을 바라는 것인지, 그 반대인지 알 수 없는 기사 제목이다. 상습도박이라는 범죄를 저지른 죄인이 조금이라도 밝은 일상의 풍경을 올리는 것은 언론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는 의무감인 걸까. 만에 하나 그렇다 해도 과하지만, 실제로는 언론으로서의 윤리관보다는 제목을 이용한 어뷰징에 가까워 보인다. 가령 텐아시아는 ‘상습 도박’ 슈, BJ 데뷔 후 이것까지… “시각·촉각 다 열어 놓고”’라는 상당히 선정적인 뉘앙스의 제목을 달았지만, 실제 기사는 슈가 ‘시각·청각·후각·촉각·미각 다 열어놓고 만나러 가겠습니다’라는 포부와 함께 사회복지관에서 게스트로 봉사활동을 한다는 내용이다. 어쩌면 정말로 그는 삶의 모든 순간마다 ‘도박’ 슈로서 과거의 업보를 끌어안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언론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도박’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중계하고 소비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하고 살 수 있으며 살아도 되느냐는 질문과 별개로, 이런 기사들은 아예 다른 삶의 가능성을 앞서 차단하기 때문이다.

슈와 관련된 기사, 내용에 상관없이
이름 앞에 따라붙는 수식어 ‘도박’

범죄를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공적인 언론이 악의를 쏟아내면서
부정적 평가를 유도하는 것도 범죄

BJ로 방송 복귀 한 게 구걸이라면
조회수 올리려는 기사도 구걸이다

슈가 언론에 의한 억울한 피해자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그는 도의적 차원을 넘어 법적인 범죄를 저질렀다. 수억원을 도박에 쓴 것은 어떻게 봐도 어리석은 행동이고, 그 과정에서 빚을 지고 채무자에게 금전적 부담과 피해를 준 건 명백한 과실이다. 그가 소유한 빌라의 임차인 일부가 슈의 채무 때문에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던 사건을 생각하면 고의는 아니라 해도 피가 바짝 마르는 기분이다. 그 모든 것에 대한 법적 처벌을 받고 채무를 정리했다 해도 누군가 슈라는 인간을 싫어한다면, 그럴 수 있다. 싸늘하게 식은 대중의 눈초리 앞에서 그가 더는 연예인으로서 활동하기 어렵다면 그것도 어쩔 수 없다. 과오를 인정한다는 건, 억울함에 매몰되지 않고 그 무게를 어떻게든 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니 언론이 굳이 호처럼 이름 앞에 ‘도박’이라는 말을 붙이는 건 과도하고 때때로 저열하지만, 없는 사실을 꾸민 건 아닌 셈이다. 하지만 그럼 된 걸까. 슈라는 개인이 저지른 잘못에 비해 너무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느냐는 질문이 아니다. 그보단 누구든 별다른 부담 없이 손가락질할 수 있을 만한 대상이 나타났을 때, 언론이 공적 언어로 마음껏 악의와 적대감을 쏟아내도 되느냐는 것이다.

슈가 지난 4월 활동 중단 4년여 만에 출연한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 스타다큐 마이웨이 캡처

슈가 지난 4월 활동 중단 4년여 만에 출연한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 스타다큐 마이웨이 캡처

가령 슈가 활동 중단 4년여 만에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에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인터넷 방송과 인기 팟캐스트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한 것을 두고 뉴스엔은 ‘악플보다 무서운 무관심 복귀’라는 타이틀로 비슷한 시기 방송 복귀를 시도한 함소원과 엮어 “‘더 좋은 모습으로 보답할’ 기회를 주는 건 대중이지 미디어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맞는 말이다. 물의를 빚은 연예인에 대해 미디어가 미리 면죄부를 발부할 권리는 없다. 마찬가지로 미디어가 먼저 대중의 반응을 예단해 복귀 성공 유무를 판결할 권리 역시 없다. 슈에 대한 미디어 보도는 정확히 후자다. 복귀 후 팬과의 첫 소통으로서 슈의 BJ 방송이 가장 적절한 방식은 아니었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Star1은 ‘어쩌다 S.E.S가 돈 구걸하는 여캠이 됐나’라는 자극적 제목과 함께 “매일 힘들게 돈을 벌고 있다던 슈는 없고, 가슴골이 드러난 옷을 입고 돈을 구걸하는 인터넷 방송인을 보게 됐다”며 그 시도 자체를 비난했다. 과연 해당 기자가 후원금을 받는 모든 BJ의 수익 모델에 대해 ‘구걸’이라는 표현을 쓸지 궁금하기도 하거니와 “슈의 얼굴에는 미안함도, 괴로움도, 눈물도 모두 사라졌다. 후원금을 헤아리는 빠른 눈과 감춰지지 않는 미소가 떡하니 자리했다”는 표현에선 대상을 어떻게든 비호감으로 묘사하기 위한 노력이 비춰진다. 기사가 다양한 해석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얼굴까지 다 알려진 애들을 키우는 엄마가 가슴 속살을 훤히 드러낸 채 후원금에 방긋 웃는 모습”이란 표현에선 비평적 관점과 근거가 아닌 기자의 악의적 정념만 드러날 뿐이다. 인터넷 방송이 애매한 면이 있었다면,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에서 역시 불법도박 때문에 방송에서 하차한 신정환과의 비교에 대해 “그는 불법이고 나는 불법은 아니었다. 불법은 아니고 나는 대놓고 한 거”라 해명한 건, 본인의 착각이든 소통의 오류든 부적절하고 사실관계도 틀린 발언이다. 그러니 스포츠동아에서 “슈의 행위는 명백히 범법 행위다. 숱한 재판을 통해 이를 모를 리 없음에도 슈는 방송에서 당당하게 거짓을 이야기했다”라고 정당히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뒤이어 “자숙 중이던 슈는 돌연 진정성 있는 소통을 원한다며 인터넷 방송에 모습을 드러냈다. 소통을 핑계로 스리슬쩍 활동 재개를 노리는 슈의 행보가 기가 막힌다”고 말할 권리까지 생기는지는 의문이다. 해당 기자가 과거 인터넷 불법도박으로 방송을 중단했던 이수근이 1년6개월 만에 tvN <SNL 코리아> 특별 게스트로 출연한 것에 대해 “오랜만에 콩트를 선보임에도 특유의 포인트로 깨알 웃음을 선사해 눈길을 끌었다”고 후하게 평한 것을 떠올리면 더더욱.

칼럼니스트 위근우

칼럼니스트 위근우

이처럼 상당수 연예 매체는 슈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대중의 부정적 평가를 유도하거나 미리 전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조차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이들 매체는 단순히 슈가 대중에게 온당히 평가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끊임없이 슈를 대중 앞에 소환한다. 이래선 그들이 경고한 ‘악플보다 무서운 무관심 복귀’조차 불가능하다. 앞서 인용한 언론들에 의하면 슈가 활동 중단 4년 만에 대중과의 만남을 시도하고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건 ‘구걸’이자 ‘기가 막힌’ 행동이지만, 그들이야말로 슈라는 미워하기 좋은 대상을 더 미워하기 좋은 상태로 가공해 대중에게 판매하는 중이다. 슈에게 진정성을 논하기엔, 정작 그를 상품화하는 건 이들 연예매체다. 슈를 향해 토해내는 정념이 공적 언어를 다루는 기자로서의 실격 사유라면, 이러한 정념의 발화를 통해 다들 슈라는 대상을 향해 악의를 드러낼 판을 깔아주는 건 기자를 가장한 영업사원으로서의 실적이 된다. 그들의 말을 돌려주자면, 기사를 핑계로 스리슬쩍 혐오의 판을 깔아 조회 수를 구걸하는 그들에게야 말로 악플보다 무서운 무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다시 말하지만 슈의 정당한 복권을 바라는 게 아니다. 자숙 기간을 감안해 온정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를 싫어하거나 미워할 꽤 정당해 보이는 알리바이가 있더라도, 안심하고 악의를 발산하는 건 추하다는 것뿐이다. 저 많은 기사들의 형태가 증명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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