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공약 물건너가나…원자재 가격 상승 타고 다시 오르는 석탄 발전 비중

박상영 기자
지난달 18일 포스크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녹색연합 관계자 등이 삼척블루파워석탄발전소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8일 포스크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녹색연합 관계자 등이 삼척블루파워석탄발전소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안 줄어들던 한국의 석탄발전 비중이 최근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증가세로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세계에서 3번째로 신규 석탄 설비가 많이 늘어났다. 반면 최근 5년간 꾸준히 비중이 늘었던 액화천연가스(LNG)발전 비중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기후 관련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구체적인 석탄 퇴출 일정과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26일 한국전력거래소의 전력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2017년에 전체 전력거래량에서 44.0%를 차지했던 석탄 발전 비중은 지난해 35.2%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월 단위로 보면 석탄발전 비중은 지난해 10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9월 기준, 석탄발전 비중은 35.9%로 전년 동월(41.0%) 대비 5.1%포인트 줄었지만 10월에는 33.2%로 1년 전(33.1%)과 비교해 감소세가 주춤했다. 이어 11월에는 2.4%포인트 높았고 12월에는 3.5%포인트로 그 폭이 확대됐다. 이같은 증가세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올해 3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LNG 비중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4개월 연속 전년대비 감소했다. 지난해 12월과 1월에는 LNG 비중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9%포인트, 13.7%포인트 각각 줄었다. 탄소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로 최근 5년간 LNG 비중이 늘어난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석탄발전 비중이 늘고 LNG 비중은 줄어든 데는 원자재 가격 급등이 영향을 미쳤다. 전력거래소가 집계한 연료비 단가를 보면 지난달 기준, 킬로와트시(㎾h)당 유연탄은 90.7원, 무연탄은 79.0원인데 비해 LNG는 184.2원에 달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연료비 급등으로 미세먼지 상한제 등을 탄력적으로 운용한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신규설비가 늘어난 점도 석탄발전 비중을 끌어올렸다. 에너지·기후 관련 단체인 기후솔루션이 글로벌에너지모니터,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 등 글로벌 기후에너지단체와 함께 지난해 전 세계 석탄발전 추이를 분석한 결과, 2021년 가동 중인 석탄설비의 발전량은 전년 대비 9%(18.2기가와트(GW))가 늘었다.

전 세계적으로 석탄발전을 줄이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과 함께 지난해 석탄발전이 늘어난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지난해 신서천과 고성하이화력발전소 가동을 시작해 신규 석탄발전으로만 3.1GW를 늘렸다. 중국(25.2GW)과 인도(6.4GW)에 이어 신규 석탄발전 증가 3위 국가다. 한국은 신규 석탄발전 증가 상위 5개 국가 중 유일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기도 하다.

탈석탄공약 물건너가나…원자재 가격 상승 타고 다시 오르는 석탄 발전 비중

발전공기업들은 올해 4월부터 ‘석탄발전 상한제(석탄발전 가동 제한)’를 평일을 제외한 주말에만 적용하고 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스공사가 LNG 물량을 최대한 도입할 경우, LNG 수급과 석탄 감축에는 차질이 없다”면서도 “급등한 LNG 가격이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4월에 한시적으로 주말에만 석탄발전 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석탄가격도 급등하면서 가격 절감 효과는 줄어들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러시아산 수입 금지에 따른 공급망 차질 우려가 확산되면서 4월 셋째 주 기준, 유연탄 가격은 t당 326.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 가격이 127.1달러인 것에 비하면 약 3배로 상승한 것이다. 러시아로부터 석탄의 45%를 수입하고 있는 EU가 수입을 전면 중단할 경우 가격 상승세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EU 수입금지 조치는 8월 초에 발효될 예정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대외 에너지 공급망 위기 요인에 대처할 수 있도록 자체 조달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개발 촉진이 필요하다”며 “일반용, 산업용, 대규모 자가용 대상 재생에너지 설비 보급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석영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강릉안인과 삼척화력발전소가 내년과 내후년에 완공될 예정인 가운데 가동 중인 발전소들의 폐쇄 계획은 불분명하며 탈석탄 공약의 진실성이 우려된다”라며 “구체적인 석탄 퇴출 일정과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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