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 클래식’ 대명사 막스 리히터···경계 허물고 현실에 뛰어드는 음악 세계

허진무 기자
독일 출신 작곡가 막스 리히터. 마스트미디어 제공

독일 출신 작곡가 막스 리히터. 마스트미디어 제공

안토니오 비발디가 1725년 작곡한 <사계>는 클래식 중의 클래식이다. 사계절의 시정(詩情)을 아름다운 선율로 표현한 이 작품은 후대 작곡가들이 수없이 재편곡했다. 그중에서도 작곡가 막스 리히터(57)가 2012년 발표한 <사계 리콤포즈드>는 현대음악계와 클래식계에 모두 충격을 안겼다. 비발디의 기본 멜로디만 남기고 다양한 기법으로 재작곡(recomposed)해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보여준 리히터는 명실상부 ‘네오 클래식’을 대표하는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리히터의 대표곡들을 연주하는 콘서트 <막스 리히터: 레볼루션>이 다음달 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리히터의 유명한 현악 합주곡 ‘온 더 네이처 오브 데이라이트’를 지난해 국내 초연한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과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이 협연한다.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의 음악감독인 아드리엘 김이 지휘를 맡는다.

리히터는 1966년 독일에서 태어나 영국 왕립음악원을 졸업하고 이탈리아에서 작곡가 루치아노 베리오에게 클래식과 전자음악을 배웠다. 리히터는 클래식과 전자음악을 자연스럽게 결합했다. 단순한 구성이지만 마치 시를 읽은 듯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2002년 첫번째 앨범 <메모리하우스>를 통해 쓸쓸하면서도 그윽한 정취를 들려줘 평단과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리히터는 현실 사회 문제에 적극 뛰어들고 작품에 실천적 메시지를 담는다. 2003년 영국의 이라크 침공을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했고, 2004년 두번째 앨범 <블루 노트북>으로 반전(反戰)과 반폭력을 주장했다. 2015년 앨범 <슬립>을 통해 불면증에 시달리는 현대인이 자면서 들을 수 있는 8시간짜리 자장가를 내놓기도 했다. 2021년 앨범 <엑자일>은 시리아 내전 난민이 희망을 찾는 여정을 그렸다.

2020년 앨범 <보이스>는 1948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을 바탕으로 작곡한 것이다. 첫번째 곡인 ‘올 휴먼 비잉스’는 초안작성위원회 의장이었던 엘리너 루스벨트가 선언문을 읽는 목소리로 시작한다. 이어 배우 키키 레인이 선언문을 읽을 때는 내용 중에서 ‘형제애’는 ‘공동체’로, ‘모든 남성과 여성’은 ‘누구나’로 수정해 남성 중심주의와 젠더 이분법을 거부했다. 두번째 곡부터는 세계 각국 출신 70명이 각자의 모국어로 선언문을 읽는 목소리를 실었다.

리히터의 음악은 무게감 있는 영화나 드라마에도 어울린다. 리히터는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내전 개입과 사브라 샤틸라 민간인 학살을 다룬 애니메이션 <바시르와 왈츠를>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을 맡았다. ‘온 더 네이처 오브 데이라이트’는 영화 <스트레인저 댄 픽션> <셔터 아일랜드> <컨택트>, 국내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 쓰였다. 로열 발레단이 2017년 초연한 발레 작품 <울프 웍스>의 음악도 작곡해 장르의 경계를 허물며 음악 세계를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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