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없는 여당의 '종부세 2%'

박상영 기자
남산에서 내려다 본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남산에서 내려다 본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자를 공시지가 상위 2%로 제한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제안에 대해 편 가르기만 유도하면서 보유세 정상화 기조는 허물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낮은 보유세를 정상화하겠다는 당초 취지에 역행할 뿐 아니라 ‘자산 양극화’ 해소에도 기여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조세 정책이 흔들리면 정책 효과만 반감된다고 말한다. 종부세 대상자를 2%로 제한하는 민주당의 개편안은 집값 안정보다 ‘2 VS 98’ 구도를 강조해 조세 역풍만 잠재우겠다는 의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실효세율을 몇 %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과세 인원을 %로 제한하겠다는 안은 편 가르기를 위한 세제 개편안”이라며 “종부세를 통해 어떤 정책 목표를 달성할 지가 없다는 ‘철학의 부재’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종부세를 도입한 노무현 정부에서는 실효세율을 1%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신승근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도 “주택가격 안정 목적을 위해 종부세율을 높였는데 과세 대상이 많아졌다고 다시 낮추는 것은 원칙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종부세의 목적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종부세, ‘자산격차’ 완화 달성 어려워

설령 납세 대상자를 상위 자산가로 제한한다 해도 자산 격차 완화라는 부유세 도입 취지를 달성하기 힘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부유세를 도입하거나 검토하는 국가들은 대부분 금융소득 등을 포함한 순 자산에 부과한다”며 “단순히 주택에만 한정해 부유세를 부과하면 형평성 논란만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순 자산세는 부동산 이외에도 금융자산과 요트와 같이 개인이 보유한 자산에 대해 누진적 한계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물리는 것을 말한다. 다만 자산에서 대출과 같은 부채는 제외한다. 코로나19 이후 자산가치 상승으로 양극화가 확대되는 상황과 맞물려 주요국에서 자산에 대해 부유세를 부과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미국의 경우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이 지난 3월 순자산이 5000만 달러(약 558억원)이상인 가구에 대해 연간 2%의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부유세를 폐지한 독일도 지난달 재도입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독일 사회민주당은 순자산이 200만 유로(약 27억원)를 넘어서면 부유세를 1%, 10억 유로(약 1조3574억원)를 넘으면 2%를 매기는 안을 제안한 상태다. 김 교수는 “부유세 신설에는 매우 신중해야 하지만 만약 도입된다면 부동산 자산에만 국한하지 않고 금융자산 등에 대해서도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유세 정상화 취지에도 역행

종부세를 완화하는 것은 당초 보유세 정상화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주장도 있다. 그동안 정부는 ‘보유세는 높이되, 거래세는 낮추는’ 방향의 세제 개편을 추진했다. 그러나 종부세 과세대상 조정에 공시지가 6~9억원 주택의 재산세율까지 0.4%에서 0.35%로 낮추기로 하면서 이같은 노력은 무색해졌다. 오건호 내가만드는 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재산세 부담 증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리는 정부 정책보다 자산가격 자체가 오른 영향이 크다”며 “시중에 유동성이 급증한 상황에서 재산세 인하는 ‘버티면 된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시장에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금액을 12억원으로 높이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소득이 발생하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동산 경기와 상관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조세 정책은 부동산 경기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하기보다는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며 “지난 세제개편이 실제 작동되기 전에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변경할수록 신뢰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