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비들이 ‘와유’했던 병풍 속 칠보산, 영상으로 만난다

도재기 선임기자

미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칠보산도 병풍’

고궁박물관서 5월26일까지 ‘디지털영상전’

배우 류준열 해설·작곡가 양방언 음악 참여

미국서 동시 개최…‘실물 작품’ 관람 가능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에 소장된 조선 후기의 10폭 병풍 ‘칠보산도 병풍’. 문화재청 제공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에 소장된 조선 후기의 10폭 병풍 ‘칠보산도 병풍’. 문화재청 제공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함경북도 명천의 칠보산(七寶山)은 이름난 명산이다. 생태계도 비교적 잘 보존돼 지난 2014년에는 유네스코의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칠보산은 조선시대에 ‘작은 금강(산)’으로 불리며 금강산처럼 누구나 한번쯤 가고 싶어한 곳이었다. 문신 임형수(1514~1547)가 1542년 3월에 칠보산을 다녀와 남긴 답사기 ‘유칠보산기’(遊七寶山記)가 널리 읽히면서 더 유명해졌다.

문신 관료인 약천 남구만(1629~1711)의 문집인 <약천집(藥泉集)>에는 “여러 봉우리가 높이 솟아 기이하고 빼어나서 천태만상 없는 것이 없다”며 “세속에 전해 오기를 옛날에 일곱 산이 나란히 솟아 있었기 때문에 칠보산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기록됐다. 약천은 “(봉우리, 바위들이) 새가 날고 짐승이 달리는 듯하며 혹은 사람과 물건이 많이 모여 있는 듯하니, 비록 구름이 흩어졌다 모이고 신기루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으로도 그 신기함을 다 비유할 수 없을 것”이라며 “지금 이 산의 가장 높은 곳에는 조개와 소라 껍데기가 쌓여서 왕왕 무더기를 이루고 있으니, 일찍이 바다에 잠겨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적었다.

‘칠보산도 병풍’ 중 제5~6폭의 윗부분. 문화재청 제공

‘칠보산도 병풍’ 중 제5~6폭의 윗부분. 문화재청 제공

‘칠보산도 병풍’ 속에 표현된 인물들(왼쪽)과 개심사 전경. 문화재청 제공

‘칠보산도 병풍’ 속에 표현된 인물들(왼쪽)과 개심사 전경. 문화재청 제공

조선시대 선비들은 명산, 명소를 직접 가보지 못할 경우 그 곳의 그림을 감상하며 즐겼다. 직접 경험하지 못한 경관과 아름다움을 누워서 즐긴다는 와유(臥遊)다. 겸재 정선 등 사대부 화가나 궁중의 화원들은 금강산 등 전국 명소를 여행하고 많은 실경·진경산수화를 남겼고, 와유의 대상이 됐다.

칠보산의 절경을 담은 그림들도 그려졌다. 그 가운데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에 소장된 10폭의 ‘칠보산도 병풍’은 화가가 누구인지는 알 수없지만 19세기의 걸작으로 꼽힌다. 가로 460㎝, 세로 185.2㎝에 이를 정도로 대작이기도 하다. 수묵담채로 그려진 ‘칠보산도 병풍’은 개심사, 회상대, 금강굴, 금강봉 등 웅장한 칠보산의 명소 곳곳을 섬세한 필치로 표현하고 있다. 병풍의 오른쪽 상단에는 남구만의 <약천집> 중 칠보산에 관한 글을 필사해 화제로 남겼다.

‘칠보산도 병풍’이 디지털 영상으로 거듭나 한국과 미국에서 함께 선보인다. 한국에서는 디지털 영상 만이, 미국에서는 영상과 더불어 ‘칠보산도 병풍’ 실물이 관람객을 맞는다.

문화재청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함께 클리블랜드미술관에 소장된 ‘칠보산도 병풍’을 소재로 한 특별전 ‘작은 금강, 칠보산을 거닐다-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칠보산도병풍 디지털 영상 전시’를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게 개최한다”고 15일 밝혔다.

‘작은 금강, 칠보산을 거닐다-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칠보산도병풍‘ 디지털 영상 전시’ 포스터. 문화재청 제공

‘작은 금강, 칠보산을 거닐다-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칠보산도병풍‘ 디지털 영상 전시’ 포스터. 문화재청 제공

이날 개막한 특별전은 한국에서는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5월 26일까지)에, 미국에서는 클리블랜드미술관(9월 29일까지)에 마련됐다. 조선시대 선비의 칠보산 여행이란 개념 아래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폭 22m, 높이 4.7m의 대형 디지털 화면을 통해 낮과 밤, 시간과 날씨 변화 등에 따라 달라지는 칠보산의 모습을 드러낸다. 재능기부로 참여한 배우 류준열이 해설을,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양방언이 음악을 맡았다.

문화재청 최응천 청장은 “이번 전시는 국외 문화유산을 대상으로 추진한 최초의 디지털 콘텐츠 제작사업이자 우리나라와 미국이 함께 그 가치를 공유하는 ‘K-공유유산’의 동시 활용 사례라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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