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소국 참여 지역간 경제통합 급부상 전망”

1부 - (9) 종합토론 자본주의 세계 체제의 대안은 무엇인가

발제 -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약소국 참여 집단체제 ‘역제주의’ 강화 가능성

미국발 금융위기는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반드시 올바르지는 않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다양한 논의를 유발했다.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 토론회

첫째, 자본주의의 다양성에 대한 논의이다. 자본주의는 크게 보면 시장·기업·자본의 자유를 강조하는 미국형 자유시장 경제체제, 형평성·분배라는 중요한 가치를 위해 국가의 시장 조정이 필요하다는 관점의 유럽형 노동시장 경제체제 등 둘로 나눌 수 있다. 이들 중 어느 것이 옳으냐 하는 선택의 문제, 또 자본주의를 넘어설 다른 체제는 무엇인가에 대한 논쟁이 그것이다.

둘째는 미국 주도가 아닌, 다른 방식의 글로벌 협력체제 구축 방안 논의다. 앞서 1970년대 중반~80년대 중반 ‘헤게모니 이후’ 논의와 유사하다. 당시 국제기구 등을 통해 국제질서와 국제협력을 이루자는 ‘제도론’, 단일 패권국가가 힘들다면 2~5개국의 집단지도 체제를 만들자는 ‘집단지도 체제론’ 등이 제시됐다. 최근의 신브레턴우즈 체제 주장은 제도론, G2(중국과 미국)나 G8 등 강화 주장은 집단지도 체제론적 대안이다. 약소국에는 참여 기회조차 없는 질서체제인 이들의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으로 ‘역제주의(域際主義·inter-regionalism)’가 있다. 국가가 아닌 지역 단위의 협력체제를 구축, 역내 약소국이라도 지역 경제공동체 활동 기회 및 향후 지역 공동체 간 경제협력 체제 구축 시 회원 자격을 보장받는다.

경향신문이 지난 16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5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세계경제위기:하나의 사건, 다양한 해석’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과 전망, 신자유주의와 미국 패권의 몰락 가능성, 세계경제체제의 대안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남호진기자

경향신문이 지난 16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5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세계경제위기:하나의 사건, 다양한 해석’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과 전망, 신자유주의와 미국 패권의 몰락 가능성, 세계경제체제의 대안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남호진기자

두 담론을 통해 향후 지역별 특징적 자본주의 유형을 갖춘 지역 행위자(국가) 간 글로벌 협력체제라는 대안을 도출할 수 있다. 나프타(NAFTA), 유럽연합(EU), 동아시아형 조정시장 경제체제인 아세안+3 등의 지역 행위자들이 역제 협력체제를 갖춰 글로벌 협력체제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미 95년과 2000년 각각 유럽-남미, 유럽-아프리카 지역 간 협력체제가 생기는 등 역제협력 틀이 형성 중이다. 하지만 아직 동아시아만 지역주의 제도화가 낮은 수준이다.

동아시아는 언제 역제주의 글로벌 협력체제 구축에 참여할 것인가. 동아시아는 아직까지 ‘태평양 수지균형 관계’에 묶여 있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재정·경상수지 적자)를 한·중·일 중심의 동아시아의 수출경제가 보전해주는 것이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달러화를 보유해 달러 가치를 유지하고, 대신 미국 시장에 계속 수출하면서 상호 균형을 유지한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이 균형이 깨질 가능성이 엿보인다. 현재 미국이 국내에 대규모로 투입한 공적자금은 과잉유동성을 유발하고 결국 달러가치 하락을 낳을 것이다. 특히 경제위기 장기화에 따라 미국 소비경제가 장기 위축될 것이란 점도 문제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대미 수출부진, 동아시아 시장 규모의 미국 시장 추월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아시아가 달러가치 유지에 힘쓸 이유를 잃으면 태평양 수지균형 관계는 붕괴한다.

그러면 자연히 역내 국가(한·중·일) 간 협력이 강화된다. 금융통화, 통상투자, 경제통합의 제도화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통상의 경우 각국 내수시장 확대는 물론, 미국만큼 거대한 소비경제를 창출하기 위해 중국·동남아의 막대한 민간소비 잠재력도 활성화해야 한다. 각국은 복지·사회안전망 확충으로 내부 격차를 해소하고, 역내 국가 간 격차문제도 해소해야 한다. 그 결과로 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가 형성되면 대안 수출시장이 될 수 있다.

금융통화·통상투자 협력이 강화되면 경제통합도 강화된다. 어떤 정책규범으로 시장경제를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병행된다. 여러 논의가 현재 진행 중이지만, 미국발 경제위기의 여파에 비춰 조정시장 경제체제가 기본 원칙이 될 것이다. 격차문제 극복, 국가의 역할 중시가 바탕인 시장경제 체제가 주목받을 것이다. 중국은 ‘워싱턴 컨센서스’를 본떠, 동아시아에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전파하기 위한 ‘베이징 컨센서스’를 시도 중이다. 국내에서도 사회적 합의주의에 기초한 국가·시장의 통제, 합의제 민주주의 발전을 근간으로 한 ‘서울 컨센서스’를 주창한다.

동아시아 외부를 보면, 지역주의 발전이 강화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는 공동화폐 발행 및 남미형 시장경제 창출을, 중동 6개 회원국 모임인 GCC는 2010년 단일 통화 출범을 각각 논의 중이다. 따라서 향후 지역별 특정 자본주의 체제가 모여서 역제협력 체제가 구축될 것이다. 그러면 역제 경제통합을 거쳐 지역 간 제도통합, 나아가 단일 글로벌 경제체제도 가능하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