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협의회의 임금협상이 사상 처음으로 4월로 넘어갔다.
10일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협의회는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당해 연도의 임금인상률을 확정하기 위한 협상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노사협의회는 인사 담당자 등 회사를 대표하는 사용자 위원과 직원 투표를 통해 선발한 근로자 위원이 참여해 근로조건을 협의하는 기구다. 삼성전자는 그간 노사협의회를 통해 2월이나 3월 중 임금인상률을 확정해 3월 월급 지급일(21일)부터는 새 임금을 적용해왔다. 임금협상이 4월로 늘어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삼성전자 임금협상이 장기화되면서 통상 삼성전자를 따라 임금인상 수준을 정했던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사들의 협상도 늦어지고 있다.
근로자 위원 측은 핵심 쟁점인 임금인상률에서 역대 최고 수준인 기본인상률 15.7%를 요구했다. 사측은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삼성전자 노사협의회는 평균 7.5%의 임금 인상에 합의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저연차 직원들을 중심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높은 수준의 연봉 인상을 관철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올해 카카오가 평균 15%, 네이버가 평균 10% 임금인상에 잠정 합의하고, 반도체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대졸 신입사원 초임을 5040만원으로 올려 삼성전자를 추월하는 등 ‘업계 최고 대우’라는 암묵적 약속이 깨졌다는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는 조합원 4500명 규모의 노동조합들도 임금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협상 테이블이 더 복잡해진 상황이다.
삼성전자 사측은 국내 임직원 수만 11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큰 폭의 인상은 힘들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지출한 인건비는 약 15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8.4%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