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연애사·사후세계·이주민 로컬푸드…어떤 주제든 보다보면 금세 ‘과몰입’

오경민 기자

같이 보고 편하게 수다도 떨고

주말과 겹쳐 아쉽지만 그래도 긴 추석 연휴가 다가왔다. 거리 두기 해제 후 첫 추석을 맞아 귀성길 정체가 예상된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어색함이 감돌 수도 있다. 편수가 다소 많아 평소에는 정주행 엄두가 나지 않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오리지널 드라마, 친척들과 함께 본 뒤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을 만한 예능을 추천한다.

■OTT로 배우는 연애…예능 <환승연애>

남의 연애만큼 재밌는 이야깃거리도 없다. 연애 예능이 쏟아지지만 ‘근본’은 따로 있다. 시즌2를 방영하고 있는 <환승연애> 시리즈는 믿고 볼 수 있는 연애 예능 중 하나다. <환승연애>는 남성 4명, 여성 4명이 등장해 서로를 알아가는 프로그램이다. 8명이 같은 숙소에 머물며 서로 데이트를 하고, 식사를 같이하는 점은 평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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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점은 8명이 모두 전 애인과 함께 출연했다는 점이다. 서로 누가 누구의 전 연인인지는 밝힐 수 없다. 출연진은 호감이 가는 상대의 전 연인을 추리하는 동시에 자신의 전 연인이 새로운 사람과 데이트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이 프로그램에는 ‘X 채팅방’이라는 공간이 존재하는데, 이곳에서 출연진은 전 연인과 데이트를 하는 이에게 전 연인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연애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기고 프로그램 이후 본업을 관두고 방송계에 발을 들이는 출연진이 많아지자 시청자들은 연애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환승연애> 시리즈는 조금 다르다. 특히 출연자가 전 연인에게 느끼는, 논리로 설명하기 어렵고 조금은 구질구질한 마음들을 보면 프로그램에 절로 ‘과몰입’하게 된다. 시즌1은 총 15화로, 티빙에서 볼 수 있다. 2시간이 넘는 편도 있어 평소에 보기에는 남다른 끈기가 필요하지만 연휴에는 시간을 보내기 제격이다.

■천국이긴 한데…드라마 <굿 플레이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굿 플레이스>는 엘리너 셸스트롭(크리스틴 벨)이 사망하면서 시작한다. 엘리너가 눈을 뜨자 “어서오세요. 모든 것이 괜찮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보인다. 양복을 입은 마이클(테드 댄슨)이 나타나 이곳은 지구에서 생전 착하게 산 사람들만 올 수 있는 낙원 ‘굿 플레이스’라고 소개한다. 평화로운 동네, 넓은 집, 선량한 이웃, 나와 딱 맞는 솔메이트…. 모든 것이 완벽하다. 마이클은 엘리너에게 이곳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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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엘리너는 불안하다. 자기는 평생 사형수를 변호하고, 남을 위해 봉사해온 변호사인 동명이인 엘리너가 아니기 때문이다. 엘리너는 노인들에게 거짓말을 해서 약을 팔던 판매사원이었고, 친구들에게도 거짓말을 일삼았으며, 허영이 많았다. 그는 자기가 ‘그 엘리너’가 아니라는 사실을 솔메이트로 배정된 치디(윌리엄 잭슨 하퍼)에게만 털어놓는다.

치디는 마이클에게 사실대로 말하라고 엘리너에게 제안하지만, 엘리너는 말을 듣지 않는다. 두 사람은 차선책으로 엘리너를 ‘그나마 좋은 사람’으로 만들고자 노력한다. 엘리너는 생전 윤리학 교수였던 치디에게 도덕과 철학을 배운다. 그러나 원래의 못된 성격은 자꾸만 튀어나와서, 엘리너가 악행을 할 때마다 ‘굿 플레이스’는 자꾸만 재앙과 오류를 겪는다.

엘리너의 사후세계 분투기를 담은 <굿 플레이스>는 우리에게 착한 것과 나쁜 것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볼 만한 질문을 던진다. 윤리나 도덕 시간에 접했을 학자들의 이름과 사상을 접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드라마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각 에피소드는 30분 정도, 각 시즌은 12~1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시즌4로 완결됐다.

■먹방을 넘어…예능 <조인 마이 테이블>

먹방의 아쉬운 점은 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거다. 왓챠 예능 <조인 마이 테이블>은 맛있는 음식을 소개하며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혀준다.

남의 연애사·사후세계·이주민 로컬푸드…어떤 주제든 보다보면 금세 ‘과몰입’

방송인 이금희와 소설가 박상영이 함께 미식 여행을 떠난다. 목적지는 제주, 인천, 광주, 김해, 평택, 안산 등이다. 이곳에는 낯선 이웃들이 있다. 예멘 난민, 고려인, 미얀마 이주민 등이다. 양고기와 채소가 어우러진 예멘의 ‘파흐샤’, CNN이 꼽은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2위이자 인도네시아식 볶음밥 ‘나시고랭’, 모로코 전통 찜요리 ‘타진’…. 한국에서 세계의 로컬 푸드를 먹으며, 이주민들의 사연을 들어본다.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제작진이 참여한 만큼 음식을 화면에 담는 솜씨가 예술이다. 프로그램은 음식을 맛깔나게 소개하면서 각 지역의 다채로운 풍경도 보여준다. 화려한 관광지가 아니라 삶의 공간에서 소박한 특별함을 찾는다. 분위기는 마냥 무겁지 않고 유쾌하다. ‘먹잘알’ 두 진행자의 조화도 훌륭하다. 한 에피소드당 30~40분 정도의 분량으로, 6화로 끝을 맺었다. 왓챠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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