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된장’

이로사 기자

‘된장’에 버무린 미스터리… ‘숙성’은 덜된 듯

<된장>은 이상한 영화다. 보도자료의 문구 하나를 인용해보자. “ ‘된장’이라는 일상의 소재와 ‘미스터리’라는 언밸런스한 장르를 가지고 두 사람의 개성 있는 필력을 마치 핑퐁처럼 주고받으며 영화 <된장>을 숙성시킨 것.” 시선은 ‘언밸런스’에 맺힌다. ‘숙성’은 의문이다.

[리뷰]영화 ‘된장’

시작은 흥미진진하다. 방송사 프로듀서 최유진(류승룡)은 솔깃한 제보를 듣는다. 탈옥 5년 만에 검거된 살인마 김종구가 사형 직전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고 말했다는 사실. 그때부터 유진은 된장찌개의 비밀을 찾아 나선다. 취재과정에서 김종구의 수감동료, 김종구가 검거된 ‘산장 식당’의 주인 등을 만나면서 된장의 비밀이 조금씩 드러난다. 사건의 실마리는 조금씩 풀리는 듯 보인다. 그러나 사건의 열쇠를 쥔 된장의 달인 장혜진(이요원)이 자취를 감추고 거대재벌과의 관계, 이들의 죽음과 사체의 미스터리 등이 드러나면서 영화는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필력을 “핑퐁처럼 주고받은” 두 사람은 장진과 이서군이다. 장진은 기획·각본·제작을, 이서군은 각본·감독을 맡았다. 영화 중반까지는 여러모로 장진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코미디가 빈번하고, 된장이라는 의외의 소재에 대한 미스터리가 고조된다. 다양한 형식이 동원됐다. 취재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인터뷰는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처리된다. 된장의 마법 같은 힘을 묘사하는 장면에선 슬로모션이나 환상기법, 애니메이션까지 사용한다. ‘대체 어떤 된장이기에’ 하는 기대감은 커져만 간다.

시사회장에서 장진 감독은 “충무로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기획영화임을 자부한다”고 했다. 흥미로운 시도임은 분명하다.

후반부에 이르러 영화는 된장에 담긴 ‘사랑 이야기’로 전환된다. 팽팽했던 밀도는 급격히 풀려버린다. 영화 초반, 유진은 된장을 ‘소소한 일상의 한 자락’이나 ‘엄마의 손맛’ 이야기로 풀라는 국장의 지시에 “진부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이는 영화 자체에 대한 이야기로도 들리는데,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로 귀결된 영화 <된장>이 진부함을 벗어났는지는 의문이다.

영상미에 공을 많이 들였다. 해남의 매화밭, 오대산 자락의 통나무집, 영광의 하사리 염전 등 국내 아름다운 장소들에 사계절을 고루 담았다.

스튜디오 세트 촬영 없이 모두 오픈 세트 또는 로케이션으로만 이뤄졌다고 한다. ‘된장 홍보 영화’ 삼아도 될 만큼 된장에 대한 묘사도 구체적이고 아름답다.

감독을 맡은 이서군은 만 19살인 16년 전 <301·302>의 시나리오를 쓰고 98년 <러브 러브>로 감독에 최연소 데뷔하면서 화제를 일으킨 인물이다. 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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