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수준으로 대접받던 중고차의 ‘몰락’

김상범 기자

지난달 경매 낙찰률 44%…코로나 초기 이후 2년7개월 만에 50% 하회

할부금리 인상 탓 구매 심리 악화, 딜러들 악성 재고 대거 ‘손절’ 영향

유지비 부담에 개인 차주의 처분도 늘어…매물 건수 역대 최대로 쌓여

신차 수준으로 대접받던 중고차의 ‘몰락’

국내 최대 중고차 경매장 운영업체인 현대글로비스의 낙찰률이 2년7개월 만에 50%선을 깨고 40%대로 내려간 것으로 확인됐다.

경매장에 출품된 중고차 숫자도 지난달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자동차 구매 시장이 위축되자 딜러들이 장기 악성재고 처분에 나선 데다 할부금리 상승 등 유지비 부담으로 차량을 내놓는 차주들도 늘면서 매물이 쌓이는 모양새다.

4일 전국자동차경매장협회가 현대글로비스 경매회원 전용 통계를 집계한 월간 실적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글로비스 경매장에는 총 1만5163대의 차량이 나왔고 이 가운데 6672대가 낙찰됐다. 낙찰률은 44%다. 한 달 전인 지난 10월 60%에 비해 16%포인트 하락했다.

현대글로비스 경매 낙찰률이 40%대로 내려간 것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이던 2020년 4월(47%) 이후 2년7개월 만이다. 당시 잠깐 부진했던 낙찰률은 이후 줄곧 50~60%선을 유지해 왔다. 10대가 나오면 5대 이상 꾸준히 팔렸다는 뜻이다. 신차 수급난으로 중고차 시장에 호황이 왔던 지난해 3월에는 무려 70%의 낙찰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경매장은 중고차 시장의 ‘도매처’ 역할을 한다. 경기 분당·시화, 경남 양산에 매장 3곳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는 출품건수 기준 경매시장 점유율 50%가 넘는 최대 공급자다.

부동산처럼 중고차 시장도 경매 낙찰률 50%선이 무너지면 하방 압력이 더 커졌다는 신호로 여긴다. 현대글로비스 통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의 낙찰률은 2014년 12월 49%를 제외하고는 매달 50% 이상을 유지했다. 지난 11월 낙찰률(44%)보다 낮았던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2월(41%)이 유일하다.

이번에 낙찰률이 크게 떨어진 것은 경매 물건이 평소 수요를 훨씬 웃돌 정도로 대거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11월 현대글로비스 경매 출품대수(1만5163대)는 10월 1만306대에 비해 50% 가까이 늘었다. 이는 확인 가능한 기록(2004년 이후) 가운데 월간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숫자다.

할부금리 인상으로 신차·중고를 막론하고 차량 구매심리가 급격히 떨어진 데 따른 결과다. 오랜 기간 팔리지 않는 상품 차량의 보관비·매입금리 부담이 커지자 딜러들이 재고를 대량으로 처분하며 ‘손절’에 나선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보유 차량을 내놓는 차주들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인천 남동구의 매매단지에서 중고차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카테크’ 목적으로 아이오닉6 같은 신차를 구매했다가 처분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웃돈을 붙여 되팔 목적으로 신차를 계약했는데 유지하는 데 드는 부담이 커지자 서둘러 매각에 나선 소비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A씨는 “딜러들도 예전 같으면 40~50명이 경매에 응찰했지만 요즘에는 2~5명 정도만 겨우 붙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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