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을걸?…타임워프·판타지·농촌 스릴러

최민지 기자 ming@ kyunghyang.com

배터리 충분히 채우고 정주행

연휴는 짧지만 새로운 콘텐츠를 즐기기엔 무리 없는 시간이다.

지루한 귀성·귀경길, 화려한 영상은 잠시 뒤로 하고 오랜만에 2D의 세상 속으로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흥미로운 웹툰 3편을 소개한다. 현재 연재 중인 작품도, 이미 완결된 작품도 있다. 한 번 시작하면 ‘다음화’를 누르지 않기 어려우니 휴대전화나 태블릿PC의 배터리를 충분히 충전해두는 것이 좋겠다. 몇몇 작품의 경우 초반 몇 화를 제외하고는 얼마간의 결제가 필요하다.

■고시원 벽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면

청년의 삶을 다루는 작품은 많지만 네이버 웹툰 <벽간소음>은 어딘가 색다르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과거와 현재의 사람이 소통하는 타임워프 스릴러물이 더해졌기 때문일까.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을걸?…타임워프·판타지·농촌 스릴러

주인공은 20대 초반의 대학생 은선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여성 전용 ‘뿌리 고시원’에 살고 있는 선혜는 어느 날부터 옆방에서 남자 목소리를 듣는다. 벽 너머로 들리는 남자 목소리에 짜증이 난 선혜는 옆방에 직접 찾아가지만 그곳은 몇 년째 쓰지 않은 빈 방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리의 정체가 20년 전 그 고시원에 살던 20대 청년 한정민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선혜는 이것을 인생 역전의 기회로 삼는다. 그것은 가난을 벗어나고 싶어하던 한정민도 마찬가지다. 가난한 청년 둘은 ‘돈’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손을 잡고 이는 평범했던 두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벽간소음>은 독특한 설정과 뛰어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2000년대 초반과 2020년대의 가난한 청년들이 느끼는 박탈감도 탁월하게 묘사한다. 2000년대 초반 신용카드 대란, 대구 지하철 참사, 연쇄살인 사건 등 실제 사건들과 연계해 실감을 더한다. 타임워프 스릴러물이라는 점에서 드라마 <시그널>이나 영화 <콜> 등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 작품들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개성을 지니고 있다. 지난 3월 연재가 시작돼 지난 5일까지 총 27화가 공개됐다.

■엄마 없는 소녀들의 성장담

1947년, 제주도 우도에서 나고 자란 열다섯 소녀 해오는 물질을 하며 살아간다. 쾌활한 성격에 물질에도 뛰어나지만, 그에게는 어린 시절 말도 없이 집을 나가버린 엄마로 인한 상처가 있다.

‘바람 들어 자식 버린 여자의 딸’이라며 손가락질을 당하는 해오는 엄마를 미워하면서도 그리워한다.

웹툰 ‘해오와 사라’

웹툰 ‘해오와 사라’

어느 날 해오는 바닷가로 떠밀려온 인어 ‘사라’를 구하고, 이를 계기로 해오와 사라는 친구가 된다. 사라는 인간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반쪽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인어들 사이에서도 은근한 따돌림을 당한다. 사라는 어엿한 인어로 인정받기 위해 모험을 감행한다.

카카오 웹툰 <해오와 사라>는 인간 소녀 해오와 인어 소녀 사라가 만나 자신들을 옥죄는 인간·인어 사회의 틀을 깨고 바깥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두 소녀에게 덧씌워진 편견과 차별은 2022년 현재 소수자를 향한 혐오와도 맞닿아 있다. 고립된 공간 섬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어딘지 서글프고도 아름답다. 판타지 장르와 여성 서사의 결합, 다양하고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이상적이다. 지난해 73화를 끝으로 완결됐으니 무리 없이 정주행이 가능하다.

■심장이 쫄깃해지는 농촌 스릴러

어딘지 음산한 농촌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릴러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윤태호 작가의 웹툰 <이끼>와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이 그랬던 것처럼. 카카오 웹툰 <아버지의 복수는 끝이 없어라>(아래 사진)는 이 작품들의 뒤를 잇는 농촌 스릴러다.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을걸?…타임워프·판타지·농촌 스릴러

중년 남성 맹도훈은 사업 실패와 부동산 사기로 재산을 날려버린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아내의 마트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살아가다 소식이 끊겼던 할머니의 치매가 심해졌다는 연락을 받는다. 걱정도 잠시, 할머니의 집과 그 인근이 대규모 개발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도훈은 요양병원에 할머니를 모신 뒤 들른 할머니 집 마당에서 의문의 지하창고를 본다. 그리고 그 안에서 30년 전 실종된 아버지를 발견한다. 30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아버지는 자신만의 복수를 시작한다. 이는 낯선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 도훈과 그 가족에게 위협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아버지와 할머니, 일찍 가출한 도훈의 어머니와 그 주변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얽히고설킨 인간관계와 이로 인한 원한 등은 한국형 농촌 스릴러의 전형으로도 보이지만,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지난해 66화로 완결됐다. 2021년 ‘오늘의 우리 만화상’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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