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비평’ 200호 “‘새로운 25년’도 ‘한결같되 날로 새롭게’ 가겠다”

김종목 기자

계간 ‘창작과비평’ 200호가 나왔다. ‘창작과비평’은 1966년 첫 호를 간행했다. 1970~1980년대 독재정권 시기 판매금지 처분, 출판사 등록취소 같은 탄압으로 잡지를 내지 못하기도 했다. 100호(1998년 여름호) 출간에 25년이 아니라 32년이 걸렸다. ‘새로운 25년을 향하여’는 300호를 염두에 두고 제시한 키워드다.

이 키워드에 따라 한국 사회의 구조 전환과 관련한 ‘대전환’을 논하는 글을 모았다. 사회변화 일선에 선 각계 인사 인터뷰도 실었다. 시와 소설은 ‘미래에 대한 상상’을 구현한 것들이다.

200호 특집은 한기욱 편집고문과 이남주 편집주간이 김영선 편집자 사회로 ‘원(願)은 크게, 길은 현실에서’라는 제목으로 벌인 대담을 첫머리에 올리며 시작한다.

백지연 편집부주간, 이남주 편집주간, 황정아 편집부주간(왼쪽부터) 24일 열린 200호 출간 기자회견 중  특집으로 구성한 200호를 들어 보이고 있다. 창작과비평 제공

백지연 편집부주간, 이남주 편집주간, 황정아 편집부주간(왼쪽부터) 24일 열린 200호 출간 기자회견 중 특집으로 구성한 200호를 들어 보이고 있다. 창작과비평 제공

‘창작과비평’은 “문학과 정론을 겸하는 비판적 종합지”를 내세워왔다. 한 고문은 “문학과 정론을 겸하는 구성은 창간호부터 견지해온 방침이고 창간정신과도 맥이 닿아 있다. 매호 요긴한 정론과 함께 수준 높은 문학작품을 소개하고 비평을 펼치면서 지령 200호까지 이어온 잡지는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희귀하다”고 설명했다.

한 고문은 창비 표어 ‘한결같되 날로 새롭게, 나날이 새로워지되 한결같이’를 두고 “‘나날이 새롭게’라는 부분에서 특히 문학이 변화의 흐름을 먼저 감지하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시대 전반을 사유하려면 문학적인 감각만으로 되진 않고 통합인문학적인 사유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창비의 담론 중 문학 분야는 시민문학론, 민족문학론, 세계문학론, 리얼리즘론, 인문사회 분야는 분단체제론, 변혁적 중도론, 근대이중과제론 등으로 꼽았다.

이 주간은 ‘근대 적응과 극복의 이중과제론’을 두고 “처음에는 자본주의 극복이라는 전망에서 후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았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적응하며 극복하는 이중과제적 태도가 알게 모르게 큰 공감을 얻고 있다고 본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삶을 살면서 한계를 돌파하려 할 때는 그러한 자세가 당연히 필요하니까요. 이같이 비현실적인 이상에 자족하지 않고 그렇다고 현실을 추수하지도 않으면서 변혁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창비 담론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권두 대담의 주된 내용은 ‘윤석열 정부 비판’이다. 이 주간은 “현 정부가 퇴행적인 행태를 반복하는 근본 원인에는 촛불혁명으로 높아진 시민의 주체성과 변화 요구에 대한 기득권 세력의 말기적 반발이 있다.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와 국제사회의 균열 속에서 윤석열 정부가 갈등과 대립에 편승하고 그것을 격화시킨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등장이 촛불혁명의 ‘변칙적 사건’이고, 촛불혁명은 계속 진행 중이며 진행되어야 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할 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한 고문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는 오히려 87년체제 이전으로 퇴행하는 것 같다. 단기적으로는 이 정부를 어떻게 퇴진시킬 것인가에 많은 것이 걸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윤석열 정부의 집권 자체가 촛불혁명이 야기한 ‘변칙적 사건’이라면 이 ‘변칙’을 바로잡는 것도 촛불혁명일 수밖에 없다 싶다”고 말했다.

‘창작과비평’ 특집 대담은 연장선에서 대전환을 논의한다. 50주년 때인 2016년에도 소수자 운동, 젠더불평등, 돌봄문제, 생태문제 등을 대전환 차원에서 논의했다. 한 고문은 대전환의 중장기적 과제로 “막바지로 갈수록 포악해지는 자본주의 체제에 적응하면서 극복하는 일”로 제시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재생산 없는 축적’, 즉 노동력의 재생산을 보장하여 잉여가치를 지속적으로 ‘착취’하는 방식보다 노동자를 일회용품처럼 써먹고 폐기처분하는 정착식민주의적인 경향이 두드러진다. 기업의 자연자원 사용에서도 환경 파괴적인 ‘추출적(extractive)’ 방식이 확대되어 생태계도 회복 불가능의 영역이 늘어난다”면서 “이전의 복지 개념과는 다른 발상의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의료 등의 민생 정책, 그리고 성장주의에서 탈피하는 사회생태 정책에 대해서 더 많이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특집은 ‘대전환의 한국 사회,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라는 제목의 논단도 게재했다. 유재건 부산대 명예교수,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 백영경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 황정아 문학평론가의 글을 실었다. 이들은 지난달 14일 같은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특집은 ‘장애 인권’ ‘플랫폼 노동’ ‘AI 시대와 정치’ ‘지역과 농업’ ‘청년과 기후행동’ ‘한국 언론’ ‘반전’에 관한 인터뷰 8편도 실었다. ‘구르님’으로 널리 알려진 유튜버 김지영씨, 라이더유니언 박정훈 조직국장 등이 참여했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인터뷰도 게재했다.

이 주간은 24일 개최한 200호 기자회견에서 ‘한결같되 날로 새롭게’라는 뜻의 ‘법고창신(法古創新)’을 ‘창작과비평’이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했다. 그는 이 말을 두고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의 변화, 사람들의 감수성 변화 등에 맞춰 이상적인 것과 현실을 결합해 구현할 길을 찾겠다는 취지를 잇고 있다”고 했다.

황정아 부주간은 “생태 위기, 자본주의 위기 등 현실적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도 다음을 생각하는 이행의 문학”을 강조했다. 백지연 부주간은 페미니즘, 소수자 문제 등을 두고 “다각도로 시간을 들여 숙고하며 들여보려 했다. 이런 부분을 구체화하는 게 숙제”라고 했다.

‘창작과비평’ 발행 부수는 약 1만부다. 정기 구독자는 5000명. 전자 구독자는 2000~3000명이라고 한다. 이 주간은 종이 잡지를 둘러싼 위기와 변화를 두고 “종이 잡지를 발간하는 기조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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