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자이언트 스텝’…전세계가 물가잡기 ‘강공’ 모드

이윤주 기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준 홈페이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준 홈페이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8년만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41년만에 최악의 고물가가 지속되자 ‘초강수’를 둔 것이다. 뉴질랜드와 캐나다, 브라질 중앙은행이 이미 ‘빅 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금리인상)’에 나섰고,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 전세계가 “경기 둔화를 감수하더라도 일단 물가부터 잡아야 한다”는 의지를 확실히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례적으로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선언하고도 물가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경우, 경기 침체 우려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14~15일(현지시간) 열린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정책결정문에 “2% 물가목표를 위해 전념하고 있다”는 문구도 추가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종전 0.75∼1.00% 수준에서 1.50∼1.75% 수준으로 크게 올랐다.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것은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연준은 지난 5월 빅 스텝을 단행하면서도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은 배제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대비 8.6%를 기록해, 1981년 12월 이후 약 41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자 상황이 급변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예상하는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역대 최고치인 6.6%까지 올라가자 전격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쯤에는 적어도 인플레이션이 평탄해지고 이상적으로는 낮아지기 시작하는 분명한 신호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면서 “인플레이션과 기대인플레이션이 더 상승했고, 올해 예측치도 눈에 띄게 상승했기 때문에 강력한 조치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또 오는 7월 회의에서도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펼 수 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다음 회의에서 0.5%포인트 또는 0.75%포인트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를 보면 위원들이 전망하는 올해 말 미국의 금리 수준은 3.4%로 지난 3월보다 1.5%포인트 올랐다.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물가오름세는 세계 전체에 고통을 주고 있다. 에너지, 식품가격에서 시작해 임금, 서비스물가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물가오름세가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책대응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각국 중앙은행의 ‘빅 스텝’이 유행처럼 번지는 모습이다. 이날 브라질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13.2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캐나다, 뉴질랜드, 멕시코 등의 중앙은행들이 최근 한 달 사이 ‘빅 스텝’을 단행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오는 7월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뉴스분석]연준 ‘자이언트 스텝’…전세계가 물가잡기 ‘강공’ 모드

연준이 일단 물가 대응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지만, 그만큼 경기 둔화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고물가에 금리인상까지 겹치면서 민간소비가 위축될 수 있어서다. 연준 역시 이같은 현실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연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3월 2.8%에서 1.7%로 큰폭 내렸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3%에서 5.2%로 높여잡았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은행 웰스파고는 미국 경제가 내년 중반에 약한 경기후퇴에 빠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과제는 공격적인 금리인상 사이클에 진입한 상황에서 얼마나 조기에 물가 정점론을 만들어 경기침체 위험에서 벗어날지 여부”라며 “가을에 진입하는 9월 FOMC 이전까지 전쟁 상황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겨울철 에너지 대한 우려 등으로 기대인플레이션이 통제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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