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배우, 덜 치명적인 사랑···영화 ‘본즈 앤 올’

오경민 기자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영화 <본즈 앤 올>은 식인본능을 가진 ‘이터’ 리(티모테 샬라메·왼쪽)와 매런(테일러 러셀)의 사랑 이야기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영화 <본즈 앤 올>은 식인본능을 가진 ‘이터’ 리(티모테 샬라메·왼쪽)와 매런(테일러 러셀)의 사랑 이야기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4년 전 개봉해 국내에서 열풍을 일으킨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과 배우 티모테 샬라메가 다시 만났다. 식인을 하는 소녀 매런(테일러 러셀)과 소년 리(티모테 샬라메)의 사랑을 담은 영화 <본즈 앤 올>이 오는 30일 개봉한다.

영화는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고등학생 매런은 파자마 파티에 갔다가 충동적으로 친구의 손가락을 씹어 먹은 뒤 자신에게 식인 본능이 있음을 알게 된다. 아버지(안드레 홀랜드)는 매런이 갓난아기 때부터 사람을 먹어왔으며 그때마다 살던 곳을 떠나 도망쳐야 했다고 털어놓은 카세트테이프, 매런의 출생증명서를 남기고 떠난다. 매런은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자신이 태어난 미네소타주로 향한다. 여정 중 만난 설리(마크 라이런스)는 매런과 같은 식인종 ‘이터’가 여럿 있다는 사실과 냄새로 종족을 구분하는 법 등을 알려준다. 설리는 매런과 함께하고 싶어 하지만 매런은 스스로를 3인칭으로 ‘설리’라고 부르며, 지금까지 먹은 사람들의 머리카락을 엮어서 가지고 다니는 설리가 꺼림칙하다. 매런은 설리가 자고 있을 때 떠난다.

다시 여행길에 오른 매런은 또 다른 이터 리와 만난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다. 식인 본능을 대하는 이터들의 서로 다른 방식을 접하고, 끝내는 엄마를 만나면서 매런은 어떻게 하면 사람을 최소한으로 해치면서도 이터로서의 자신을 미워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지 탐구한다.

‘다른 존재’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영화는 <셰이프 오브 워터>나 <트와일라잇>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이 영화는 평범한 인간과 다른 존재의 사랑을 그린 두 영화와 달리 다른 존재끼리의 사랑을 비춘다. 매런과 리의 사랑은 사람을 먹는다는 공통점에서 시작한다. 이 점 때문에 둘은 다른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내면의 상처와 죄책감, 불안 등을 이해하고 이해받으며 연결된다. 서로를 사랑하며 자신과 화해하고 치유받는다.

사랑은 자신과 다른 존재를 오해하고 이해하는 과정이라 믿는 이들에게 매런과 리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매런과 리는 별 갈등 없이 사랑에 빠진다. 영화는 둘이 왜 친구가 아니라 꼭 연인이어야 하는지, 두 사람이 어떻게 제목처럼 ‘뼈까지 남김 없이’ 모두 내어줄 정도로 사랑하게 되는지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매런과 리의 매력적인 얼굴을 보면 사랑에 빠질 법하기는 하다.

영화의 스펙터클은 두 사람의 사랑과 오해보다는 이들에게 닥쳐오는 외부의 위협, 차를 타고 이들이 지나치는 아름다운 풍경에서 온다. 두 주인공이 식인종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이들이 다른 사람을 해할까보다는 다른 이들이 이들을 해할까봐 걱정하게 된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북부 이탈리아의 아름다움을 화면에 담았던 구아다니노 감독은 이번에는 미국을 횡단하며 다채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신체 일부를 훼손하는 장면이 주를 이루지 않지만 종종 등장한다. 잔인한 것을 전혀 보지 못한다면 관람하지 않기를 권한다. 러닝타임은 130분.

영화는 미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자주 비춘다. 매런(왼쪽)과 리는 훔친 트럭을 타고 달린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영화는 미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자주 비춘다. 매런(왼쪽)과 리는 훔친 트럭을 타고 달린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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