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에 ‘명품 옷’ 입히고 유명인 모방한 얼굴로 활동…지식재산권 침해인가요?

조미덥 기자

메타버스 내 법률 분쟁

구찌옷(왼쪽)과 이미지 파일을 입힌 아바타.  법무법인 율촌 자료 캡처

구찌옷(왼쪽)과 이미지 파일을 입힌 아바타. 법무법인 율촌 자료 캡처

이미 ‘의류’로 등록된 제품은
상표권 위반 소급 적용 어려워
유명 건축물·춤 등 구현 땐
저작권 침해 인정 가능성 커

메타버스 플랫폼 빠른 성장세
아바타 간 민형사 분쟁 우려도
정부·국회, 대응방안 마련을

자신이 가진 수백만원짜리 명품 옷을 이미지 파일로 만들어 메타버스 아바타에게 입히면 상표권 위반이 될까. 내 아바타를 딥페이크(인공지능으로 얼굴을 합성·변조하는 기술)로 유명 배우의 얼굴과 똑같이 만들어 활동하면 퍼블리시티권 침해일까. 로블록스, 제페토 등 3차원 가상세계의 메타버스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메타버스에서의 지식재산권(IP)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일반인들이 메타버스를 이용하면서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할지 법무법인 율촌의 도움을 받아 정리해봤다.

IP는 크게 특허, 상표, 디자인, 저작권으로 나눌 수 있다. 특허와 상표, 디자인의 경우 IP가 적용될 제품을 제작사가 지정해 등록하는 구조다. 위에 예로 든 명품 옷은 제작사에서 ‘의류’로 지정해 상표 등록을 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 상품을 메타버스에서 이미지로 구현했을 때 그것도 IP 침해로 인정되느냐다. 법조계에선 실제 상품과 이미지 파일은 그 품질과 형상, 용도, 판매 경로 등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이미지 파일까지 IP 침해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많다. 현재 상황에서 단순히 내 아바타에 명품 옷 이미지 파일을 입혔다고 법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딥페이크 관련 일러스트 연합뉴스

딥페이크 관련 일러스트 연합뉴스

최근 제페토에는 구찌 의상과 크리스챤 디올의 메이크업 세트, CU 편의점, 이디야 커피 등 현실세계의 상표가 그대로 구현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흐름이 보편화되면 상품 제작사들도 메타버스상에서 자신의 IP를 보호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의류 회사가 새로운 옷을 만들면서 의류뿐 아니라 이미지 파일에 대해서도 IP 등록을 하는 것이다. 상표의 경우 ‘내려받기 가능한 컴퓨터 그래픽이나 이미지 파일’로 상품을 지정할 수 있고, 디자인의 경우 지난달 시행된 디자인보호법 개정안에 따라 화상 디자인도 IP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 그렇게 된다면 해당 옷의 이미지 파일을 아바타에 입히는 것도 IP 침해가 될 소지가 있다. 다만 이것도 새 제품에 해당하는 것이지 이미 의류로 등록한 제품의 IP에 이미지 파일을 추가하진 못한다는 견해가 많다. IP는 독창성을 요건으로 하는데, 이미 의류로 등록해 다 알려진 것을 소급해 이미지 파일에 적용할 순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이용자가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다. 기업 간 소송에서 전통적인 개념의 IP 침해가 아니더라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 인정된 사례가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루이비통닭’의 지명표시 희석행위 사건이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이름과 로고 디자인을 차용한 루이비통닭 치킨집에 대해 법원은 루이비통이 만든 치킨집으로 오해할 수준은 아니지만, 양질의 루이비통 브랜드 가치를 낮춰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메타버스에서 현실세계의 유명 브랜드를 자신의 활동에 차용해 썼을 때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상품주체 혼동행위도 있다. 예를 들어 유명 브랜드 샤넬로 자신의 아바타와 주위 공간을 꾸민다면, 상표 침해가 안 된다고 해도 자신이 샤넬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문제가 된다. 메타버스 내 아바타의 퍼블리시티권 침해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퍼블리시티권은 유명인의 이름, 초상, 서명, 목소리 등을 재산 가치로 인정하는 것이다. 한국에선 아직 법적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고, 판례도 인정할 수 있다는 판결과 없다는 판결이 혼재돼 있다. 국회에서 현재 입법 논의 중인 저작권법에는 사람의 이름과 초상, 목소리의 재산권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메타버스에서 유명인과 동일하게 아바타를 만들어 활동하는 것에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 요즘은 딥페이크 기술 등이 일반화돼 있는데, 자칫 재미로 아바타를 유명인처럼 꾸몄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메타버스 운영자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은 저작권이다. 메타버스에 골프장의 골프 코스나 창의성이 높은 현존 건물을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구현하면 저작권 침해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아바타가 유명 가수의 춤을 구현하게 했을 때도, 창작성이 인정될 수준이라면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

메타버스는 아직 확장 초기이고 이용자들의 상호관계가 구축되는 과정이라 어떤 법적 쟁점이 불거질지 예상하기 어렵다. IP와 관련된 문제뿐 아니라 아바타 간 명예훼손이나 불륜 등 형법·민법상 문제도 벌어질 수 있다. 업계에선 메타버스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에는 신중하되, 예상되는 법적 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금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메타버스 확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도 메타버스 공간에서 일어나는 법률적 이슈를 챙기고 있어야 한다”며 “메타버스 운영주체가 약관을 통해 이용자들의 행동 규제를 적절하게 하고, 정부는 이러한 약관이 잘 작동하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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