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조직개편안 헛점 곳곳서 드러나...서울시의회 검토보고서 지적

한대광 기자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오세훈 시장의 첫 조직개편안을 놓고 ‘원안 통과’와 ‘수정’으로 대립하는 상황에서 강상원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서울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검토보고서’가 주목받고 있다. 강상원 수석전문위원은 조직개편의 최대 쟁점인 서울민주주의위원회의에 대해 “낮은 효과성 등으로 조직체제 개편의 필요성이 있지만, 안정적으로 정착하기도 전에 낮은 성과를 이유로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라면서 시의회 차원의 깊이 있는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상원 수석전문위원은 지난 7일 열린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에서 검토보고서를 발표했다.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에서 작성한 서울시조직개편안에 대한 검토보고서 겉표지.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에서 작성한 서울시조직개편안에 대한 검토보고서 겉표지.

■ 서울시, 자율신설기구 성과평가 근거로 서울민주주의위원회 폐지 추진

경향신문은 9일 이 검토보고서 원문을 입수했다. 검토보고서는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견해 차이를 보이는 조직개편안의 주요 쟁점에 대해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며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검토보고서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쟁점은 서울민주주의위원회 폐지가 타당한지에 대한 분석이다. 검토보고서는 우선 서울시가 폐지를 들고나온 이유를 요약했다. 서울시장은 자율신설기구에 대해 ‘성과평가’에 따라 존속기간 연장·삭제 또는 자율신설기구 폐지 등의 조처를 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에 근거해 서울민주주의원회와 서울혁신기획관을 통합해 시민협력국을 신설하는 안(서울민주주의원회는 자문기구로 축소)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지난 3월 외부전문가 등이 참여한 성과평가위원회에서 평가한 결과 경제일자리기획관(79.3점), 복지기획관(77.4점)은 존속 기한 연장의 필요성이 인정됐다.

반면 서울민주주의위원회(61.1점)는 기존 부서와의 기능 중복, 타 부서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행정수요 등을 이유로 국 단위 기구로서의 운영 필요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성과평가위원회에서 70점 미만을 받으면 시집행부는 기구 폐지를 할 수 있다. 검토보고서는 이를 근거로 “그동안 대의민주주의의 훼손, 기능의 중복, 업무의 불명확성, 낮은 효과성 등의 우려가 있었다는 점에서 조직체제 개편의 필요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가 열린 지난 7일 시의원들이 시집행부의 조직개편안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가 열린 지난 7일 시의원들이 시집행부의 조직개편안 설명을 듣고 있다.

■ 서울시의회 수석전문위원 보고서 “서울민주주의위원회 폐지 추가 논의 필요”

검토보고서는 그러나 “2019년 시민참여 활성화와 협치 강화를 위하여 출범된 서울민주주의위원회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기도 전에 낮은 성과를 이유로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울시 집행부의 ‘폐지안’을 정면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울시의회 차원에서는 폐지에 앞서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검토보고서는 또 성과평가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성과평가를 통해 (서울민주주의위원회 등)자율신설기구의 존속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방만한 조직 운영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평가 기준이 부적당하거나 재량 판단의 여지가 큰 경우에는 성과가 미흡한 기구의 존속을 정당화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토보고서는 이 같은 의문에서 출발해 지난 3월 3개 조직에 대한 성과평가 배점표를 확보해 살펴본 결과 50% 비중인 정성 평가에서 위원마다 평가점수의 편차가 크게 나타난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민주주의원회의 경우 정성 평가 항목인 기능수행 효율성에서 최고점은 16점이지만 최저점은 5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기획관도 각각 22점(최고점), 5점(최저점)으로 평가받았다. 보고서는 “평가점수의 편차가 크게 나타나 판단 결과의 객관성,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면서 제도보완이 요구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가 열린 지난 7일 기획경제위원회 회의실 앞에 서울시의 조례개정안과 운영위원회 등이 제출한 의견서가 놓여져 있다.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가 열린 지난 7일 기획경제위원회 회의실 앞에 서울시의 조례개정안과 운영위원회 등이 제출한 의견서가 놓여져 있다.

■ 성과평가위원회도 폐지보다는 개선책 주장한 것으로 드러나

자율신설기구에 대한 성과평가위원회도 서울민주주의원회에 대해 폐지보다는 종합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검토보고서는 확인했다. 성과평가위원회는 서울민주주의위원회에 대해 “행정수요는 있으나 기존 부서와 기능이 중복되는 면이 있어 업무 독자성이 낮다”라면서 “직무분석을 통한 정원의 조정, 타 부서로 업무 이관 등 기능수행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책이 필요하다”라는 의견을 냈다. 성과평가위원회는 또 “시민숙의예산은 지역주민 참여 측면에는 순기능을 했지만, 서울시정에 요구되는 광역적 행정과제를 발굴·시행한 데는 한계가 있다”라면서 “사업내용 및 난이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서울민주주의위원회 구성과 기능, 국 단위 독립조직으로 존치 여부 등에 대한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라고도 했다.

검토보고서는 서울시가 성과평가위원회의 의견을 참작해 서울민주주의원회와 서울혁신기획관을 통합 재편하여 시민협력국을 신설(서울민주주의원회는 자문기구화)한 이유는 설명되지만 면밀하게 살펴볼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검토보고서는 “시민참여 활성화와 주민 주권 강화를 위한 상징적 기구인 서울민주주의위원회가 자문기구로 전환되면 민주주의 정책의 후퇴, 지방행정에서의 협치와 시민사회의 축소 등의 우려가 있다”라면서 “시민참여 확대의 정책 기조가 퇴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검토보고서는 특히 서울민주주의위원회의 폐지를 위해서는 ‘서울시 시민민주주의 기본 조례’의 관련 규정들도 함께 개정되어야 하지만 개정안에서 다른 조례의 개정사항이 빠져 있어 입법적 공백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조례는 합의제 행정기관인 서울민주주의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어(제2장, 제 7조~17조) 조직개편과 관련한 개정안이 함께 마련되어야 하지만 서울시가 제출한 조직개편 조례 개정안에는 빠져 있기 때문이다.

■ “사업·조직 변화 없이 공정상생정책관으로 명칭 변경은 작위적”

검토보고서는 서울시의 조직개편안에 대해 대체로 인정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서울민주주의위원회 문제에 대해선 상당 분량을 할애해 깊이 있게 분석하고 있다. 검토보고서는 이 밖에 기획조정실에 있던 국제교류담당관과 해외도시협력담당관이 시민소통기획관으로 옮기는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검토보고서는 “국내 차원의 홍보와 120다산콜센터 등 민원 업무에 중점을 두어온 시민소통기획관에 업무영역이 이질적인 국제교류와 해외사업이 접목되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라고 밝혔다.

검토보고서는 2015년 만들어진 도시재생실(1급)이 지역발전발전본부와 통폐합으로 축소 재편되면서 기존 사업들의 지속 여부가 불투명해졌을 뿐만 아니라 기존 정책과 사업에 대한 객관적인 성과평가 없이 전면적인 축소나 폐지는 매몰 비용 발생과 시민 편익을 저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토보고서는 특히 “일부 업무조정 외에는 공정상생 관련 사업이나 조직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노동민생정책관을 공정상생정책관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며 소속 부서와 업무를 포괄하는 대표 명칭으로는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라고 밝혔다.

검토보고서를 만든 강상원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행정학 박사로 17년째 서울시의회에서 임기제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강상원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검토보고서에 대해 “서울시 집행부 공무원들과도 관련 자료를 여러 번 확인하고 시의회 의원들의 의견도 반영해 여야 구분 없이 가치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조직개편안에 대해 분석하고 의견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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