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통념 깬 ‘슈퍼 아이돌’… 데뷔 10년 슈퍼주니어, 월드투어 100회… 개인보다 팀에 중점이 비결

박경은 기자

슈퍼주니어는 올해로 데뷔 10년차인 아이돌그룹이다. 이들은 ‘아이돌의 유통기한’에 대한 통념을 보기 좋게 깨는 팀이다. 일반적인 공식으로는 20대 초·중반에 왕성하게 활동하다 이후 각자도생한다. 그렇지만 이들은 좀 다르다. 10대 후반 혹은 20대 초반에 데뷔한 이들은 20대 전체를 아이돌로 보냈고 이젠 서른을 훌쩍 넘어섰거나 코앞에 두고 있는데도 다른 그룹들 사이에서 큰 이질감을 주지 않는다. 얼마 전 낸 7집은 후배 그룹들을 제치고 음악방송 1위를 싹쓸이했고 지난 21일 100번째 월드투어를 마무리하는 대기록도 세웠다.

지난달 말 유튜브에 공개된 이들의 신곡 ‘마마시타’ 뮤직비디오는 한 달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뮤직비디오가 됐고, 이 곡이 실린 7집 앨범은 미국 빌보드차트가 집계한 월드차트 1위에 올랐다. 11명의 멤버들은 골고루 인기를 얻었고 뮤지컬, 연기, 예능, DJ, MC 등의 영역에서 각자의 재능을 발휘하고 있지만 특정한 개인보다는 언제나 슈퍼주니어라는 팀의 이름이 더 부각되고 빛난다.

슈퍼주니어 멤버들이 지난 21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100회 월드투어를 축하하는 케이크를 무대에 올려놓고 관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크게보기

슈퍼주니어 멤버들이 지난 21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100회 월드투어를 축하하는 케이크를 무대에 올려놓고 관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슈퍼주니어의 출발은 여느 아이돌그룹과 달랐다. 데뷔 초기 13명이라는 파격적인 숫자의 멤버를 무대에 올렸다. 해외 현지 활동을 염두에 둔 유닛(그룹 내 소규모 그룹)도 만들어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활동하는 전략을 최초로 구사했다. 초기부터 멤버 개인의 개별활동을 염두에 두고 팀을 꾸릴 만큼 각각의 개성과 컬러를 지닌 멤버들이 뭉쳤다. 많은 멤버 수 덕분에 시각적 압도감을 주기도 했지만 이 같은 방식은 초기만 해도 대중들에겐 낯설었다.

게다가 다양한 무대에서 끼와 재능을 펼쳐 보이면서 망가짐도 불사했다. 이 때문에 이들을 두고 개그맨인지 가수인지 헷갈리는 대중들도 많았다. 국내 최대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인 이들은 깎아놓은 듯 일사불란하고 팬시상품 같은 다른 SM 소속 가수들과는 처음부터 뚜렷이 차별화됐다.

다소 실험적이고 모험적이었지만 이 같은 슈퍼주니어의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초기부터 해외활동에 중점을 둔 이들은 중국에서 놀라운 결실을 맺었다. 2007년부터 중국의 연말 시상식마다 해외가수로서 상을 휩쓸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대만 최대의 온라인 음악 사이트에서 121주 연속 1위라는 신기록도 작성했다. 이들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를 통해 날개를 달고 세계무대에 슈퍼주니어의 이름을 알렸다. 촉매가 됐던 곡은 2009년 발표한 대표적 히트곡 ‘쏘리쏘리’였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 따라하기 쉽고 재미있는 안무 덕분에 남미, 유럽, 중동에까지 슈퍼주니어의 팬이 생겨났고 커버댄스(원곡의 안무를 따라하는 것) 동영상도 무수히 쏟아졌다. 이렇다 할 홍보활동 한 번 없이도 일본 도쿄돔에 11만명을 불러 모으는가 하면,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페루 등지에서 수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공연을 치렀다.

결국 이들은 2008년부터 ‘슈퍼쇼’라는 이름으로 세계 26개 도시를 돌며 138만명의 관객을 모으는 월드투어 100회의 기록을 쓸 수 있었다. 아리랑TV에서 해외에 K팝을 소개하는 DJ로 활동하고 있는 이삭은 “슈퍼주니어의 노래를 소개할 때는 해외 팬들이 반응을 올리는 메시지보드가 언제나 꽉 찬다”며 “처음에 뮤직비디오를 통해 접하다 예능, 드라마 출연작까지 실시간으로 번역해 공유하면서 팬덤 유입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양한 무대에서 멤버들이 펼치는 활약은 해외의 팬뿐 아니라 국내 대중들과도 접점을 넓히면서 이들의 롱런을 돕고 있다. 데뷔 전부터 이들의 매니지먼트를 총괄해온 SM엔터테인먼트 탁영준 실장은 “음악과 퍼포먼스를 통해 카리스마를 보여줄 뿐 아니라 과격한 분장쇼까지 마다않는 다채로운 모습이 이들의 매력”이라며 “개인보다는 언제나 팀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지금껏 팀을 이끌어온 원동력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멤버가 다수라는 점은 교대로 군복무를 이어가며, 여느 아이돌그룹이 겪는 물리적 공백 없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도 꼽힌다. 예성은 군복무 중이고, 이특은 최근 군복무를 마쳤고, 신동은 입대를 앞두고 있다.

이들의 대표곡은 특유의 리듬감이 강조되는 ‘SJ 펑크’ 스타일이라는 전형성을 갖고 있다. 이는 이들이 가진 음악적 다양성에 대한 관심을 억제하는 약점으로 종종 지적된다. 실제 앨범 수록곡 중에는 감상용 곡들이 꽤 수록돼 있지만 주목받는 경우는 드물다. 이번에 내놓은 7집 앨범 ‘셔츠’에는 동해가 작사, 작곡으로 참여했다.

SBS <인기가요>를 연출하는 김주형 PD는 “슈퍼주니어는 멤버 구성의 큰 변화나 공백 없이 10년간 정상에 머물고 있는, 독특한 위상을 갖고 있는 팀”이라며 “지금까지의 모습이나 앞으로의 활동 모두 다른 아이돌그룹에 롤 모델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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