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DTI의 역사

임지선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가계부채 대책을 고민하면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다시 조정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실 LTV와 DTI는 부동산 규제 수단이 아니라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이다.

LTV는 ‘Loan To Value’의 약자로,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인정되는 자산가치의 비율이다. 3억짜리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자 한다면 최대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DTI는 ‘Debt to Income’의 약자로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경우 상환능력을 소득으로 따져 대출한도를 정하는 비율이다. 예를 들어 연간 소득이 5000만원이고 DTI가 50%라면 총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2500만원을 넘지 않도록 대출규모를 제한한다.

LTV와 DTI는 가계대출의 상환 능력을 보기 위한 지표이며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인데 실제로는 부동산 시장을 띄우거나 잠재우기 위한 카드로 사용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동산 시장이 LTV와 DTI에 가장 주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LTV와 DTI가 언제부터 부동산 시장을 좌우하는 카드가 됐을까.

최근 서울 지역 아파트값이 급격히 오르면서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공사 중인 재건축 아파트 단지. (사진: 연합뉴스)

최근 서울 지역 아파트값이 급격히 오르면서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공사 중인 재건축 아파트 단지. (사진: 연합뉴스)

■LTV는 2002년 김대중 정부때 시작

LTV는 2002년 김대중 정부 시절 등장했다. 당시에도 집값이 오르고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LTV를 60%로 축소했다.

그럼에도 집값은 계속 올랐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5월 투기지역에서 만기 3년 이하 대출시 은행의 LTV 상한을 50%로 축소키로 했다. 그럼에도 잡히지 않자 추가 대책이 나왔다. 2003년 10월 만기 10년 이하 은행·보험사의 LTV 상한을 40%로 더 낮췄다.

금융연구원이 2013년 발간한 ‘가계부채 백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상승세에 접어든 주택가격은 2003년 5월과 10월 두차례에 걸쳐 LTV 규제 강화 조치가 취해지고 난 이후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지속되지 못하고 2005년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DTI는 2006년 노무현 정부때 본격 도입. 대출 ‘조이기’

DTI는 LTV보다 뒤늦게 도입됐다.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우려가 커 당시에도 도입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 이때문에 처음에는 부분적으로만 도입했다. 2005년 8월 노무현 정부에서 ‘부동산 종합대책’에서 30세 미만 미혼자에게 DTI 40%를 적용했고 본격적으로 도입된 때는 2006년 3월과 11월이다. 2006년 3월 투기지역에서 6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를 신규 구입시 DTI 40% 상한을 적용했고, 그해 11월 투기지역의 모든 아파트 담보 대출에 DTI 규제를 적용했다.

가계부채 백서에는 ‘2006년 들어 LTV가 주택가격 상승에 대응하는 규제수단으로 유효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이 명백해지면서 감독당국이 LTV 이외의 새로운 규제 수단을 찾게 됐다’고 써 있다. DTI는 대출 심사시 소득을 감안한다는 점에서 LTV 보다 강력한 대출 규제 수단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LTV와 DTI는 집값을 잡기 위한 수단이었다.

[정리뉴스] LTV·DTI의 역사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LTV와 DTI로 집값 ‘띄우기’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를 반대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2008년 6월 지방 미분양 아파트 문제 때문에 LTV를 60%에서 70%로 완화했다. 2010년 8월에는 무주택 및 1가구1주택자 대출에 한해 한시적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을 해제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LTV와 DTI는 큰 틀에서 예년과 변화가 없다가 2014년 8월을 기점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2014년 6월 13일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유명해진’ 발언을 했다. 그는 LTV와 DTI를 두고 “한여름이 다시 오면 옷을 바꿔입으면 되는데, 언제 올지 모른다고 옷을 계속 입고 있어서야 되겠나”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이 꺼져 가고 있으니 LTV와 DTI 규제를 풀어서 대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빚내서 집 사라’는 기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이다.

2014년 9월 부동산 시장 활성화 목적으로 LTV는 50~60%였으나 전국 동일하게 70%로, 수도권에만 적용하는 DTI는 50%에서 60%로 완화시켰다. 1년 단위 행정지도로 시작된 이 조치는 매해 연장돼서 오는 7월 종료를 앞두고 있다.

[정리뉴스] LTV·DTI의 역사

■대출 규제 수단에 따라 부동산 시장 오락가락

가계부채 백서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주택가격 하락에 맞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다면 그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확대되고 주택가격이 상승할 수 있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규제를 다시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즉, 주택시장 가격 변동성이 커질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규제로 인하여 주택시장 확장과 위축이 반복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즉,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를 주택시장 상황과 연계시킨다면 그 자체로 인하여 주택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커질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규제로 인하여 주택시장 확장과 위축이 반복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미 과거 정부에서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LTV와 DTI를 건드린 이상 이 조치에 다시 손을 대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해야 할 순간이 다가왔다. ‘저금리와 주택시장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순히 대출 규제 강화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과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억제하기 위해 LTV와 DTI 규제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부딪히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는 가운데 LTV와 DTI의 운명은 일몰이 앞둔 다음달이면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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