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일도 하청이, 책임도 하청이' KT의 변명 일색 대응이 일 키웠다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KT혜화타워(혜화전화국) 앞에서 지난 25일 발생한 KT의 유·무선 인터넷 장애와 관련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일탈이 이루어진 예외적인 사례이며 앞으로 이런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프로세스를 강화겠습니다.”

지난 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KT 네트워크 장애 원인분석 결과 발표’를 한 지 3시간 만에 나온 KT의 입장문 일부다. 지난 25일 유·무선 네트워크 장애를 일으킨 장비 교체 작업이 원칙대로 야간에 이뤄지지 않고 주간에 이뤄진 이유를 설명하며 이같이 밝힌 것이다. 야간 작업으로 승인을 받았음에도 협력업체 작업자들이 주간에 작업을 했으며, KT 직원(관리자)도 이를 양해하고 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요지다.

KT의 이 같은 해명은 ‘꼬리자르기’에 불과하다. 앞서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KT 혜화타워에서 기자들과 만난 구현모 KT 대표 역시 이번 사고 원인을 설명하며 협력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했다. KT 내부와 통신업계에선 KT가 협력업체 직원 등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사고의 본질은 KT의 네트워크 관리 외주화와 위기 대응 시스템 부재다. 관리자가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협력업체 직원들끼리 작업을 수행했으며, 라우팅 오류를 미리 발견해 수정할 수 있는 가상의 테스트베드(시험공간)는 없었다. 지역에서 발생한 오류가 전국으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었다.

KT는 입장문에서 “우면동 KT 연구개발센터에서 테스트베드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해당 시스템은 현장에 적용되지 않았다. 또 “라우팅 오류 확산 방지 기능이 센터망과 중계망 단위에 적용이 돼 있다”고 밝혔지만, ‘센터망-중계망-엣지망’으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말초신경에 비유되는 엣지망 단위에는 이 기능이 적용이 되지 않았다. 현장에서 작동되지 않는 ‘무용지물’ 시스템을 해명에 동원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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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에 있어 KT의 대응은 변명 일색이었다. 사고 직후 과기정통부 확인도 없이 원인을 ‘디도스 공격’이라고 발표했다가 수정했으며,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통신장애 사실을 알렸다. 뉴스를 볼 수 없었던 고객들은 단말 전원을 리셋하는 등 잘못된 대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트래픽이 증가해 인터넷TV(IPTV)와 음성전화 서비스 장애까지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KT는 “재발방지대책을 면밀히 수립하고, 피해보상방안도 최종 결정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했다. 제대로 된 보상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고 발생 원인을 직시하는 것부터가 재발방지의 시작이다. ‘일도 하청이, 책임도 하청이. 이런 식이면 휴대폰 상단바에 KT 말고 하청업체 이름 넣어라.’ 한 누리꾼의 일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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