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망치는 ‘애물’ 보호각 개선 안되나요

보호각의 벽이 해체된 서산마애삼존불상.

보호각의 벽이 해체된 서산마애삼존불상.

야외에 노출된 석조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세운 보호각들의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각이 있지만 문화재 훼손이 계속되거나 훼손이 우려되고, 잘못된 조명으로 문화재 가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또 보호각이 주변 환경과의 부조화로 이질감을 낳거나, 관람 환경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문제점은 국립문화재연구소가 14일 오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연 ‘문화재 보호각 개선방안’ 학술심포지엄에서 제기됐다.

국보 201호인 ‘봉화 북지리 마애여래좌상’은 보호각 설립이 이끼 등의 자생을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대일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는 ‘보호각과 문화재 보존환경’이란 주제발표에서 보호각이 협소하고, 보존환경에 필요치 않은 벽을 설치함으로써 원활한 통풍을 막아 상대적으로 내부습도를 높였다고 밝혔다. 배병선 문화재연구소 건조물연구실장도 이와 더불어 보호각이 불상 주변의 화불이나 모암반을 고려치 않고 건립돼 보호각의 형태와 비례 등의 문제가 지적된다고 말했다.

유리 보호벽으로 둘러싸인 원각사지 10층석탑.

유리 보호벽으로 둘러싸인 원각사지 10층석탑.

‘경주 배리 석불입상’(보물 63호)의 경우 보호각이 불상의 조형미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최선일 감정위원(김포공항 문화재감정관실)·조은경 학예사(문화재연구소)는 ‘유형별 문화재 특성과 보호각’이라는 발표에서 “보호각 건립 전후를 비교하면 불상은 전혀 다른 이미지를 보여준다”며 “자연채광이 주는 음영에 의한 조형미를 보호각 내부에서는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보호각은 또 외부에서 불상을 관람하기 어렵고, 내부의 조도는 너무 낮아 불편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탑골공원의 ‘원각사지 10층석탑’(국보 2호) 보호각도 도마에 올랐다. 보호각 내부에 분진이 쌓이고 철골과 유리로 된 보호각이 주변환경과 어울리지 않으며, 반사유리를 사용해 관람을 어렵게 한다는 것. 주변경관을 해치는 보호각으로는 경주의 ‘단석산 신선사 마애불상군’(국보 199호)보호각도 꼽혔다.

발표자들은 잘못된 보호각이 초래하는 문제사례로 ‘대흥사 북미륵암 마애여래좌상’(국보 308호)과 ‘서산마애삼존불상’(국보 84호)을 들었다. 당초 보물 48호이던 마애여래좌상은 보호각이 2구의 비천상 등을 가린 것이 뒤늦게 확인돼 국보로 재지정됐다. 마애삼존불상은 부실한 통풍, 내부 습기로 백화현상과 중앙본존불의 두상 균열 등이 확인돼 결국 벽체를 뜯어내야 했다.

한편 김홍식 명지대교수는 ‘보호각 설계의 기준 제안’에서 “석굴암과 원각사지10층석탑은 제대로 된 보존을 위해선 폐쇄하거나, 내부로의 이전을 하고 관람객들에게는 모사품 전시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발표자들은 이날 심포지엄에서 보호각 개선방향으로 설계단계부터의 지반과 습도·식생·대기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 단순한 보호가 아니라 보존과학 체계의 도입, 보호각 디자인의 다양화, 관람객의 동선 등 관람환경 최적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봉건 문화재연구소장은 “그동안 보호각에 대한 연구와 논의는 거의 없었다”며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보호각의 역할과 의의, 개선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도재기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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